종교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허용

정치권·사회단체 일제히 "환영"..."정치적 병역거부 허용돼야"

양심적(종교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돼, 이르면 2009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18일 “종교적인 사유 등으로 집총(입영)을 기피하는 사람들에 대해 대체복무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며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끌어낼 수 있도록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해 이르면 2009년 1월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년간 한센·결핵·정신병원·노인요양시설서 복무

종교적 사유 등으로 징역 등 형사처벌을 받는 병역거부자가 매년 750여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소수자 인권 보호와 전과자 양산 폐해 근절이 국방부가 밝힌 대체복무제 도입 취지다. 국방부는 “병역의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무제도 내 하나의 복무분야로서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국방부는 종교적 병역거부자 중 대체복무 적용 대상을 입대 전으로 한정해, 현역 군인 및 예비군은 제외했다. 이들 대상자는 사회복무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분야인 치매노인 및 중증장애인 수발 등을 담당하며, 현역의 2배에 해당하는 36개월간 합숙 근무한다.

대체복무 기관은 전남 소록도 한센병원, 경남 마산 결핵병원, 서울, 나주, 춘천, 공주 등의 정신병원 등 9개 국립 특수병원과 전국 200여개 국공립 노인전문요양 시설 등이 검토되고 있다.

국방부는 대체복무를 희망하는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사전 심사제도와 복무 중 특별 관리체제를 운영하고, 대체복무 만료 후에는 예비군 훈련시간에 상응하는 사회봉사 의무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복무기간 1.5배 적당...현역 및 예비군도 대안 있어야”

이날 국방부의 대체복무제 허용 결정에 대해 정치권과 사회단체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향후 대체복무 적용 대상이 확대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대체복무 기간도 축소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인권적 가치와 정치사상의 자유 존중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모병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허용 방침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종교적 이유의 집총거부자뿐 아니라 정치사상의 이유로 집총거부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체복무 역시 인정되어야 한다”면서 “대체복무 내용에 있어서도 징역형에 견줄 정도로 가혹한 복무 강도와 긴 복무기간을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도 “종교적 병역거부로 인한 대체복무제 도입 환영” 입장과 함께 “다른 대체복무제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현역병보다 1.5배 더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전했다. 또 “대체복무제 도입과 아울러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기존 수감자들에게 감형이나 형 집행면제 등의 특별조치도 검토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종인 국회의원도 “병역거부자들은 합숙을 하며 가장 힘든 사회복지시설에서 복무하는 만큼, 기간은 1.5배가 적절하다고 본다. 정부는 반대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양심에따른병역거부권실현과대체복무제도개선을위한연대회의의 나동혁 활동가는 “2003년 현역 이등병으로 이라크 파병에 반대해 병역의무를 거부한 강철민 씨의 사례처럼 현역 복무 중 특정한 복무 수행에 대한 반대, 예비군 복무 거부에 대해서도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동혁 활동가는 “정부 발표안에 한계는 굉장히 많지만 첫발을 내딛는 의미에서 환영한다”며 “앞으로 입법 과정이나 시행 과정에서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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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그네

    강천일 씨가 아니라 강철민 씨일 겁니다.

  • 이윤원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 김민환

    대체복무제도가 결국 소수자를 포용해 가는 민주주의의 진보와 국가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국제법을 존중하는 국가적인 위상의 개선의 관점에서 국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보기 때문에. 비록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감정적인 대응은 잠시 접어두어도...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국가의 전향적인 결정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