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준) 출범

대선 공약 검증 및 11/24 범국민 대회 개최 예정

최근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고 있는 학력 위조 사태는 학벌중심 사회의 심각한 병폐를 보여주는 반영물일 뿐이다. 봉건적 신분제가 해체된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학벌과 학력이 새로운 신분으로 등장했으며, 봉건적 신분이 태생적인 것이라면 학벌 신분은 10대 후반에 결정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나마 최근에 들어서 학벌 신분도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에 의해 태생적으로 결정되는 경향성이 점차 강화되고 있어 결국 혈통에 의한 신분의 유전이라는 신분제 고유의 성격으로 점차 수렴되고 있으며, 학벌 신분이 마치 개인의 자유로운 경쟁에 의해 획득되는 것처럼 외양을 띰으로서 봉건적 신분보다 훨씬 강력한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다.

학벌사회-대학서열화-입시지옥은 하나의 원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학벌은 출신대학에 의해 결정되며 대학들은 일렬로 서열화되고 있다. 따라서 좋은 학벌을 얻기 위해서는 상위 서열 대학에 입학해야 하고 이에 따라 피나는 입시 경쟁을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뒤엉켜 원환을 형성하고 있는 세 가지 문제 중에 풀어야 할 매듭은 어디에 있는가? 대답은 단순하다. 학벌과 입시지옥을 생산하는 매개 고리가 대학서열화이기 때문에 대학서열화를 해체하면 학벌 문제와 입시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대학서열화의 가장 명료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대학 평준화이다. -진보교육 28호


  20일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준) 출범 선언의 모습

가계 부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교육비. 20일 흥사단 대강당에서는 '대학의 서열 체제를 깨지 않으면 굴레에서 자유로워 질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활동을 시작하는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국민운동본부(준))의 출범 기념식이 진행됐다.

이화여고와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공연으로 시작한 출범식은 문화연대 나영 국민운동본부(준)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국민운동본부(준)은 지난 3월 대학들의 3불 폐지(기여입학제, 본고사, 고교등급제) 주장과 관련해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당시 기자회견 참가단위들은 근본적인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며, 교육 주체 공동 간담회를 공식 제안했다.

4월부터 6월 간 간담회와 교육운동 전략 워크숍을 지속해 오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를 전면적으로 내세우자는 것에 의견을 모으고, 국민운동본부(준)을 출범시키게 됐다.

이날 장혜옥 대표 제안자는 "입시 폐지, 대학 평준화를 말하면 뜬구름 잡는 거다, 가능하겠냐는 사람들의 냉담한 반응과 모멸을 견딜 수 있을까, 겁나고 떨렸지만 토론을 하고 전국을 다니면서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며 '입시폐지'라는 의제를 사회에 던졌다.

자리에 함께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대학서열화가 있고, 대학 졸업해야 인생이 달라지는 사회가 유지되는 한, 학원, 과외 금지 정책을 한다 해도 사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문제의식을 같이하며, "축사하러 왔다기보다는 이후 활동을 맹세한다"며 결의를 밝혔다.

국민운동본부(준)은 한국 교육 문제 중 가장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대학평준화'를 정하고, 연내에 1만 회원을 확보해 본조직을 출범시키고, 대선 검증을 통해 11월 24일 범국민 대회와 대규모 입시폐지 문화제도 개최할 계획이다.

한편, 국민운동본부(준)의 공식 활동으로 정진상 경상대 교수는 '학벌철폐, 입시 폐지, 대학평준화'를 요구하며 지역 교육 단위 및 개인들과 함께 2200km 자전거 대장정을 진행했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준) 출범선언문

우리는 지금 교육망국의 상황에 놓여 있다. 교육 때문에 부동산이 오르고, 사교육비를 벌기 위해 노동자가 파업을 하고, 교육이 너무 고통스러워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그렇게 전 국민이 교육에 몰두해도 대학서열체계에서 일류대학은 소수 부자들만의 차지다. 일반 국민은 이 무한경쟁에서 부자들을 위한 들러리일 뿐이다.

대학서열체제를 깨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다. 어려서는 자신이 입시경쟁에 몰두하느라 자유로울 수 없고, 부모가 되어서는 자식의 입시경쟁을 뒷받침하느라 자유로울 수 없고, 은퇴해서는 입시 경쟁에 투여한 자원 때문에 정신적, 물질적 피폐해져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학서열 체제는 우리 사회를 위해 그 무엇도 생산해주지 않으면서 전 국민을 구속하기만 하는 종양이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사교육비 경쟁을 촉발해 국가 전체를 황폐하게 만드는 악성 종양이다.

대학서열이 학벌서열이 되어 곧 개인의 신분이 되는 구조에서, 사교육비 경쟁은 결국 재산 순으로 국민의 신분을 나누게 된다. 이것은 지위의 대물림이 되어 지금의 양극화 구도를 고착화한다. 일류대 학벌 간판을 살 수 있는 극히 소수를 제외한 전 국민에겐 오직 박탈과 고통만이 있을 뿐이다.

대학서열 체제는 이 사회의 고통의 근원이다. 이것으로 인해 빚어지는 교육비 부담이 국민이 살면서 느끼는 고통의 가장 큰 부분을 이룬다. 이제 대학서열 체제의 모순은 교육 부문을 벗어나 모든 국민, 모든 부문이 함께 풀어야 할 핵심 과제가 되었다.

또 대학서열체제는 중등교육을 입시교육으로 획일화시켜 나라의 발전 가능성을 거세한다. 고등학생 입시서열로 대학의 서열이 정해지는 구조에서 대학의 고등교육 역량도 황폐해진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는 한국을 전혀 다른 사회로 만들 것이다. 그 사회에선 더 이상 학생들이 성적 때문에 자살을 기도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 사회에선 더 이상 사교육비 고통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이 모두 제자리를 찾아 지식창조성이 만개할 것이다.

사슬을 끊어버리자. 학벌사회 대학서열체제라는 구시대의 껍데기를 벗어던지자, 입시경쟁에서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등의 절대 다수는 패배자일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패배가 예정된 경쟁에 자식을 몰아세워야 하는가. 이제는 입시 폐지를 요구할 때다. 대학평준화를 통해 우리가 잃을 건 고통과 박탈의 사슬뿐이다.

이제 우리는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를 건설해 이 사회의 썩은 구체제를 기필코 혁파할 것을 선언한다. 사교육비 걱정 없는 사회, 더이상 교육이 고통이 아닌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행복한 교육을 위해 다시 그 첫걸음을 시작하자!

2007년 9월 20일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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