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무기계약 전환, 고용안정?

662명 중 해고조항 가득 239명 전환, 나머지는 계약해지 위험에

노동부, “662명 중 239명 무기계약 전환”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이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부가 오늘(2일) 보도자료를 통해 “10월 1일자로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 662명 중 239명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했다”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무기계약자로 신분이 전환된 근로자는 상시 지속적 업무에 종사하고 지난 5월말 현재 계속 근로기간이 2년 이상인 근로자로 행정보조 199명, 비서 40명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노동부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같은 노동부의 발표에 대해 “노동부는 계약직 노동자들의 고용이 안정되는 것처럼 치장하고 있다”라며 반박하고 있다. 공공노조에 따르면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지 않은 나머지 3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9월 30일자로 해고되거나 해고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보도자료에서 “5월말 현재 계속 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고 주로 육아휴직 등 정규직 근로자(직업상담원)의 일시 대체인력으로 근무하는 근로자는 무기계약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다”라며 “이 들 중 180여 명은 이미 지난 6월 초부터 9월 말 사이에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어 퇴직했으며, 나머지는 현재 기간제로 계속 근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노동부도 인정한 상시업무, 원칙 때문에 해고?

노동부의 주장과 달리 공공노조가 밝힌 지난 18일 노동부와의 면담 내용을 보면 당시 노동부 관계자가 “300여 명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출산 휴가 등에 대한 대체인력으로 사용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상시업무를 하고 있었다”라며 “‘원칙’대로 인력운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해고를 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그 일을 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노동부 관계자의 말은 “1년 미만이거나 일시 대체인력”이기 때문에 무기계약 전환에서 제외된 것이 아니라 비정규법이나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으로 생긴 ‘원칙’ 때문에 그간 상시업무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계약해지 된 노동자들이 하던 일을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면서 노동 강도가 더욱 강화될 것을 예상하게 한다.

이에 대해 박지영 공공노조 조직차장은 “부산에서는 10년 동안 근무하다 예산부족으로 4개월 동안 일을 쉬었다가 다시 일을 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 동안 연속근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계약해지 한 경우도 있으며, 노동부가 밝힌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의 경우 담당자가 명단을 올릴 때 일한 기간을 꼼꼼하게 적시하지 않아 경력이 무마되어 계약해지가 된 사람도 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또한 공공노조는 추석 직전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노동부는 넘치는 상시업무 때문에 온갖 기금을 끌어다 일용직 노동자를 고용해 왔으며, 이렇게 고용된 일용직 노동자의 수는 사무보조 노동자의 수보다 훨씬 많은 수였다”라며 “인력운용의 원칙은 필요한 업무만큼 노동자를 고용하고, 이들이 일하는 만큼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노동부의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도 해고 위험 노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기계약으로 전환된다는 239명도 해고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는 6급 이하 공무원과 동일하게 만 57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기타 휴일 휴가 등도 공무원에 준하여 보장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무기계약 노동자의 경우 노동 강도 강화는 물론이며, 의견수렴 중이라 밝히고 있는 ‘무기계약 근로자 관리규정(안)’에서는 “업무량의 변화, 예산 감축, 조직 축소 등으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할 때 근로계약의 해지를 할 수 있게” 했으며, “그 밖에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정이 발생한 때”라는 추상적인 조항을 제시해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조치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에 따른 무기계약 전환 대상 7만 명 중 5만 여 명을 차지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각 학교에 내린 ‘인사관리규정’에는 “업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업무태만의 정도가 심한 경우”와 같은 추상적인 기준을 해고 사유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공공노조 노동부비정규직지부는 “노동부는 계약직 노동자 중 절반에게는 해고를 날리고, 절반에게는 무수한 해고조항을 강요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재철 공공노조 노동부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은 “똑같은 비정규직인데 이 비정규직을 모두 보호하지 못한다면 뭐 하러 비정규법을 만들었으며,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을 한다고 하냐”라며 “상시업무에서 일하고 있는 기간제 노동자를 계약만료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빼앗는 대책은 거짓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이 본격화되면서 무기계약 전환의 기준과 노동조건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자들의 갈등은 계속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