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권을 하나의 평화적 권리로"

'정치적 평화적 신념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김태훈 씨

  지난 9월 28일 군산교도소에서 가석방 출소한 김태훈 씨 [출처: 병역거부자 김태훈 후원회]

대체복무제도가 종교적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한하여 시행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인권단체를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제도의 미흡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근 활동가 한 명과 자원 활동가 두 명은 지난 9월 22일 가까운 군산교도에서 자신의 평화적 신념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하여 수감되어 있는 김태훈 씨를 만나보았다.

김태훈 씨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2006년 5월 17일에 1심 1년 8개월 선고를 받고, 2006년 8월 17일에 항소심 기각판정을 받고, 같은 해 11월 6일 군산교도소로 이감되었다가 지난 9월 28일 군산교도소에서 가석방 출소했다.

3명의 활동가들 누구와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인연이기에 약간의 낯설음의 기대감으로 면회실을 들어갔다. 감옥생활이라는 어감만큼, 감옥에 수감되어 있을 우울한 상황에서 생활했을 사람이라는 선입견으로 다가가기에는 김태훈이라는 사람은 너무나 씩씩하고 맑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곳에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이 일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 같았다. 어떤 신념이 그를 당당하게 만드는 걸까?

양심적 병역거부는 '징집 대상자로서 종교적 혹은 양심적 동기로부터 나오는 깊은 신념에 따라 군복무 혹은 다른 직·간접적인 전쟁 및 무력 행위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그 양심적 동기 신념이란 무엇일까.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평화주의 전통에 근거하여 수천 년동안 이어져 온 인류의 보편적인 행위양식이자 권리이다. 18세기 들어 국민개병의 원칙에 입각한 징병제도가 각 국가별로 정착하게 되었으나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쟁에 대한 반성과 함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종교적인 동기에서만이 아니라 개인 양심상의 이유에 근거하는 보편적인 인권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미 유럽을 비롯한 독일, 이스라엘, 대만 등 40여 개국에서 헌법 및 하위법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와 실정이 비슷한 대만도 1999년 대체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인권국가라는 위상을 높임과 동시에 사회복지의 확대 및 군복무에 대한 형평성을 제고하고 있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국제법적 근거로는 세계인권선언 및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8조에 의한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를 누린다'를 비롯하여 1998년 4월 22일 유엔인권위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권과 관련 결의한 77호를 채택하여 지금까지 가장 중요하고 포괄적인 결정사항으로 유엔 회원은 이를 사회에 알리고 준수할 의무를 지닌다.

대한민국의 대다수의 남성들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이의를 가지면 개인의 이기성으로 치부되는 한국남성중심사회에서는 인정되지 못하는- 군입대라는 주류 사회의 관문인 듯한 일이 누군가의 양심에는 단 한순간도 총을 들 수 없는 양심에 반하는 일인 것이고 그러므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대한민국이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양성의 존중으로서 당연한 권리가 되어야 한다.

'정치적 평화적 이유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김태훈

"병역거부권을 하나의 평화적 권리로 인정하지 않고 소수자의 권리구제 수준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김태훈 씨와 20분 정도의 짧은 만남을 가지면서 나눴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출소가 얼마 남지 않은 줄 아는데 기분은 어떠한가?
김태훈: 출소를 얼마 앞두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지 시간이 더디게 간다. 하루 빨리 집에 가고 싶다.

교도소에서는 주로 어떤 생활을 하는가?
김태훈: 교도소에서의 작업을 위주로 생활하는데 작업은 교도소 내가 아닌 근처 공단의 작은 자동차부품회사 한 달의 20만 원을(교도소 생활 내에서는 상위 1%라는)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다. 일이 육체노동일이라서 처음에는 육체적으로는 피곤했지만 교도소 내가 아닌 외부에서의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생활이라서 좋다. 하지만 그것 역시 그 공장의 작업장 안이라는 작은 감옥이 존재하긴 한다.

얼마 전 국방부에서 이르면 오는 2009년부터 종교적,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사회봉사 등으로 군복무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추진하겠다 했는데 이러한 정부 방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태훈: 앞으로 어떻게 시행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우려스러운 점이 많은 것 같다. 일단 종교적 자유에서만 대체복무제가 허용된다는 점은 나와 같은 정치적 평화적 이유의 양심적 병역거부는 여전히 수용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대체복무기간이 현역의 2배인 36개월로 너무 길다. 그리고 대체복무지역 역시도 소록도등의 민간인과의 소통이 힘든 지역 인 것과 동시에 사회복지 활동역시 군복무 이상으로 힘들고 개개인의 확고한 신념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인데 정부에서는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그리고 역시 병역거부권을 하나의 평화적 권리로 인정하지 않고 소수자의 권리구제 수준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출소 후에 계획은 어떤가?
김태훈: 일단 집으로 가서 부모님과 친구들과 만나서 쉬고, 서울에 가서는 같이 활동했던 사람들도 만나고 싶다. 그 마음이 가장 크다. 빨리 28일이 왔으면 좋겠다.

(김미연 전북평화와인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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