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기관사 공황장애, 일반인의 ‘7배’

성모병원 산업의학과, 국내 최초로 도시철도 기관사 정신건강 검진 진행

공황장애는 7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4배

지하철 5, 6, 7, 8호선을 운전하는 기관사들 중 일반인에 비해 7배나 많은 수가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 뿐 아니라 주요우울증은 두 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4배나 많았다.

지하철 기관사의 건강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 사회적 파장이 높을 전망이다.

이 같은 결과는 카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산업의학과에서 국내 최초로 조사해 나온 결과이다. 그간 지하철과 철도를 포함해 기관사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기관사의 사망과 산재승인 문제 등을 둘러싸고 계속 제기되어 왔으나 전문 의료기관에서 대규모 기관사들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지긴 처음이다.

24일, 성모병원 산업의학과는 서울도시철도공사 대회의실에서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이번 조사는 2003년 8월에 두 명의 기관사가 자살로 사망하면서 노조 측의 끊임없는 문제제기로 이뤄지게 되었으며, 조사는 올해 1월부터 9월 16일까지 서울도시철도공사에 근무하는 961명의 기관사 중 83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24일, 서울도시철도공사 대회의실에서는 카톨릭대학 성모병원 산업의학과의 최종보고회가 열렸다.

특히 정신건강에 초점이 맞춰진 이유에 대해 성모병원 산업의학과는 보고서에서 “기관사들이 운전을 하는 공간은 주로 지하공간으로, 심리적 폐쇄감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뿐 아니라 지하철에서 자살을 포함한 사상사고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사들이 사고발생을 예측하기 어렵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훨씬 큰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된다”라며 “적절한 프로그램이 없는 상태에서 사고를 경험한 기관사는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등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기관사들, 사망사고 시신 직접 수습에 운전도 계속

발표된 최종보고서의 내용은 충격의 연속이다.

사고 경험 유무를 떠나 기관사들은 일상적으로 정신질환에 노출되어 있었다.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주요우울증은 전 국민 유병률이 2.6%에 비해 기관사는 3%가 나와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에 대해 성모병원 산업의학과는 “일반적으로 직장인의 경우, 사회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예방효과를 갖는 다는 점에서 일반인구집단에 비해 낮게 나오는 것이 일반적임에 반해, 오히려 높게 조사된 점은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고를 경험한 기관사들의 정신건강 상태는 더욱 나빴다. 특히 1년 유병률의 경우 일반인구 집단에 비해 8배가 높았다.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고 발생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지하철에서 사고가 나는 경우 전체 사고 중 사망사고는 53.6%에 이른다. 사망사고 발생 시 기관사의 56.6%가 직접 시신을 치우는 등 사고처리를 했으며, 사고 발생 후 휴가를 받은 경우는 46.8%에 불과했다. 또한 85.7%의 기관사는 사고 발생 후에도 계속 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사고를 경험한 기관사의 17.7%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 21명 드러나, 전직 휴직 퇴사자 등 포함되면 더 많아

이런 조사 결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기관사 21명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들은 현재 치료를 하고 있거나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이 조사는 노사가 조사를 하기로 합의한 2005년 이후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진행된 것이라 이 과정에서 전직을 하거나 휴직 또는 퇴직, 사망한 기관사들은 포함되지 않아 만약 이들을 포함해 조사를 하면 더욱 높은 수치가 나올 것이라는 제기도 이어졌다.

이병근 서울도시철도노조 승무본부장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2년 동안 실제로 심하게 아픈 사람들을 직무전환배치 하는 과정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 인원은 30~40여 명의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병근 승무본부장은 “포함되어야 할 많은 분들이 빠졌음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충격이다”라고 밝혔다.

이런 결과에 대해 성모병원 산업의학과는 “사상사고 후 기관사들의 산업의학과 및 정신과와의 상담을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성모병원 산업의학과, “2인 승무 해야”

특히 성모병원 산업의학과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1인 승무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2인 승무의 필요성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최종보고서에서 성모병원 산업의학과는 “2인 승무는 승객의 안전을 담당할 수 있는 영역으로 추가 1인이 배치되어, 평소에 승객의 안전을 담당하고, 이례적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2차 사고 발생의 예방, 사고발생 기관사의 정신건강보호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는 현재 한국철도공사 등이 시행하려는 1인 승무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물론, 1인 승무에 반발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도시철도공사 현행 복귀프로그램 문제 많아, "외국은 사측이 나서서 만들어"

한편,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마련하고 있는 복귀프로그램의 문제점도 지적되었다. 최종보고서는 현행 복귀프로그램에 대해 “복귀프로그램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가 담겨져 있지 않으며, 전문가의 개입과 조언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라며 “자칫 요양자의 복귀가 업무 부적합자의 색출이나 심지어 강제적 복귀로 인한 심리상태 위축을 유발해 실제 업무 복귀를 못하게 될 가능성 또 한 있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김형렬 산업의학과 의사는 "사고 이후 기관사들에 대한 복귀프로그램에 대한 외국사례를 살펴보면 이 부분은 노동자들의 요구로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라며 "숙련된 기관사들의 작업능률을 올리고, 이들이 안전하게 운전하게 하기 위해 사측이 나서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태그

지하철 , 공황장애 , 기관사 , 1인 승무 , 도시철도공사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이꽃맘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