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삼성! 전직 간부에 의해 ‘삼성 비자금 조성’이 폭로된 지 불과 3일,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그 파장의 파고는 예상 밖으로 높지 않다. 안팎 단속에 철저했던 ‘관리의’ 삼성의 ‘검은 돈’이 폭로되자 언론은 자발적으로 침묵을 선택했다.
‘삼성 비자금’ 폭로 이후 3일 동안 30여 개 일간지, 6개 방송사, 10여 개 인터넷언론사를 통틀어 관련 보도가 31일 현재까지 채 70여 건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 중 30여 개, 절반 가까이의 기사가 한겨레신문의 싹쓸이 보도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언론이 ‘삼성비자금’ 관련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31일 성명에서 “삼성의 광고협박에 휘둘리지 말고 언론은 정론직필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언론사 재정구조에 골간을 이루는 광고, 그 중에서도 ‘국내 1위 기업집단’인 삼성의 광고가 떨어질까봐 알아서 입 다물었다는 얘기다.
언론연대는 “전 국민을 술렁이게 만드는 큰 의혹임에도 ‘삼성 X파일’에서도 그러했듯이 대부분의 언론은 애써서 ‘삼성 비자금’을 눈감으려 하고 있다”며 “언론이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벌떼 같이 일어나 기사화하고 언론의 본질까지 논란을 벌이며 보도했던 '신정아 관련 사건'과는 너무나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연대는 이어 “이러한 언론의 태도는 ‘신정아 관련 사건’은 광고가 붙고, ‘삼성 비자금’은 광고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더 이상 ‘1등 광고주 삼성’이 성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언론들이 ‘삼성 비자금’ 보도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