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권력 감시를 위해 정부의 취재 지원 개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던 대한민국 언론의 사명감이 고작 이 수준이었단 말인가"

'삼성 비자금' 관련 언론이 일제히 입을 닫자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가 입을 열었다. 언론노조가 정부의 취재지원방안에 대한 언론의 태도까지 거론하는 등 아픈 곳을 찌르면서도 '할 소리는 해야겠다'고 나선 것이다.

언론노조는 31일 성명에서 "세계 일류 기업을 자처하는 삼성의 불법 행위 폭로는 전국민적 관심사이며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가려야 할 사안"이라며 "한겨레를 제외한 언론사는 이 사안을 축소 보도하기에 급급했고 그마저도 진실 규명보다는 김 변호사와 삼성 간 공방 수준으로 보도하면서 본질을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정치권력을 향해선 막말까지 쏟아내며 비장한 비판자 행세를 해온 언론들이 재벌 삼성을 향해선 입을 쏙 닫아버린 처사를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며 "언론들이 삼성 비자금 문제를 은근 슬쩍 비껴가려 한다면 재벌에 대한 아첨을 넘어 국민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는 "모든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즉각 삼성 비자금 조성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취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검찰 역시 재벌과 자본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행태를 거두고 즉시 삼성을 포함해 기업의 불법 비자금 조성을 전면 수사해야 한다"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언론과 검찰을 향해 '삼성 비자금'의 내막을 밝히는 데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