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원, 기자 사칭하며 채증하다 덜미

백혈병 진상규명 요구 기자회견, 삼성 총무부 직원이 촬영

삼성전자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어난 백혈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노동사회단체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20일 발족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과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삼성반도체 직원이 기자임을 주장하며 전 과정을 촬영했다가 적발돼 말썽을 빚었다.

  대책위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기자를 사칭한 삼성반도체 총무부 직원 박모 씨를 추궁하고 있다. [출처: 다산인권센터 제공]

이 직원은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소속을 묻자 '뉴시스 객원기자'라고 답했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뉴시스 기자들의 추궁으로, 삼성반도체 총무부 직원 박모 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뉴시스 기자가 아님이 확인된 순간 박모 씨는 직접 사진을 삭제해 보이며 상황을 모면하려 하다가, 디지털카메라 메모리카드에 삼성 직원임을 알 수 있는 *******@samsung.com 이라는 이메일 주소를 들켜 덜미를 잡혔다. 이후 박모 씨는 대책위 관계자들이 112에 신고함에 따라 용인 고매파출소에서 조사를 받았다. 뉴시스는 해당 직원을 기자 사칭 혐의로 고소한다는 계획이다.

  기자를 사칭하다 적발된 삼성 직원의 카메라 메모리카드에 삼성 이메일 주소가 찍혀 있다. [출처: 다산인권센터 제공]
최근 '말이 많은' 삼성이 이제는 직원에게 '기자 사칭 채증'까지 지시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의 치졸한 행각은 어디까지인가"라며 경악하고 있다. 삼성반도체 대책위원회 소속 단체인 다산인권센터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즉시 성명을 내고 "삼성은 삼성을 비판하는 모든 활동에 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보 수집을 하기로 유명한 기업"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기자 사칭은 물론이고 불법적인 수단을 가리지 않고 수집된 정보와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사실을 은폐하고, 당사자들에게는 협박과 회유를 통해 고통을 주고 있는 삼성식 시나리오는 과거 수많은 삼성 관련 사건과 노동 범죄에서 이미 경험했다"며 "막대한 비자금이든 삼성 비판을 막기 위한 자금이든 노동자들의 피땀이며, 그렇게 조성한 돈을 노동자 억압에 쓰지 말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