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물 투쟁 지도자, 모랄레스 대통령에 쓴 소리

[인터뷰]오스칼 올리베라 볼리비아 제조업 노조 사무총장

2006년 1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자연자원을 약탈하고 차별과 치욕, 증오를 안겨준 끔찍한 시대를 바꿀 때가 됐다"며 "제국의 손을 꺾기 위해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며 출범을 선언했다. 처음으로 선주민 출신이 대통령에 오르면서, 볼리비아의 사회운동에서는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컸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취임이후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볼리비아는 제헌의회를 둘러싸고 격렬한 갈등을 겪고 있다. ‘21세기 사회주의’를 향한 볼리비아의 변화의 흐름은 그 어느때보다도 역동적이다.

현재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을 바라보는 볼리비아 민중운동의 시각은 어떨까? ‘물사유화 저지 대중 강연회’를 위해 한국을 찾은 물과 생명 수호위원회 대표 오스칼 올리베라 볼리비아 제조업노조 사무총장을 만났다.

개헌논의 수도이전으로 왜곡

오스칼 올리베라 사무총장은 “지금 볼리비아 사회는 내전이라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서쪽에는 가난하고 빈곤한 세력이, 동쪽에는 자원을 소유한 부유한 세력이 있는데, 보수 세력은 조작을 통해 이들을 충돌시키려 하고 있다”며 현재 볼리비아의 상황을 전했다.

“개헌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사망자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민들 사이에서 충돌이 있었다. 현재 구조적인 변혁을 위해 논의가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수도가 어디로 이전할 것인가라는 표면적인 겉치레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개헌 논의가 왜곡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현재 개헌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보수세력이 격렬히 반발하고 있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오스칼 올리베라 사무총장은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오스칼 올리베라 사무총장은 “지금의 에보 모랄레스 정부에게 의제로 요구하는 것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새로운 정치체제의 수립이다. 대안을 통해, 참여적, 민주적 정치체제를 갈망하고 있다. 두 번째는 천연자원 가스, 석유 등이 다국적 기업 소유로 되어 있는데, 민중을 위해 쓰이기를 원하고 있다. 이 다국적 기업에는 한국기업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 세 번째는 평등하고 차별없는 토지분배며, 네 번째는 볼리비아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방치했던 정치인의 처벌이다. 그러나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천연자원 국유화로 국가수입만 늘어"

특히 천연자원 국유화에 대해서는 국가의 수입이 늘어났을 뿐 실제 민중들에게 돌아온 것은 시혜적 차원의 보조 정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가 구체적으로 국유화를 놓고 요구한 것은 10년 동안 다국적 기업이 세워놓은 체제를 무너뜨리고 볼리비아 민중의 것을 세우는 일이었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의 계약이 (에보 모랄레스 정권아래서도) 연장이 되었고, 기업으로 부터의 수익과 세금이 늘어났을 뿐이다. 정부는 이 수익을 통해 사회약자와 구제책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의 삶이 조금 개선될 수는 있지만, 새로운 경제체제를 도입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오스칼 올리베라 사무총장은 천연자원의 국유화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토지분배’로 꼽았다. 오스칼 올리베라 사무총장은 “정부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부분은 토지를 지키기 위한 세력간의 다툼 때문에 무력충돌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토재분배를 두고 만들어지고 있는 첨예한 대립을 설명했다.

사회운동 모랄레스 대통령의 포섭전략으로 혼란

아울러 오스칼 올리베라 사무총장은 볼리비아 사회운동의 지지를 받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취임한 후 사회운동이 겪고 있는 혼란함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 놓았다.“지난 8년 동안 사회운동의 활력소는 자립적이고, 평등하고, 참여적인 사회운동의 힘이었다. 아쉽게도 정부는 사회운동 단체의 인사들을 포섭해서 사회운동을 저해하고 있다. 사회운동은 혼돈에 빠져있고, 힘을 잃었다”며 사회운동이 겪고 있는 딜레마를 설명해 주었다.

“이것은 개인적인 경험이기도 하지만, 다른 동지들과의 결론은 좌절, 슬픔, 그리고 걱정이다. 지금의 상황은 아이러니 하다. 이전의 정부 기관 밖에서 이들에 맞서 투쟁을 했는데, 그 때의 동지가 정권에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맞서 싸워야 할지 모르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우리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공간이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볼리비아 사회운동의 고민이다.

오스칼 올리베라 사무총장은 2002년 코차밤바 물 사유화 투쟁과 2003년 천연가스 사유화에 맞선 투쟁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그러나 노동운동에서 출발해 현재 ‘물과 생명을 수호’하기 위한 사유화 저지 투쟁의 선두에 서 있는 그 개인의 역사는 볼리비아 노동운동의 과거와 현재를 대변하는 것 같아 보인다.

“광업 분야의 노동조합은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이들의 세력은 대단했다. 노동운동이 20세기를 주도하면서 새로운 지평선을 열었다면 이제는 다른 단계다. 고용이나 임금이 사회운동의 이슈라기보다는 사람들을 묶는 것은 가스 등 공공재의 문제다. 공공기업의 사유화 문제들이 현재의 연대감을 형성하고 있다”며 천연자원의 사유화 문제에 있어서 노동운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스칼 올리베라 사무총장은 한국의 사회운동에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공동의 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WTO, IMF, 다국적 기업, 물, 석유회사, 광업 회사, 미국의 제국주의는 우리가 겪고 있는 공동의 경험이다. 따라서 공통의 적이 있다면 행동도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오스칼 올리베라 사무총장은 현재 물 사유화 저지 투쟁을 하고 있는 한국의 사회운동에게 “물 사유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면 물과 같이 맑아야 하고, 흘러야 하며, 물이 주는 기쁨을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덧붙이는 말

오스칼 올리베라는 볼리비아 제조업 노조 사무총장은 2002년 볼리비아 코차밤바 물 사유화 저지 투쟁 및 2003년 가스 사유화 저지 투쟁에서도 지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에 한국의 물 사유화 저지를 위한 대중강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