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할아버지의 작은 꿈

[두 책방 아저씨] (10) -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얼마 앞서 내가 일하는 책방으로 학생들이 몇 사람 왔다. 책방 살림이 어려운데 어떻게 이곳저곳에 돈을 내는지 물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돈을 내는 진보 인권 평화 환경 모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맡아서 하니 얼마나 기쁘겠어요. 나는 책방 일을 하느라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잘사는 세상, 온 세상 아이들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는 세상, 살아 있는 모든 목숨붙이들이 제 목숨대로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을 게을리 하는데 내가 돈을 내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런 일을 열심히 하지요.

큰 기업에서 일억을 내는 것 보다 나 같이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 만 사람이 만원씩 내는 게 훨씬 나아요. 큰 기업에서 한꺼번에 돈을 내지만 그들은 그들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품삯을 조금 올려달라고 하면 들어주지 않지요. 그런 기업들이 돈을 내는 것은 어쩌면 자기들 이름값을 높여서 더 많은 돈을 벌려는 생각이지요.


이런 말을 했다. 두 시간 가까이 긴 말을 나누고 나서 어떤 학생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아저씨가 생각하는 ‘부’란 무엇이에요?

나는 잠시 생각을 하고 나서 말을 했다.

학생들은 권정생 할아버지를 아세요? ‘몽실 언니’, ‘강아지 똥’ 같은 어린이 글을 쓴 사람이지요. 그 분이 지난 오월에 돌아가셨어요. 그 분이 돌아가시자 그 분이 살던 시골 할머니들이 놀랐지요. 권정생 할아버지가 그냥 옛이야기 잘하시고 외롭게 혼자 사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 분이 돌아가시자 수많은 사람들이 그 조그만 시골에 찾아와서 슬퍼했지요. 그리고 권정생 할아버지는 한 달에 오만 원으로 사실 만큼 가난하게 사셨는데 돌아가시고 나서 그 분 통장에는 십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 있었지요.

권정생 할아버지는 그 돈은 아이들이 당신 책을 읽고 벌었으니 아이들에게 쓰여 져야 한다고 하시며, 굶주리는 한반도 북녘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돈이 남으면 아프리카 중동에 사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라고 했지요. 권정생 할아버지는 돈이 많은 부자가 아니라 마음이 맑고 밝은 부자였어요. 스스로 가난하고 힘들게 사셨지만 언제나 어른들 욕심으로 아파하고 쓰러지는 아이들을 보듬고 사랑했으니.

요즘 학생들은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진짜 해야 할 공부는 자기 마음 밭에 평화와 나눔 씨앗을 뿌리는 공부예요. 자기 목숨이 귀하면 다른 이 목숨도 귀하지요. 다른 이들을 내 몸처럼 아끼는 공부를 해야지요. 하지만 지금처럼 지구 살림살이가 하나가 되어 내가 행복하면 다른 이들은 그만큼 불행해지는 세상에서는 그런 공부를 하기가 참 힘들죠. 하지만 우리 모두가 잘살려고 한다면 모두들 조금씩 가난하게 살 생각을 해야 해요. 갈수록 온갖 기계를 많이 만들어 살고 기름을 없애며 개발을 해서는 돈 있는 몇몇 사람들은 잘살지 모르지만 목숨 있는 모든 것들은 제 목숨대로 살 수 없어요.

권정생 할아버지는 젊은 나이부터 늘 오줌보를 차고 다닐 만큼 아프셨지요. 할아버지는 다시 태어나면 몸이 튼튼한 젊은이로 나서 사랑하는 사람이랑 살면서 아이를 낳고 작은 텃밭을 일구며 오순도순 살고 싶다고 했어요. 사람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글을 많이 쓰셨던 권정생 할아버지는 이런 작은 꿈을 꾸셨지요. 지금 젊은 사람들도 이런 꿈을 꾸었으면 좋겠어요.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새해 첫날이면 ‘부자 되세요’ 라고 말하지요. 진짜 부자는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에요. 스스로 가진 것을 맑고 밝은 마음으로 서로 나누는 사람이지요. 그리고 기계 쓰는 삶을 줄이고 스스로 먹을거리를 일구면서 조금은 가난하지만 고루 잘사는 세상을 안아 오려고 애쓰는 사람이에요.


2007년 11월 21일
새벽이 걷히고 아침이 환하게 밝은 무렵 풀무질 일꾼 은종복 씀
덧붙이는 말

은종복 님은 풀무질 서점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