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계열사도 '죽음의 공장' 위험

금속노조 ASA지회, 한국타이어 본사 앞 상경투쟁

직원 15명의 돌연사로 최근 사회적 질타를 받고 있는 한국타이어가, 이번에는 계열사에서의 노조탄압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한국타이어 계열사이자 업계 1위의 알루미늄 휠 생산업체인 (주)ASA의 충남 금산공장 노동자들은 지난 10일부터 서울 역삼동 한국타이어 건물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이들은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ASA지회 조합원들로 "ASA의 모든 인사권과 경영권을 갖고 있는 한국타이어가 노동조합 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3일째 역삼동 한국타이어 본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ASA지회 조합원들

지난 10월 노동조합을 설립한 ASA지회 노동자들은 그동안 회사측에 4차례의 교섭 요청을 했으나 "노동조합을 인정할 수 없다"는 회사측의 반발로 지난 11월 파업에 돌입, 3일째 한국타이어 본사 앞 상경투쟁을 전개하는 중이다. 사측은 이에 맞서 11월 20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김남 ASA지회 노동안전부장에 따르면 회사측은 "우리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라,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한국타이어 측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는 것.

"한국타이어는 ASA노조 인정하고 건강대책 마련하라"

ASA지회는 노동조합 인정과 더불어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위배되지 않는 최소한의 작업장 환경 개선을 원하고 있다. 15명의 죽음을 부른 한국타이어의 경우, 최근 대전지방노동청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183건의 산재 은폐,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는 초유의 결과가 나온 바 있어, 계열사인 ASA의 작업장 실태도 주목된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ASA 금산공장은 12시간 주야 맞교대에 월평균 시간외 근로가 110시간에 이르며, 작업장 안 분진과 가스, 고열에도 적당한 환기 장치조차 없어 열악한 상태이고 병이 나도 휴가나 산재처리가 어렵다고 한다.

용접 공정에서 일하는 장태현 조합원은 "용접 부위를 오래 쳐다봐 눈에 실핏줄이 터져 눈을 못 떠도 월차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용접 시 가스가 발생하고, 알루미늄을 가는 브러쉬 작업에서도 유해한 분진 가루가 대량 발생하지만 전혀 환기가 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유해물질인 석면과 한국타이어에서 문제가 된 '솔벤트'가 사용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태현 조합원은 "내가 근무한 5년 동안 생산량은 계속 늘어났지만 경영진은 연말마다 적자라고 한다. 5억 원, 10억 원의 기계를 들여놓고 별로 쓰지도 않고 버리는 방만한 경영 탓인데도 적자 이유를 생산직 사원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적자를 이유로 근무일수를 줄여 임금을 줄이고, 최저임금에 맞추기 위해 상여를 깎아 일급에 산입시키는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고 한다.

ASA지회는 "ASA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는 한국타이어가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현장의 인권유린과 건강파괴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으로,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한국타이어 본사 앞 농성을 지속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타이어 측은 "ASA의 노사관계는 우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병관 한국타이어 홍보팀장은 "한국타이어가 ASA의 지분 70%를 갖고 있고 계열사인 것은 맞으나 노조의 주장과 달리 경영은 철저히 분리돼 있다"며 "ASA의 경영진이 따로 있으므로 그쪽 노사가 풀어야 할 문제다, 한국타이어는 이에 대해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김남 ASA지회 노동안전부장

  김남 ASA지회 노동안전부장
한국타이어 본사 앞 상경투쟁을 하게 된 배경은

지난 10월에 노조를 설립하고 4차례 교섭을 요청했지만 회사측은 묵묵부답이었다. 11월 2일에 중노위의 조정이 중지되고 나서도 대화를 요구했지만 대답이 없어 11월 11일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 ASA 경영진은 한국타이어 경영진에게 조종받고 있다. 자신들이 스스로 "우리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경영권 인사권을 갖고 있는 한국타이어 측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 위해 3일째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작업장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믿기 힘들 정도일 것이다. 알루미늄을 찍어내면서 고열과 분진이 발생하고 석면과 가성소다까지 사용하는데도 중앙집진 장치는커녕 국소배기 장치도 안되어 있다. 이로 인해 늘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고 한여름에는 5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솔벤트와 유기화합물을 사용하는 도장부에서는 페인트 불량이 나지 않아야 한다며 사람에게 직접 수동으로 하도록 하기까지 한다. 12시간 맞교대로 잠이 모자라도 일요일엔 강제근무를 해야 하며 식사시간은 30분 뿐이다.

그같은 작업환경으로 인해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

일단 '내 몸이 병들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감기에 걸리면 한 달 이상 떨어지지 않고 살이 잘 찌지 않는다. 알루미늄 쇳물이 발에 튀어 살이 짓무르고, 깁스를 해도 출근을 해야만 한다. 도장부의 경우 만성 축농증에 시달리고 모든 직원들이 기관지와 호흡기 질환이 있다. 늘상 아픔을 호소하지만 낫지 않고 웅크리게 된다.

기계부품도 상하면 교체되는데 우리는 기계만도 못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파서 못 나오면 무단결근 처리되고 임금이 깎인다. 화가 치밀어오르고 억장이 무너져 '쉬게 해 달라'고 항의하면 '인원이 모자라 안된다'고 하고, 그럼 '인원보충을 해 달라'고 하면 '적자라 안된다'고 한다. 항의하는 직원에게 강제 전환배치나 시말서를 쓰게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앞으로의 투쟁계획은

전 라인에 최소한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걸맞는 처우 개선이 돼야 한다. 서울 상경투쟁은 시작에 불과하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차원의 연대투쟁과 지부 총파업도 계획돼 있고, 그래도 해결이 안된다면 금속노조 차원의 연대로 끝까지 투쟁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