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부토 전 총리가 폭탄테러로 사망한 이후, 파키스탄 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총선을 2주 앞둔 시점에서 테러로 부토 총리가 사망하자 “민주주의의 후퇴”라며 분노가 들끓고 있다.
부토 대신 누구를...고민에 빠진 미국
무샤라프 대통령과 부토 전 총리의 ‘권력 분점’ 협상을 주도했던 미국 입장에서는 다른 인물을 누구로 내세울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미 중앙정보국에 근무했던 브루킹스 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9월 존 니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이 파키스탄 수도를 방문했을 때,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정부에 대한 민주주의적 외관을 요구했다. 네그로폰테 부장관은 그 외관으로 부토 전 총리가 적임자라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부토 전 총리의 귀국이 미국의 작품이라는 점을 시인했다.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파키스탄의 정정을 안정시키는 것은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있어서 핵심적 요소. 미국의 입장에서는 부토 전 총리를 대신할 인물을 찾거나 무샤라프 대통령의 군부 통치를 용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부토 전 총리의 숙적이었던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의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유력시 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부토 전 총리 테러 사망 사건에 대해 “미국은 파키스탄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잔인한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비겁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번 암살을 저지른 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고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파키스탄 국민들에게 민주주의를 향한 노력을 포기해선 안된다며 “테러와 극단주의 세력과 맞서 싸우고 있는 파키스탄 국민들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부토 전 총리를 민주화 열사로 몰고 가는 시각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고 있다.
진보 저널인 카시미르 어페어스(Kashmir Affairs) 편집발행인인 무타라자 쉬브리는 부토 전 총리도 두 번의 재임기간동안 “민주주의를 질식시켰으며, 민주적 기구들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군 진압과정에서 민간인 수천 명 살해도
무타라자 쉬브리 편집발행인은 이번 테러가 선거민주주의에 타격을 주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재임기간 동안 국가의 절대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파키스탄인민당(PPP) 당수 자리를 놓지 않았다”, “이전 정권들에 비해 부토 정부의 부패가 더 심각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무타라지 쉬브리 편집발행인은 부토 전 총리가 “국부를 약탈해 두바이, 영국 다른 서구에서 주로 거대한 자산들을 집적했다”고 주장했다. 또 반군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비무장 민간인 수천 명을 살해하는 무자비한 작전을 감행하기도 했다”며 인권유린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는 점도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의 지원을 받아 귀국한 후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했던 부토 전 총리는 집권 당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해, “탈레반의 형성을 도운 것도 바로 그녀의 정부”라고 지적했다.
무타라자 쉬브리 편집발행인은 부토 전 총리 남편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부토 전 총리의 남편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도 “부패와 폭력으로 악명이 높았다”며 심지어 “그의 반대파들을 고문하는 개인 감옥을 유지하기도 했다고”고 밝혔다.
그리고 “바로 이런 모든 것들이 ‘민주적으로 선출’되어 권력을 잡고 있을 때 일어났다”며 부토 전 총리가 ‘민주화 열사’로 추켜세워지고 있는 현재 분위기에 경각심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