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쇄신위원회가 '대표 합의 추대'를 골자로 한 당 쇄신안을 확정 발표했지만, 신당은 당을 수습할 실마리를 찾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그간 '경선' 주장을 해온 정대철 상임고문 등이 일제히 쇄신안에 불만을 터뜨리고 나서, 논란은 오히려 번지는 모양새다.

당 쇄신위, ‘합의 추대를 통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안 확정

쇄신위를 이끌고 있는 김호진 위원장은 이날 '대선평가와 당 체제혁신 방안' 자료를 배포해 "대선 이후 당의 구심력이 이완되고 있어 조속한 새 지도체제 구성이 시급하다"며 "총선 이후 재정비를 전제로 조속한 시일 내에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도체제의 형태와 관련해 "쇄신 이미지, 조직 구심력 확보, 득표 전략 등 다차원의 요소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단일성 집단 지도체제'가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당내에서 핵심 논란이 되고 있는 지도부 선출 방식과 관련해 쇄신위는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 측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합의 추대' 방식에 손을 들어줬다. 김 위원장은 "우리에게 무엇보다 긴급한 과제는 당을 조기에 안정시키고 질서 있게 정국에 대응할 수 있는 진용을 갖추는 일"이라며 "합의 선출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대철 상임고문 등이 주장하고 있는 '경선을 통한 지도부 선출' 방식에 대해서는 '절차적 정당성 확보' 등의 긍정적 측면을 지적하면서도, "현재의 경선 토대로는 기득권 구조가 재생산될 우려가 있고, 책임공방 등으로 당내 분란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며 "경선을 위한 한 달여의 기간 동안 정국대응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합의 추대' 방식과 관련해 당 쇄신위는 △현 최고위·상임고문 연석회의가 신임 당대표 1인 추천 △신임 당대표가 나머지 최고위원 추천 △중앙위원회가 추천된 신임 당대표와 최고위 일괄 인준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신임 당대표와 최고위원 추인 등의 선출 절차를 제시했다.

"총선 공천에서도 인적쇄신 철저히 실행되어야"

한편, 김 위원장은 "지도부의 교체는 물론 18대 총선 후보 공천에서도 인적쇄신은 철저히 실행되어야 한다"며 총선 공천에서의 대대적 '물갈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인적쇄신의 방향과 관련해 "비리, 부정 등 구시대적 정치행태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인사들은 후보군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며 "후보공천은 현역의원의 기득권이나 계파의 이해관계를 철저히 배제하는 등 혁명적 수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인적쇄신의 범위 등을 적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현역의원들에 대해 "현역의 기득권 재생산 구조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며 "현역 의원의 경우 해당 지역구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평가자료를 확보해 사전에 교체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대철 등 "경선을 통한 선출" 재차 주장.. '손학규 추대론' 견제구

쇄신안이 확정됐지만, 신당 내부에서는 파열음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정대철 상임고문 등이 당 쇄신안이 이대로 확정될 시 '손학규 추대론'에 무게가 실릴까 경계하고 나선 것.

정대철 상임고문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합의추대 방식이 아닌 경선을 통한 선출을 재차 주장했다.

김한길계 염동연 의원 역시 이날 "지도부 합의추대는 불타버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벽에 회칠하는 꼼수"라며 "치열하고 정당한 경쟁에서 승리해 당원과 국민 앞에 당당히 인정받는 새로운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경선 실시를 주장했다.

추미애 전 의원도 이날 "당의 간판인 대표를 새롭게 추대하는 것을 마치 쇄신방안의 전부인 것처럼 내세운다면,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참혹한 심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당이 사상 유례 없이 참패하고도 처절한 반성과 기득권의 포기 대신에, 계파별로 새 대표 추대론이 춤추고 있다"고 '합의 추대'로 확정된 쇄신안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