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보다 인간을!' 1.26 국제 주거권 행동 제안

[1.26세계행동의날] 투기성 개발의 중단! 강제퇴거 중단! 온전한 주거권의 실현!

세계 사회운동 진영의 전략적 소통 공간으로 성장한 세계사회포럼(WSF). 2009년 아마존 대회을 앞두고 2008년에는 1월 26일 '세계행동의 날'을 기점으로 각국에서 분산 개최될 예정이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2008년 세계사회포럼, 1.26세계행동의 날 행사와 관련한 국내외 소식과 기고 글들을 집중이슈로 묶었다. 지난 8일 한국에서도 '2008년 세계사회포럼(WSF) 1.26 세계행동의 날'을 준비할 (한국) 조직위원회가 공식 출범했고, 22일 부터 26일 간 진행 될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1.26 조직위원회와 공동 기획을 통해 세계행동의 날을 함께 준비한다. 이 글은 '1.26 국제주거권 공동행동 기획단'이 기고한 글이다.
-[편집자 주]


1988년 한국 사회의 선진국 대열로의 진입을 선포한 88서울올림픽. 그러나 국제행사를 치르기 위한 ‘아름답고 깨끗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무려 72만 명에 달하는 가난한 서울시민에 대한 강제퇴거가 자행되었다. 동시에 거리 미관을 위한 명분으로 대대적인 노점상 철거가 있었다. 당시의 강제철거의 상황을 그린 ‘상계동 올림픽’에는 일순간 삶의 터전을 잃고 명동성당에서 300여 일 간이나 천막생활을 하던 주민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신자유주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 전 세계 곳곳에서는 극소수의 가진 자들을 위한 도시 개발이 이루어지며 가난한 이들의 주거권 박탈의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개미굴 같이 빡빡한 슬럼에 몰아넣고 부자들은 정원과 공터를 마음껏 누리는 것이 수많은 도시들의 특징이다. 인도의 뭄바이의 경우 토지의 90%를 소유하는 부자들은 정원이 딸린 저택에서 안락함을 누리는 반면, 빈민들은 토지의 10%에서 구겨져 살아간다.

  지난해 진행 된 '1017 세계 빈곤철폐의 날’행사 모습/ 이정원 기자 [참세상 자료사진]

도시재개발은 사적인 이윤의 보장과 사회적 통제를 동시에 극대화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공권력이 사람들을 쫓아내는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이러한 도시재개발 과정의 강제퇴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남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도시에 사는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지만 이 과정은 농민들이 토지와 주거에 대한 권리를 빼앗긴 채 도시빈민이 되어가는 과정이었으며, 도시 재개발은 도시빈민을 다시 변두리로 몰아내거나 열악한 주거환경에 쓰레기 던지듯 쳐 박는 과정이 되고 있다.

오늘날의 도시는 민중들이 노동하고 생활을 영위하는 건강한 공간과는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수많은 시민들이 전월세 등 임대료 부담에 시달리며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평생을 뼈 빠지게 일해야만 한다. 제 몸 하나 뉘일 공간이 없는 노숙인들은 멸시와 추위 속에 거리에서 죽어간다.

가진 자들만을 위한 주택정책을 넘어서는 주거권 운동을 전개하자

한국사회의 땅 부자 1%가 전체 사유지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집 부자 상위 100명은 1인당 평균 155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 한편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그러나 전체 국민의 절반은 자기 집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급 부족을 운운하며 아파트 건설 규제 완화에 여념이 없다.

새로 출범할 이명박 정부는 벌써부터 도심지역 주택 용적률을 높여 초고층 아파트를 지어 올리는 한편, 취득·등록세, 양도소득세(1가구 1주택) 등 거래세 인하나 종부세 대상 축소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현행 6억 원으로 되어 있는 고가주택 기준도 9억 원대로 높이겠다고 한다.

공급을 늘리고 분양가를 낮추고 무주택 세대주에게 우선권을 주면 주거권은 실현될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들어가 살 수 있는 만큼 집이 확보되어야 하고 주거비 부담은 줄어야 하고 절실한 사람들부터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어난 공급을 해소하지 못할 때, 낮은 분양가가 투기의 기회가 될 때, 세대주 기준이 정상가족모델만을 고집할 때, 이 정책들은 주거권 침해를 가속화시키는 폭탄이 될 뿐이다.

집이 상품인 한, 주거권 실현은 불가능하다. 집값도 잡힐 리 없고 집이 필요한 사람에게 집이 돌아갈 리도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정책은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여 거품 경제를 지탱하고 가진 자들의 투기 수단으로서 주택을 더욱 많이 만들기 위한 가진 자들의 정치에 불과하다.

우리의 삶의 터전을 상품으로 둔갑시켜 가난한 이들의 권리도 우리를 둘러싼 자연환경도 포크레인으로 마구 파헤치고 있는 지배세력에 맞선 주거권 운동이 필요하다. 미관과 환경을 개선한다는 도시개발은 전 국토를 투기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집을 둘러싼 우리의 삶의 공간을 이루는 가치와 관계들을 무자비하게 파괴한다는 점이 폭로되어야 한다.

경부 대운하가 일시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와 개발기대심리의 자극으로 주식시장 부양을 일으킬 수 있는 있지만 개발 지역의 농민, 영세세입자의 삶을 무참히 짓밟으리라는 것, 우리의 강과 땅과 숱한 생명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도록 초토화시키라는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확장된 주거권 운동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주거권 운동이 철거민들의 처절한 투쟁을 통해 세입자의 주거권 보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도시개발과 주거권을 둘러싼 정치가 보다 확대되어야 한다. 인간과 세계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자들과 생태와 공동체의 가치를 보전하고 다른 세계를 지향하는 이들 간의 싸움이 되어야 한다. 다른 세계를 지향하는 우리의 화두는 투기성 개발의 중단! 강제퇴거 중단! 온전한 주거권의 실현이다.

이에, 2007년 1월 나이로비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서 IAI(국제주민연맹), FAL, HIC(국제주거연맹) 등은 2007년 10월 1일 세계 주거의 날부터 2008년 1월 26일 세계행동의 날까지를 '안정적인 주거권을 위한 강제퇴거 없는 날'로 선언하고 전 세계적인 캠페인과 행동들을 제안했다. 지역 주민, 영세 세입자, 홈리스, 무토지농민, 이주자들을 포함한 전 세계 사회운동들의 연대로 주거권 쟁취를 위한 우리의 정치를 전개해나가자.

‘개발보다 인간을’ 1.26국제주거권공동행동을 제안한다

주거권 공동행동을 전개하자. 세계사회포럼 세계행동의 날인 1월 26일에 모여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의 목소리로 주거권을 천명하자. 한국사회에서 치열하게 벌어졌던 주거권 운동의 흐름을 상호 교류하고 보다 폭넓은 연대를 형성하자.

오늘날 주택정책과 도시의 현실에 대해 토론하고 우리가 함께 할 주거권 운동의 내용을 토론하자. 한국사회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야만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강제퇴거의 현실을 폭로하고 이명박 정부의 이윤을 위한 불도저 개발정책이 낳을 재앙을 막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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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사회연대 , 126세계공동행동 , 주거권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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