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는 철도 노동자의 삶을 강탈했다"

[인터뷰] 철도민주단일노조(Sud-Rail) 미쉘 데스마르스와 엠마누엘 비고

지난 가을 프랑스 전역에서 철도가 멈추었다. 사르코지 정부의 특별연금개혁을 중단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10월과 11월 두 번에 걸친 총파업에도 사르코지 정부는 특별연금이 ‘특혜’라며 반드시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가을 프랑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총파업과 특별연금개혁 중단 투쟁의 선두에 서 있는 프랑스 철도민주단일노조(Sud-Rail) 소속 두 명의 활동가가 공공운수연맹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특별연금제도 확대는 1945년 레지스탕스 의회의 약속"

툴루즈 지역 기관사 출신의 미쉘 데스마르스는 은퇴해 퇴직연금을 받고 있다. 현재 철도 노조 퇴직자를 조직하는 역할을 맞고 있다. 함께 방문한 엠마누엘 비고는 파리 동부역에서 역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조합원으로 이번 사르코지 정부의 특별연금개혁에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이들은 사르코지 정부의 특별연금 개혁으로 “철도 노동자들의 삶이 강탈당했다”며 분노했다.

  미쉘 데스마르스/이정원 기자
미쉘 데스마르스는 사르코지 정부의 특별연금에 대한 공격은 애초 특별연금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쉘 데스마르스는 철도 노동자들이 받고 있는 특별연금은 이미 1900년대에 있었던 제도이며, 45년 레지스탕스 의회를 거치면서 “특별연금제도는 국민에게 제공되는 연금제도보다 더 우수한 제도였기 때문에, 모든 국민들에게 이 제도를 확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 프랑스의 보장제도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1945년만 하더라도 철도노동자들이 누리고 있던 특별연금은 다른 노동자들이 쫓아야 할 모델로 인식되었지만, 현재의 정부는 그 당시의 약속을 잊어버리고, 파괴하고,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려 하고 있다”는 것이 사르코지 정부에 대한 그의 비판이다.


특별연금제도개혁 "사회보장 사유화시키는 게 목적"

특별연금이 개혁되면 11년째 철도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엠마누엘 비고의 경우 약 1억 5천만원 정도의 혜택이 줄어든다고 한다. 엠마누엘 비고는 “철도 노동자들은 다른 일반 부문 노동자들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지만, 55세(기관사는 50세) 이후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았는데, 철도 노동자가 되면서 기대했던 삶의 질을 순간적으로 강탈당한 노동자들의 분노가 표출되었다”고 지난 공공부문 총파업의 당시 철도 노동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엠마누엘 비고/이정원 기자
사르코지 정부가 이렇게 특별연금개혁에 목을 매는 이유는 뭘까? 공공부분 내에서의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이 하나의 이유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동안 국가가 제공해왔던 사회보험을 사유화 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이상 국민연금을 통해 살 수 없게 되고, 국가가 제공하는 의료보험을 통해 혜택을 받지 못하면, 노동자들은 보험회사를 통해 자신의 노후를 보장받으려 할 것”이라며, “바로 이런 민간 보험회사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 사르코지 정부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특별연금에 묶여 있는 돈은 한 해 2억 유로, 한화로 2천 7백억인데, 이 돈이 민간부분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다.

11월 총파업 이후, 철도민주단일노조를 제외한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등이 정부, 사측과 협상테이블을 꾸렸다. 그러나 어떤 결과도 낳지 못한 채 특별연금개혁과 관련한 협상 테이블은 공전 중에 있다. 철도민주단일노조는 특별연금개혁을 전면적으로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금 납입연수가 47.5년에서 50년으로 늘어나게 되면 100% 연금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정년이 된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쪽에서는 “50세 이후에도 일을 해야 한다면, 노동강도가 낮은 쪽으로 일을 배치하는 등의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빵 부스러기”를 주는 것에 불과할 뿐이고,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 철도민주단일노조(Sud-Rail)의 입장이다.

"빵 부스러기는 싫다!"

이번 특별연금개혁에 대한 철도 노동자들의 분노는 11월 10일간 지속되었던 총파업에서도 드러났다. 엠마누엘 비고는 "당시 철도민주단일노조(Sud-Rail)에 속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이나 나른 노동조합에 속해 있던 노동자들도 합류했기 때문에 10일간 파업을 계속하는 것이 가능했다"며, “(지도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계속하는) 비공인 파업은 프랑스의 전통”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민주단일노조(SUD)도 1988년 비공식파업으로 CFDT(민주노동동맹)에서 제명된 노동조합들에서 출발한 역사를 갖고 있다.

프랑스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개혁은 사르코지 정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이미 사회당 정권 아래서도 1995년, 2003년 공공부문 연금개혁 시도가 있었고, 사유화가 상당 부문 진척되었다. 미쉘 데스마르스는 공공부문 사유화가 “80년대 후반부터 이미 진행되어 왔으며, 이제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특별연금개혁 투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좌절하지도 않았고, 실패하지도 않았다. 전체 노동자들의 의지를 확인한 순간이었으며, 새로운 투쟁을 고대하며 일터로 돌아갔을 뿐”이라고 전했다. 철도민주단일노조는 특별연금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 중에 있다.

40년 대 초반 출생으로 오랜 동안 프랑스 노동운동에 헌신해왔던 미쉘 데스마르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노동운동이 안고 있는 공통된 고민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는“과거 우리의 싸움이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한 싸움이었다면, 신자유주의 이후에는 우리가 얻어왔던 기존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싸움이다. 우리가 이미 얻어놓은 사회적 합의라는 것이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부분적으로 사회적 연대가 균열되는 것을 보았으며,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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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 총파업 , 철도 , 사유화 , 사르코지 , 쉬드 레일 , Sud-rail , CGT , S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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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자유주의

    신자유주의는 국제적 노동자 민중에 대한 착취강화 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민중 내에 개별화, 파편화를 수반합니다. 결국 개인과 개인이 가져야할 사회적 연대의식마저 파괴시킵니다. 프랑스에서도 그것이 드러나고 있는가 봅니다. 사민주의적 사회적 합의수준도 결국 무너지고 마는 것입니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에 대응하는 노동자들이 유념하여야할 사항입니다. 참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전세계의 노동자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