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의 '축제'와 '투쟁'

[3·8 100주년] 한국에서의 여성의 날, 기념하거나 싸우거나

거의 전 세계적으로 기념하고 있는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참정권과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러트거스 광장 시위를 벌인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100년 째다.

한국에서는 1920년대 후반에 소규모의 기념대회가 개최됐으나 일제의 탄압으로 명맥을 잇기 힘들었고, 해방 후인 1946년에 여성해방주간이 선포되며 기념식이 부활했지만 이 역시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중단됐으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독재정권의 집권으로 공개적인 행사를 치르지 못했다.

이후 1984년에 가서야 3·8 세계 여성의 날을 공개적으로 기념할 수 있었고, 이듬해인 1985년에는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전국여성노조, 민주노총 등 진보·여성단체들이 모여 '제1회 한국여성대회'를 열었다. 당시 대회 주제는 '민족, 민주, 민중과 함께 하는 여성운동'이었으며, 이 여성대회는 전국여성단체연합(여연)의 주최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와 별도로 1988년부터는 여성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양성평등과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여성노동자대회'가 시작됐고 민주노총이 2000년부터 '고용평등과 모성보호', '공공보육시설 확충과 호주제 폐지', '성희롱 근절과 노조 내 양성평등', '여성 노동자를 국회로' 등의 슬로건을 걸고 독자적인 여성노동자대회를 개최해 왔다.

올해 여연 등 여성단체들은 '세계여성의날 100년 3·8 여성축제조직위원회'라는 이름으로 3·8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주관하고 있으며, 민주노총은 매년 '전국여성노동자대회' 이외의 모든 행사를 이 조직위원회와 함께 진행한다.

이같은 주류(?) 행사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단체들은 한편에서 조금 다른 요구와 일정으로 수 년 전부터 '3·8 여성의 날 투쟁기획단'을 운영해 왔다. 90년대 후반에 대학생들과 좌파 단체들로부터 시작된 이 투쟁기획단은 주류 여성단체들이 매년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대규모 축하행사와 문화제, 축제와 퍼레이드 등을 벌이는 것에 반대하고 "여성의 날은 '투쟁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1908년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과 100년이 지난 현재의 여성 노동자들이 같은 억압과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여성 노동자들의 착취를 심화시키고 있는지를 말한다. 이에 '여성 저임금과 비정규노동 철폐', '외주용역화 저지와 무기계약제·분리직군제 반대', '재생산 노동의 사회적 책임 강화', '여성의 빈곤과 불안정 노동을 확대하는 FTA반대' 등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요구를 제시하며,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행사를 치른다.

올해의 '3·8 투쟁기획단'에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뉴코아노조, 이랜드일반노조, 공공노조 의료연대 간병인분회 등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