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꾸는 꿈, 그리고 현실

[3·8 100주년] 100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을 여성해방의 날로 만들자!

먹는 것부터 서러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보육교사 A씨는 아이들이 남긴 간식이라도 하나 먹을라치면 원장눈치부터 보게 된다. 구립어린이집에 지원되는 보육교사 식사비는 한 끼 당 1천 원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원장이 이야길 해왔기 때문이다. 때로는 뭘 먹을 때마다 눈치를 보게 되는 자신의 모습이 서럽기까지 하다. 어디 먹는 것만 그런가. 어린이 집에는 성인용 변기가 한 층 걸러 하나씩 있을까 말까하니, 화장실 한 번 제대로 가는 일도 고역이다. 아이들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기 어려운 정신없이 바쁜 노동조건에서 층도 다른 화장실에 일을 보러 다녀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유아용 변기에서 일을 보는 일이 일상다반사가 되다보니, 보육교사들은 이제 성인용 변기에서 일을 보는 게 오히려 더 어색하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주고받는단다.

이러한 모습은 보육노동자 A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루 24시간 노동에 고작 5만 원 받는 처지에 병원식당 밥은 너무 비싸 집에서 얼려온 냉동 밥을 녹여 끼니를 때우는 간병노동자, 길게 늘어선 고객들에게 친절 봉사 하느라 화장실도 제때 못가서 방광염이 직업병이 되어버린 뉴코아-이랜드 캐셔 노동자...먹는 것부터 서러운 게 이 땅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현실이고, 가장 기본적인 문제조차 눈치보고 허락받아야 하는 것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처지이다.

힘든 데 왜 일을 하나?

  참세상 자료사진

이렇게 여성으로,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기가 힘이 든데, 왜 그녀들은 일을 하나? 누구는 남편 잘못 만난 박복한 팔자 때문이라고 하고, 누구는 비정규직은 직장과 가정을 양립시켜야 하는 여성에게 적합한 여성친화적 일자리이기는 하지만 아직 한국사회 노동시장이 경직된 탓에 비정규직 일자리가 제대로 안착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정말 그런가? 그러나 내 손으로 정직하게 번 돈으로 아이들 키우는 일 걱정하지 않게 되니 뿌듯함을 느낀다는 뉴코아 비정규직 노동자 B씨,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이 되어 좀 더 안정적으로 일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C씨에게는 위의 이유는 해당사항이 없는 듯하다. B씨와 C씨뿐만 아니라, 이 땅의 대부분의 여성노동자에게 있어서 여자가 남편 잘 만나서 편하게 살면 그만이라는 말은 공주는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 속의 이야기나 마찬가지이다. 여자든 남자든 제 한 몸 스스로 건사할 수 있어야 제대로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정직하게 살아온 이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여성친화적 일자리라는 말 역시 모두의 비웃음을 사는 거짓말에 불과하다.

결국 문제는 그녀들이 일을 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 참된 삶을 사는 보람을 느끼기 보다는 인격적 모독과 노동착취를 당해야만 하게끔 하는 사회구조에 있다. 여자는 집에서 자식건사하고 남편 뒷바라지하는 게 당연한데 나와서 일을 하니 안됐다는 식의 편견이나, 직장과 가정을 양립시켜야 하니 비정규직 형태의 일자리가 적합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나, 남편도 벌테니 여자들은 조금만 임금을 주어도 괜찮다는 통념 등이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편견과 고정관념, 잘못된 통념에 들러붙어 여성의 저임금·불안정노동을 확대·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는 기생충처럼 커져가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 여성노동권 쟁취!
100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을 여성해방의 날로!


보육노동자 A씨는 한국사회에서 ‘남자는 1등 국민, 여자는 2등 국민, 보육교사는 3등 국민’인 것만 같다고 말을 한다. 그만큼 이 땅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2중3중의 차별과 억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똑같은 인간인데, 세상을 움직이게 만드는 노동자인데, 왜 누구는 2등이고 누구는 3등인가? 이러한 모순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이도 2등 국민, 3등 국민이지 않을 수 있는, 즉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모든 노동자가 노동자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세상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여성도 인간이라고, 살인적인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는 살 수가 없다고, 여성도 시민이라고, 정치적인 권리가 박탈당한 채 살아갈 수는 없다고 외치며, 용감하게 거리로 쏟아져 나온 여성노동자들도 꾸었던 꿈이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되듯이, 100년 전 싸웠던 여성노동자들이 있고 그녀들을 기억하며 싸움을 계속해 나가는 오늘날의 우리들이 있기에, 여성을 비롯한 모든 인간이, 노동자가,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해방세상은 비단 꿈으로만 남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상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여성도 인간이라고, 살인적인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는 살 수가 없다고, 여성도 시민이라고, 정치적인 권리가 박탈당한 채 살아갈 수는 없다고 외치며, 용감하게 거리로 쏟아져 나온 여성노동자들도 꾸었던 꿈이다./참세상 자료사진

여성 비정규직 심화하는 비정규 악법 폐기! 외주용역화 저지, 정규직화 쟁취! 여성 비정규 노동 고착화시키는 무기계약제, 분리직군제 반대!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권 확보! 사회서비스 공공성 쟁취! 최저임금 현실화, 생활임금 쟁취! 이주여성의 노동권, 시민권 보장! 여성의 빈곤, 불안정 노동을 확대하는 FTA 반대! 여성의 삶 악화시키는 미국의 대테러 전쟁 반대, 한국군 파병 반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비롯한 투쟁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오늘도 한국사회 곳곳에서, 전 세계 곳곳에서 울려 펴지고 있다. 지금까지와의 세상과는 다른 또다른 세상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그녀들과 연대하는 것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정주노동자이든 이주노동자이든, 모두 함께 할 일이다. 함께 저항하고 함께 연대하자! 그리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 100년 전 우리와 같은 꿈을 꾸었던 여성노동자들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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