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한거죠? 2주 내에 정부를 해산하는 겁니다”

부시 정부의 하마스 정부 전복 음모 폭로돼

팔레스타인에서 2006년 1월 총선을 통해 하마스가 민주적으로 집권에 성공하자, 미국이 배후에서 전복하려고 한 음모가 미국 잡지 배니티 페어와 알 자리라에 의해 폭로되었다.

  1월 중동을 방문한 부시 미 대통령. 오른쪽이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출처: 백악관]

‘배니티 페어’는 전, 현직 미 국방부 관리들의 증언과 당시의 메모 및 문서 기록 등을 토대로, 하마스가 집권에 성공하자 미국 정부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정부를 가능한 빨리 해산시킨 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새롭게 선거를 하라고 압박했다고 밝혔다.

자리에 참석한 미 국방부의 한 관리의 증언에 따르면, 2006년 10월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이 압바스 수반에게 “우리 합의한거죠? 2주 내에 정부를 해산하는 겁니다”라고 압바스에게 말했고, “이주는 아닐 것 같고, 한 달을 주시지요”라고 압바스가 답했다고 배니티 페어는 보도했다.

부시, 파타 유력인사를 “우리 사람”

또, 배니티 페어는 역시 미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부시 미 대통령이 파타의 유력인물인 무하마드 달란을 “우리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파타의 ‘보안군’을 지도한 달란은 미국 및 이스라엘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활동해 왔으며, 하마스의 집권에도 내각의 통제를 받지 않고, 하마스를 공격해왔다.

“하마스에 대항하는 파타를 지원하기 위해 의회에서 8천 6백 4십만 달러의 지원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부시 정부는 다른 계획을 찾는다...라이스 장관은 이집트, 오르단, 사우디 아라비아, 연합 에미레이트 국가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파타의 군대를 훈련하고 무기를 공급할 것을 요청했다”며 현지 언론 ‘팔레스타인 크로니클스’는 보도했다.

라이스, "비상사태 선포하고 비상정부 구성해야" 압력

그러나 압바스의 행동이 기대보다 늦어지자 라이스 장관은 압력을 가했다. 유출된 문서에는 “만약 하마스가 정해진 시간 안에 (새로운 정부를 수용하는 것을) 거부한다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비상정부를 구성한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되어 있다고 배니티 페어는 보도했다. 그러나 미 정부의 공식적인 날인이나 인장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라이스 장관은 “플랜 B”로 돌입할 것을 결정하고 달란이 이끄는 군을 활용해 “정부를 붕괴시키라”고 요청했다고 국방부의 메모에 적혀있었다고 배니티 페어는 폭로했다.

하마스는 2006년 1월 총선에서 의회 132석 중 74석을 얻어 집권에 성공했으나,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수장을 하는 파타는 내각 합류를 거부했다. 하마스는 독자적으로 내각을 꾸렸다. 그리고 2007년 3월 하마스와 파타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의해 공동내각을 구성하게 된다.

미국 파타 지원, 유혈 참극으로...부시 정부 내에서 비난 일어

그러나 파타의 보안군은 정부 내각 통제 아래에 있지 않았으며, 오히려 하마스를 공격해 왔다. 그리고 결국 하마스가 가자 지구를 실질적으로 장악한 2007년 6월의 유혈 참극을 초래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은 결국 6월 14일 공동내각 해산과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그 때 이후로 가자 지구에 대한 경제 봉쇄가 더욱 강화되었다.

그러나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정책은 오히려 하마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일조해 부시 정부 내에서도 갈등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2007년 7월 사임한 부통령 딕 체니의 중동보좌관이었던 데이비드 웜서는 “(압바스가 주도하고 있는) 부패한 독재자에 승리를 안겨주는 더러운 전쟁에 개입했다”며 비난했다. 데이비드 웜서는 하마스가 파타당이 압박해오기 전까지는 가자지구를 장악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일어났던 일은 하마스에 의한 쿠데타가 아니라 파타에 의한 쿠데타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크로니클스는 워싱턴에 있는 팔레스타인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그들은 하마스와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종국에 가서는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불가피하다”며 하마스와의 직접 대화없이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관측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