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구조조정은 시민 안전에 재앙”

[인터뷰] 김영후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당선자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의 새로운 선택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들이 ‘노사협조주의’ 경향을 버리고 ‘민주파’를 선택했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15대 위원장 선거에서 기호 1번 김영후 후보가 54.23%(4933표)의 득표율로 당선된 것. 14대 위원장을 지낸 기호 2번 정연수 후보는 43.82%(3986표)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4개 지부장도 모두 김영후 위원장 당선자와 뜻을 함께 하는 후보들이 당선되기도 했다.

김영후 위원장 당선자는 조합원들의 선택에 대해 “사측의 일방적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와 저항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 운행)가 2010년까지 전체 직원의 20%를 구조조정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위해 이번 달 안에 3.9%의 인원을 축소하는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서울메트로의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김영후 위원장 당선자는 “조합원의 생존권과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물론, 서울지하철의 안전과 최소한의 공공성마저 파괴하는 재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영후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당선자

김영후 위원장 당선자, “무거운 책임감부터 느낀다”

김영후 위원장 당선자를 만났다. 그는 “무거운 책임감부터 느낀다”라고 말했다. 밖에서는 구조조정이라는 압박이 밀려오고 있고 안에서는 노사협조를 넘어 노동조합을 노동조합답게 만들라는 조합원들의 기대가 그에게 큰 책임감을 지우고 있는 것이다.

85년도에 입사해 90년부터 노동조합을 했다는 김영후 위원장 당선자. 그는 “노동조합을 시작한 다음 해 태어난 딸의 이름을 ‘민주’라고 지어 나는 민주파 일수밖에 없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의 선택이 효율성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몰아치고 있는 공공부문 민영화에 제동을 걸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때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위원장으로 당선된 소감은 어떤가.

당선 직후 축하한다는 말보다 잘해달라는 기대와 격려가 더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당선의 기쁨이나 안도감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부터 느낀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새 집행부를 선출하는 것이라 조합원들도 깊은 고민과 신중을 기한 선택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세 기간 만났던 조합원들의 격려와 질타, 제언을 하나하나 다시 떠올리며 각오와 다짐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또한 서울지하철노조에 대한 안팎의 실망과 기대가 무엇인지 차분하게 짚어보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출발인 만큼 긴 호흡을 가지고 강하게 걸어가려 한다.

“조합원의 선택은 구조조정에 대한 분노와 전 집행부의 노사상생 정책에 대한 평가”

상대방 후보와 표차가 많이 나기도 했다. 조합원들의 선택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선거결과가 이렇게 나올지는 사측은 물론 선본에서도 예측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현재 사측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자 죽이기 구조조정에 대한 분노와 저항의 민심이 표출된 것이라고 본다. 또한 노동조합다운 노동조합으로 구조조정에 힘 있게 대처해 불안을 덜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 달라는 조합원들의 열망의 선택이다.

작년 서울시에서 공무원 퇴출제가 시행된 후, 현장에서는 곧 우리의 문제로 닥칠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 또한 도시철도공사에서 먼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 소식에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14대 집행부의 대비는 안일하기 짝이 없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닌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대응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초 사측이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의 일로 닥치자 집행부는 무기력하게 뒷걸음질 쳤다. 이에 대한 조합원들의 실망과 불안이 팽배해졌고, 더 이상 이렇게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는 조합원들의 생각이 모인 것이라고 본다.

지난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평가가 이번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는데, 이전 집행부에 대한 평가는 구체적으로 어떤가.

전 집행부는 과거 투쟁적 민주노조운동을 구시대적이고 부작용이 많은 운동이라고 배격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방식은 자본과 보수언론이 민주노조 운동을 비난하는 방식 그대로였다. 노동조합이 노사상생의 허상에 집착한 것은 오히려 사측이 신노사문화와 현장통제라는 이름으로 활개치게 만들었고,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도 노조는 없다는 식의 태도를 가지게 만들었다.

극단적으로 정연수 전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만 보더라도 그가 말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투쟁이 아니라 그저 힘있는 정치력을 갖는 것 이상 이하도 아니라는 것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본을 섬기는 머슴”

이번 선거 때 뭐니 뭐니 해도 사측과 서울시가 진행하려는 구조조정이 쟁점이었을 텐데

사측이 발표한 이른바 창의혁신 구조조정은 지하철 구조조정의 최종결정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일터와 조합원의 생존권을 거덜 내는 퇴출식 구조조정이며, 시민의 편의와 안전은 뒷전에 놓고 이윤과 장삿속만 앞세우는 지하철 사유화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따위는 완전히 무시한 근무조건을 만들고 인력 규모를 대폭 줄이고, 부적응자이고 무능력하다는 명목으로 고령직원을 조기 퇴출시키려는 반노동자적 구조조정에 조합원들은 당연히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구조조정은 단체협약 무력화를 통해 노동조합을 해체시키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작년 11월, 서울지하철노조와 도시철도노조는 서울시의 창의조직 프로그램을 비판하며 공동 집회를 열기도 했다./참세상 자료사진

이명박 정부는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려 하고 있는데, 이것이 서울지하철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공직자는 ‘머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누구의 머슴이고 누구를 섬기는지 드러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저 자본과 기득권 세력을 섬기는 머슴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진행하려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시장화이다. 이명박 식 구조조정이 관철된다면 노동자 서민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다.

서울지하철 구조조정도 같은 맥락이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돈벌이가 되는 지하철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민영화의 기반을 닦겠다는 것이다. 이는 요금폭등과 빈번한 사고로 이어질 것이다. 일본의 민영화된 철도를 봐라. 도착시간에 늦으면 기관사에게 패널티를 부과해 이를 피하기 위해 기관사는 어쩔 수 없이 과속을 했고 결국 107명이 사망하는 대형 사고를 불렀다. 민영화가 부른 재앙이다.

그렇다면 새 집행부는 이에 맞서기 위해 어떤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가.

현장에서부터 시작하고 현장에서부터 답을 찾을 것이다. 무너진 조직력을 정비하고 조합원과의 소통을 높여가면서 구조조정의 부당성, 저항의 정당성과 함께 현장 투쟁을 구체화 시켜 나갈 것이다. 쉽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공공성의 문제가 노동조합이 자신의 투쟁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수사가 아니기에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민중운동단체와 함께 지하철 구조조정의 문제를 얘기하고 함께 싸워 나갈 것이다.

서울지하철노조가 설립 된지 20년이 다 되었다. 크고 굵직한 파업을 여러 차례 겪어오면서, 실패와 좌절을 겪기도 했지만 그만큼 현장의 저력과 교훈을 쌓아왔다고 자부한다. 계획과 방식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집행부와 조합원이 얼마나 튼튼한 신뢰와 강고한 단결로 뭉치는가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