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선거, 뉴코아-이랜드노조의 선택

총선 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뉴코아노조와 이랜드일반노조의 엇갈린 선택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의 움직임도 바쁘다. 대통령 선거, 총선이 그나마 정치와 사회적 문제로부터 멀어져 있는 국민들의 관심이 모이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랜 기간 싸움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조합들은 총선 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낼까를 두고 고민 중이다.

이런 가운데 파업 9개월을 넘기고 있는 뉴코아노조와 이랜드일반노조의 선거 전술에 대한 선택이 엇갈렸다. 이랜드일반노조는 조합원 총회 끝에 53%의 찬성으로 이남신 수석부위원장을 진보신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웠고, 뉴코아노조는 후보를 내고 총선에 대응할 것을 고민했지만 결국 조합원 2/3에 가까운 수의 반대로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왜 두 노조는 모두 총선에 후보를 낼 것을 고민했을까.

일단 두 노조 모두 총선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국민들에게 알려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직접 조합원을 후보로 내 국민들을 만나가는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아무리 투쟁해도 예전처럼 강력한 투쟁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제안도 있었고 해서 이대로 가면 우리의 싸움이 총선이라는 공간에서 그냥 잊혀 지거나 당에 동원되는 것 밖에 없겠다는 생각 이었다”라고 전했다. 최호섭 뉴코아노조 사무국장도 “총선시기에 우리의 상황을 쟁점으로 만들기 위해 후보전술을 고민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노동당의 분당, 그리고 선택의 기로

그러나 선택은 달랐다.

최호섭 뉴코아노조 사무국장은 “조합원들은 우리 투쟁이 정치적으로 활용돼 훼손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라고 조합원들의 상황을 전하고, “특히 민주노동당이 갈라지면서 후보전술을 쓴다면 당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그렇게 되면 정치적으로 더욱 활용될 공산이 클 것으로 보여 무소속 후보를 제안했었다”라며 “그러나 총선에서 후보로 나서는 것에 자체에 대해 조합원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이 갈라진 이후 이랜드일반노조의 선택도 쉽진 않았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원래 진보신당 쪽은 고민하지 않았었다”라며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홍희덕 씨를 선택했고, 총회에서는 이미 후보전술을 확정했기에 자연스럽게 진보신당을 선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13일, 오전 파이낸셜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민주노동당이 갈라지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의 분당이 민중운동 전체에 남긴 후과는 다양하겠지만,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들에게는 또 한 번의 정치적 활용을 우려해야하는 선택을 남겼다.

뉴코아노조의 선택에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의 기억도 크게 작용했다. 박명수 뉴코아노조 조합원은 “대선 때 우리가 노동자 후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주체가 되지 않으면 들러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박명수 조합원은 “총회 때 논의를 하면서 우리 내에도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있다는 걸 알았다”라며 “이랜드노조도 50%를 얼마 못 넘긴 숫자로 결정한 걸로 알고 있는데, 정치적 견해를 어떤 하나로 정리하는 것이 노동조합이라는 대중조직에서 할 수 있는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 대해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집회신고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랜드 문제를 알리기 위해 민주노동당이 유세하는 곳에서 함께 집회를 열고 투쟁을 한 것”이라며 “이것을 정치적으로 활용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김경욱 위원장은 “어떤 사람은 우리의 선택이 이랜드 투쟁을 정치권에 팔아먹은 것이라고 하는데, 어떤 전망이라도 만들고 싶은 조합원들의 절박한 심정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런 엇갈린 선택에는 현재까지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과 비정규 노동운동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상훈 민주노총 서울본부 총무부장은 “그간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을 당에게만 맡겨왔던 민중운동 전체의 한계를 짚어야 한다”라며 “새로운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정치와 지역에서의 일상적인 정치활동을 펼쳐내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총선을 비롯한 선거 시기, 당을 넘어서는 운동의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 현재의 노동운동이 당이라는 조합원들의 한계적인 선택을 가져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오상훈 총무부장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민주노총, 그리고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과 연대를 했던 모든 세력들이 승리는 물론이고 이길 수 있다는 희망조차 만들어 주지 못했다”라며 “이것은 꼭 승리하지는 못하더라도 조합원들과 민중운동의 과제를 인식하고 올바른 비정규 투쟁의 방향은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두 노조,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

한편, 선택은 다르지만 두 노조 모두 총선 때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말하고 있다. 최호섭 뉴코아노조 사무국장은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대응하는 지역구의 후보들에게 함께 싸울 것을 제안 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후보를 내는 것은 투쟁 전술 중 하나일 뿐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현장에서의 투쟁이다”라고 전했다.

선거 때만 비정규직과 소외 계층에 관심을 보낸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진보 정당에 마저 쏟아지고 있는 이 때. 9개월이 넘은 파업, 생계비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 싸움을 해도 예전처럼 많은 사람이 함께 해주지도, 바라봐 주지도 않는 현재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뉴코아-이랜드 비정규 노동자들의 선택이 총선 이후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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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정치세력화 , 총선 , 민주노동당 , 이랜드 , 뉴코아 , 진보신당 ,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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