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라 생각한 행위까지 처벌 받는다면?

지난 대선 이명박UCC로 기소된 김연수 씨 31일 선고 앞둬

지난 대선 당시 '대통령 이명박 괜찮은가'라는 제목의 UCC를 기억하는가. 한때 인터넷상에서 '국민UCC'라 칭할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킨 이 UCC는 한나라당으로부터 진정을 받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게재자 네티즌(김연수)을 고발, 현재는 삭제된 상황이다.

문제가 된 UCC는 당시는 후보자였던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의 발언과 대운하 공약, 논란이 된 BBK사건 등이 담긴 언론 보도를 편집해 만든 것이었다. UCC를 만든 김연수 씨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 1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소되었다.

  지난해 11월22일 대선시민연대,대선미디어연대,인권단체연석회의,실명제폐지공대위 등이 국회 앞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벌였다. 당시 김연수 씨가 공직선거법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자신의 사례를 밝혔다. 맨 오른쪽이 김연수 씨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그 이후로 두 차례 공판이 있었다. 검찰로부터 200만원 구형을 받은 김연수 씨의 선고일은 3월 31일이다.

김연수 씨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윤지영 변호사는 "이번 선고가 중요한 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김연수씨에게 200만원의 유죄가 선고된다면, 한국의 네티즌들은 상식선에서의 인터넷활동 마저도 범법행위로 규정받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진부한 귀결일지 모르지만, 불과 6개여월 전 김연수 씨 역시 자신의 행위가 범법행위인지 알지 못했으며, 2007대선 이후 공직선거법 93조1항 위반으로 기소된 1230명 역시 범법행위라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의 개인블로그에 기사나 동영상을 스크랩했을 터였다.

윤지영 변호사는 "공직선거법 93조1항은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고 있다. 국민들이 내가 한 행동이 범법행위인지도 모르고 행동할 가능성이 크며, 모든 행위가 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선거운동의 자유와 정보접근의 기회가 차단이 되고 있다"고 공직선거법 93조1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윤지영 변호사는 또 "공직선거법 93조1항에 명시된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판단이 명확하지 않다"며 "범위가 너무 모호하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연수 씨는 공직선거법 93조1항과 255조2항제5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또한 인터넷실명제에 반대하는 인터넷언론사와 언론단체 등에서 공직선거법 82조6항에 대해 위헌소송도 제기될 예정이다.

다음은 윤지영 변호사의 인터뷰 전문이다.

지난 대선 당시 '대통령 이명박 괜찮은가'라는 제목의 UCC를 만든 김연수 씨가 한나라당의 고발로 93조1항(사전선거운동 기간 후보 지지반대금지)과 254조 3항(선거운동기간위반죄)이 적용받아 200만원을 구형받았다. 문제가 된 내용과 기소사유는 무엇인가?

  김연수 씨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윤지영 변호사
김연수 씨는 2007년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총 4회에 걸쳐 '대통령 이명박 괜찮은가'라는 제목의 UCC를 당시 문국현 후보 홈페이지에 올렸다. 현재 당선된 당시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마사지걸 발언'과 BBK사건, 대운하 등의 내용이었다. 이런 내용들을 기사와 만평 등 기존의 언론의 보도된 내용을 편집해서 재밌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UCC를 만들었던 것이다. 반향이 컸다.

검찰의 기소 내용은 특정후보와 관련된 내용을 올렸다는 것이다. 93조1항과 254조3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 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성명,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 인쇄물, 기타 유사한 것을 배포 또는 게시할 수 없다'는 것이 공직선거법 93조1항의 내용이다. 김연수씨의 경우 인터넷 컨텐츠이지만, 명시된 '기타 유사한 것'이라는 규정에서 걸렸다고 볼 수 있다. 검찰에서는 이에 따라 특정후보에 관련되었으며,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사전선거운동이라는 혐의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선거운동간은 선거후보 등록일부터 선거 전날까지로 되어 있다. 이 기간 전에 선거운동은 불법이다. 김연수씨가 UCC를 올린 시점이 선거운동기간 전이기 때문에 사전선거운동을 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김연수 씨의 행위를 '선거운동'이라고 본 것이다. 선거운동 전에 했기 때문에 법 위반이라고 기소를 한 것. 선고일은 3월 31일이며, 검찰은 김연수씨에게 200만원을 구형했다. 지난해 10월 11일 한나라당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선관위에서 10월 25일 김연수 씨를 고발한 건이다.

지난 17일 김연수 씨의 2차 공판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방청해 재판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고 들었다. 이날 재판 진행상황을 말해달라.

지난 1차 공판 때는 93조1항에 대해 주로 얘기되었다. 실질적 내용을 가지고 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3월 17일 진행되었던 2차 공판은 1차 공판 때에 비해 실질적인 내용들이 오고갔다고 볼 수 있다.

증인 심문이 2번 있었고, 피의자 심문이 있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와 문국현 홈페이지 관리자였던 김종기 씨가 심문에 나섰다. 임지봉 교수는 감정증인으로 나왔다. 임지봉 교수는 공직선거법의 위헌여부에 대한 자료를 제공했으며, 설령 공선법이 합헌이라 하더라도 축소해석의 가능성 여부에 대한 내용들을 말씀해주셨다. 다시 말해 공직선거법의 도입배경과 취지, 현실에서의 적용해석 등을 설명하기 위해 나오셨던 것이다.

김종기 씨는 당시 김연수 씨가 선관위의 삭제요청을 이행했던 것을 입증해주었다. 당시 선관위는 3편까지 게제된 상황에서 3편만 공식적으로 삭제를 요청했다. 1,2편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나 시스템 상의 문제로 1,2편 모두 삭제되었다. 그 과정에서 1,2편을 다시 게재하고 예정된 4편을 문국현 후보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선관위에 진정을 넣어 1,2,4편 모두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김연수씨는 선관위의 삭제요청을 모두 받아들였다. 김종기 씨는 이를 입증해주었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였는가', '목적이 있었는가'라고 볼 수 있다. 김연수 씨는 피의자 심문에서 "마사지걸 발언 등 당시 이명박 후보를 검증할 만한 내용들이 주요언론에서 드러나지 않았다"며 "유권자라면 후보자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필요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기 생각을 배제하고 언론에 나와있는 정보만으로 UCC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알권리를 위해 자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왜 하필 이명박 후보냐'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경선에서 떨어진 상황이었고, 정동영 후보가 경선 중이었다. 문국현 후보는 새 인물이었고, 이회창 후보는 아직 말이 없었다.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보가 이명박 현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김연수 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던 것"이 UCC를 만들고 올리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재판부에서 개인 블로그에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관련 언론 기고를 스크랩하여 선거법 93조 1항을 위반해 기소된 네티즌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들었다. 이렇듯 대선, 총선이 잇따르면서 최근 공직선거법을 적용받아 기소된 네티즌들이 부쩍 늘은 것으로 아는데, 관련 다른 사건 어떤 것들이 있는가?

경찰청 통계자료를 보니 15대 대선 25명, 16대 57명, 17대 1230명이 고발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한나라당에서 진정을 내 선관위로부터 고발된 건이다. 16대 대선에 비해 무려 20배가 넘는 고발 건이 이번 17대 대선에서 나온 것이다. 굉장히 상식적인 또는 일상적인 수준의 행위가 고발되었음을 알 수 있다. 대체로 일반기사를 개인 블로그에 스크랩한 것이 많았다. 검찰의 증거자료를 보면, 김연수씨가 만든 UCC를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한 사람도 기소가 되었더라. 또한 인터넷포털 토론방에서 후보자에 대한 토론을 했던 사람들도 모두 기소되었다. 주로 한나라당이 고발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에 대한 기사를 스크랩한 경우도 있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말씀하셨다시피 최근 언론 기고를 스크랩 했다가 93조1항을 위반해 기소된 네티즌이 무죄를 선고 받은 사건이 있었다. 그 분은 네이버에 개인 블로그를 가지고 있다. 특정 후보에 관련된 내용을 개인 블로그에 10여 차례 올렸다. 평소에도 개인 블로그에다 시사 문화 여행 낙서 등으로 글을 많이 올렸다.

그러나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돼 93조1항을 위반, 고발당한 것이다. 재판부는 그 행위가 능동적이고 계획적이었는가를 주요하게 판단했다. 목적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기사 스크랩 행위가 일상적인 행위라면 목적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선거에 관한 글이 워낙 블로그에 많았기 때문에 일상적 행위로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또한 수원지방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난 것도 있었다. 포털사이트에 특정후보와 관련된 글을 올렸는데, 이 역시 일상적인 행위로 판단하고 무죄판결를 내린 것이다.

한편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올라간 건은 선고유예되었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유죄인데, 선고자체를 유예하겠다는 것이다.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된 것인데, 생활행태를 봤을 때 선고를 내리는 것 자체가 가혹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낸 것으로 안다. 공직선거법 93조의 1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공직선거법 93조1항과 255조2항의 위헌성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신청인은 김연수 씨다. 공선법의 취지는 공정한 선거, 자유로운 선거를 하자는 것이다. 부정선거를 막고, 신진세력에 정치에 보다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공직선거법의 애초 취지였다.

공정한 선거와 자유로운 선거가 꼭 모순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반비례관계라고 볼 수 있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 적정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선거운동은 자유롭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선거운동의 방법에 대해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 93조 1항의 내용이 너무 포괄적이다.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판단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범위가 너무 모호하고, 수범자의 국민들도 내가 한 행동이 범법행위인지도 모르고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왠만한 행위가 다 걸린다. 인터넷포털에 특정후보에 관련된 얘기만 해도 93조1항에 걸리게 된다. 인터넷에 게시한 문서라는 내용이 공선법에 없지만 '기타 유사한 것'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올리는 행위를 게시라고 판단을 하면 모두 저촉되는 것이다.

또한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다. 모든 행위가 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선거운동의 자유, 정보의 통로가 차단이 되는 것이다. 인터넷컨텐츠를 이용하여 인터넷상에서 선거에 관한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 예컨대 특정정당이나 유력한 대선 후보 주자에 대하여 지지,축천 또는 반대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선거운동이 아닌 단순 의견개진으로 보여져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표현행위인지 아니면 자신의 이와 같은 의사표현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으로 비춰짐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표현행위인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선거의 큰 원칙이 훼손되는 것이다. 선관위에서도 개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회의원 일부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헌법학자 및 시민사회에서 '공직선거법'의 위헌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직선거법'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이 인터넷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총평해달라.

법에 저촉이 될 것을 알면서도 게재했느냐가 문제가 될 수 있다. 김연수씨의 경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자신의 의사 표현의 하나로 언론에 있는 내용을 수집해서 올린 것으로 상식적으로 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실제 김연수 씨는 선거UCC 기준을 찾아봤다고 한다. 기준이 엄격하다는 말이 있었지만 '이명박 후보를 뽑지 맙시다'라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죄가 된다고도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선고가 중요한 것은 결과에 따라 이후 인터넷 이용자들이나 유권자들의 행태를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김연수씨가 자신의 생각에 아주 상식적이라고 생각했던 행위까지 법의 처벌을 받는다면 누가 인터넷에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게재하겠는가.

물론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을 규제할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특정후보에 대해 허위에 대한 비방하거나 악성댓글을 다는 것은 규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93조1항이 없다고 해서 안되는 것이 아니다. 공직선거법 안에서도 이미 규제하고 있다. 후보자 비방죄가 따로 있다. 93조1항이 아니더라도 인터넷의 폐해는 충분히 막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총선을 얼마 안 남기고 국민들이 갈수록 선거에 대해 무관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말만 있지 어떻게 국민의 관심을 끌어올까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 같다. 결국 인터넷 같은 공간이 활성화 되고, 토론이 활성화되면서 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본다.

결국 직접적 민주주의의 수단이 없어지는 것이고 국민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93조1항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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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실명제 , 공직선거법 , U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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