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속 '바이오 연료'는 도덕적인가?

남미, 식량이냐 에너지냐 논란 가열

최근 몇 달간 쌀, 보리,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50% 이상 뛰고, 쌀의 경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식량 위기가 임박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바이오 연료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열린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 30차 중남미.카리브 지역 회의 참가국들 간에 바이오 연료와 곡물가 인상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번 회의의 쟁점은 과연 바이오 연료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통시에 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빈민들의 식량을 빼앗는 ‘반도덕적’ 행위인가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50리터의 자동차 연료 탱크를 채우는 데 필요한 에탄올 생산에 들어가는 옥수수 232kg이면, 어린이 1명이 1년간 살 수 있다. 바이오 연료가 보편화되면 세계의 빈민들과 선진국의 자동차가 먹거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식량 위기 속, 바이오 에너지의 균형은 있나?

지역 내 최대 곡물 공급자의 위치에 있는 브라질 정부는 바이오 연료 생산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다. 브라질 정부 대표단으로 참가한 호세 안토니오 마르콘데스는 “우리는 빈곤 퇴치와 에너지 안보, 그리고 환경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브라질 대표단은 특히 바이오 에너지가 “빈곤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밝혀, 바이오 에너지에 사용될 곡물 생산을 통해 농민들의 소득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를 필두로 한 남미 좌파 국가들은 식량 생산에 사용되어야 할 토지가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생산하는 토지로 전환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 회의에 참가한 호세 아르세니오 퀸테로 쿠바 정부측 대표단 단장은 “식량을 생산하는 토지를 에너지 생산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바이오 연료 생산에 반대했다.

비아 캄페시나 "초국적 농기업이 식량위기 불렀다"

바이오 에너지 생산이 농민들의 소득인상을 통해 빈곤을 퇴치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농민단체들은 회의적이다. 늘어나는 사탕수수 및 옥수수 재배 경작지에 대한 통제권이 사실상 초국적 농기업들의 손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브라질 무토지 농민운동(MST) 및 남미 사회운동 활동가들은 식량농업기구(FAO) 30차 중남미, 카리브 지역 회의에서 “우리는 천막에 살고 있는 15만 농민의 정착과 농촌 개발을 요구하며 토지를 점거하고 행진과 항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토지개혁을 단행하라고 촉구했다.

농민들은 남미의 토지 대다수를 거대 다국적 농기업이 장악하고 있다며, 토지 개혁을 통해 가족농과 소농들에게 이 토지를 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17일 국제 농민의 날을 맞아, 국제 소농들의 조직인 비아 캄페시나도 현재 식량위기의 본질은 “농업 부분에서의 투기와 무역 자유화”라며, 소농과 가족농 생산을 해체하고 있는 현재 메카니즘이 오히려 극단적인 식량가격 불안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세계의 허파라 할 수 있는 아마존 강 일대에서 바이오 연료 생산에 사용될 사탕수수 재배면적을 늘리기 위해 삼림을 불태우면서 환경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석유 vs 바이오 연료

세계 바이오 연료생산은 2000년 이후 연 평균 20%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바이오 연료 생산량의 대부분은 브라질과 미국에서 공급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017년까지 휘발유 소비를 20% 줄이고, 바이오 에탄올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브라질도 현재 11개 전용 생산 시설을 연말까지 24개로 늘릴 예정이다.

그러나 남미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바이오 연료 논쟁은 식량 위기에 맞서 남미 국가들이 어떻게 해결한 문제인지를 넘어 서는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은 '에너지 안보'를 내세워 브라질과 함께 ‘미주 에탄올 위원회’를 구성해 석유와 천연가스를 중심에 놓고 있는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 남미 좌파 국가들을 견제 해왔다.

따라서 바이오 연료 생산은 도덕성 문제를 넘어 계속 남미의 뜨거운 공방거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태그

농업 , 바이오 에너지 , 식량 위기 , 바이오연료 , 초국적농기업 , 브라질무토지농민운동 , 식량이냐에너지냐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변정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