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광우병 위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사실상 전면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8일 오후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 협상이 타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완전 개방에 9일 걸리는데, 단계적 개방?

한미 양측은 지난 11일부터 9일 간 수입위생조건 개정 협상을 벌여 1단계로 30개월령 미만 소에서 생산된 등뼈 등이 포함된 쇠고기 수입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또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권고에 따라 강화된 동물사료 조치를 공포할 경우, 2단계로 연령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쇠고기 수입 허용 부위와 관련해 국제수역사무국 권고에 따른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은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30개월령 미만 소의 경우 편도와 회장원외부(소장 끝 부분)를 제외한 모든 부위가 수입돼 사실상 전면 개방인 셈이다.

현재 국제수역사무국 권고에 따르면 30개월령 이상 도축소의 경우에는 뇌, 눈, 머리뼈, 척수, 편도, 회장원위부(소장 끝 부분) 등 7가지 부위를 제거해야 하지만, 30개월령 미만 소의 경우에는 편도와 회장원외부만 제거하면 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단계별 개방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2단계 수입 확대 조건인 미국 측의 '강화된 동물사료 조치' 공포가 다분히 형식적 의미를 가지고 있어 빠르면 10여 일 안에 연령 제한 조치도 풀릴 것으로 보인다.

협상 결과를 설명한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미국이 언제까지 강화된 동물사료 조치 공포를 하겠다고 약속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합의서에 서명을 했기 때문에 우리는 바로 절차에 들어가고, 미국은 아마도 약 9일 정도 후에는 연방관보에 공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단계적으로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한번에 다 푸는 것으로 봐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농수부, "미국산 쇠고기 99.9% 이상의 안정성 가진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 여부와 관련해 민동석 정책관은 "광우병특정위험물질만 제거하면 안정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과학적으로도 그렇게 얘기되고 있다"며 "수치로 얘기한다면 99.9% 이상의 안정성을 가진다"고 말했다.

또 민 정책관은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발생한 인간광우병 의심 환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인간광우병 여부가 확실히 판명 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비록 인간광우병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미국은 광우병 자체를 통제할 수 있는 국가로 판정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광우병 발생해도 즉각적 수입 중단 할 수 없어

한편, 이번 협상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추후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생하더라도 한국은 즉각적인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됐다.

민 정책관은 "광우병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바로 수입중단 조치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에 대해 광우병 위험통제국가로서의 지위를 하향조정하지 않는 한 우리가 전면적인 수입금지조치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 내에서 추가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미국 측은 즉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한국 정부에 통보하고 상호 협의키로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