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한국 노사관계의 앞날 어둡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22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공부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개편에 대해 “국민적 요구”라면서 “노동계가 과민하고 너무 방어적”이라고 밝혔으며, 산별교섭에 대해 “정부가 간섭하지 않을 생각”,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에 대해서는 “세계 어느 나라에 회사에서 월급 받으면서 투쟁하는 노조가 있나”라고 말하는 등 노동계를 자극했기 때문.

공공부문 구조개편에 대해 이영희 장관이 “국민의 요구”라고 말한 것에 대해 민주노총은“공공부문 사유화는 돈 없는 국민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상의 사형선고”라며 “민주노총의 사회공공성 강화 투쟁은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정당한 투쟁”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산별교섭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과연 사회공공성 유지 등 기본적 역할을 내팽개친 정부의 장관답다”라며 “선진적 노사관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산별교섭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마당에 정부가 나서서 산별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사용자들의 태도를 부추기고 있으니 한국 노사관계의 앞날이 어둡다”라고 지적했다.

이영희 노동, “비정규법이 비정규직 해고”...문제해결은 “강제 못해”

이영희 장관은 비정규법에 대해 “비정규법이 막상 근로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해고하는 것이 됐다”라고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결론은 “고용을 법으로 완전히 강제할 수는 없다”라며 “외주화 자체를 모두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내렸다. 또한 코스콤과 이랜드 등 비정규직 문제로 오랜 기간 노사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말해 해결의 의지 없음을 확인했다.

결국 정부가 만든 비정규법이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것이 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제해결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직무유기”라고 잘라서 말했다.

이영희 장관은 민주노총에 대해 “대화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해 이명박 대통령이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를 일방 파기하는 등 지속되고 있는 노정갈등은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적반하장”이라며 이영희 장관에 대해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노동부 장관이라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저급한 노동문제 인식수준과 삐뚤어진 시각을 볼 때 오히려 민주노총의 대화상대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라고 비난했다.

한국노총, “앞으로 대화나 협의 얘기 꺼내지 마라”

한편, 한국노총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한국노총은 이영희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정책연대의 당사자인 한국노총과의 정례 정책협의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어떤 계획들을 확정지어 놓은 듯 한 장관의 발언과 태도는 정책연대의 첫 출발부터 망가뜨릴 수 있는 중대사건”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앞으로 대화나 협의 얘기는 꺼내지도 말고, 차라리 한판 붙자고 말하는 편이 정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전임자 임금문제에 대한 이영희 장관의 발언에 대해 ILO가 2002년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의 금지는 입법적 관여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인용하며 “자국의 노동계를 향해 근거도 없이 ‘부끄러운 일’ 운운하는 장관의 무지와 결례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비정규법에 대해서 한국노총은 “이영희 장관이 비정규법이 해고를 양산한다는 경영계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고 있다”라며 “법을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장관이 법 제정이 마치 잘못된 것 인양 신중치 못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