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회복지의 본질은 시장화"

'이명박 정부와 사회복지의 전망' 토론회 열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따른 국민적 저항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전반으로 번져가고 있다. 국민적 분노의 핵심은 국민들의 밥상 그리고 건강권과 같이 생활세계와 직결된 영역이 경제적.정치적 논리에 의해 침범당했다는 데 있는 듯 하다.

이러한 양상은 전통적으로 국가의 역할이었던 사회복지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의 역할은 점점 더 축소되고, 의료, 보육 등의 영역이 시장에 내맡겨지고 있다. 이미 김대중 정부 시절 '생산적 복지'라는 이름으로, 또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참여복지'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복지의 '시장화'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능동적 복지'라는 이름을 달고 진행되고 있다.

23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는 '이명박 정부와 사회복지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민중복지연대 교육연구센터, '사회복지와 노동' 포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현 정부 복지정책의 핵심 키워드인 '능동적 복지'를 중심으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보험 문제와 사회서비스 정책 등 이명박 정부의 사회복지정책 전반을 짚어보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김종건 "세 가지 담론 통해 교묘하고 치밀하게 시장화 추진"

  김종건 동서대 교수
이날 '이명박 정부의 사회복지 담론의 정체성'이란 주제로 첫 발제를 맡은 김종건 동서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능동적 복지'에 대해 "본질은 시장화에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능동적 복지'를 얘기하며, 표면적으로는 시장화를 언급하지 않는다"며 "대신 보다 교묘하고 치밀한 방법으로 시장화를 추진하고 있고, 여기에는 세 가지 담론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요약한 이명박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에 동원되는 '세 가지 담론'은 △맞춤형 복지 △수요자중심 복지 △서민을 위한 복지 등이다. 김 교수는 우선 '맞춤형 복지' 담론과 관련해 "이는 국가에 의한 사회복지지출총량의 제한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의도하는 '맞춤형'은 복지를 필요로 하는 대상에게 만족도 높고, 체감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보편성을 강조하는 기존의 복지는 대상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재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김 교수는 '맞춤형 복지'라는 담론이 "국가에 의해 제공되는 기존의 복지를 비효율적인 것으로 간주하게 하여 보편주의적 복지를 해체시킨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어 '수요자 중심' 복지 담론에 대해 "복지의 시장화를 위한 핵심 담론"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수요자 중심'이란 구매력을 가진 수요자의 선택을 보장한다는 차원의 접근"이라며 "수요자의 선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급자 간 경쟁이 전제되어야 하고, 민영의료보험의 활성화, 민간서비스 공급기관의 진입 자유화, 복지공급의 바우처(이용권) 방식으로의 전환을 핵심기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서민을 위한 복지' 담론에서 사용되는 '서민'의 개념에 대해 "이명박 정부에서 말하는 '서민'은 시장에 참여하여 자신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개별화된 서민"이라며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서민, 즉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공공성과 상부상조를 통해 살림살이를 해결해 온 집합적인 서민과는 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때문에 '서민을 위한 복지' 담론은 복지의 대상을 저소득층과 서민으로 제한하고 나머지 국민들로 하여금 그들과 자신을 구별 짓게 만든다"며 "그래서 복지를 권리로 인식하게 하는 것을 막고 시혜로 이해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제갈현숙 "이명박 정부의 복지, 공적사회보험의 무력화 전략"

  제갈현숙 '사회복지와 노동'포럼 연구원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의 사회보험 개편안의 쟁점과 문제점'을 발제를 한 제갈현숙 '사회복지와 노동' 포럼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에 대해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복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보험영역을 시장과 접목함으로써 이윤추구를 가능하게 하는 '경제발전 요소로서의 복지'라는 특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제갈현숙 연구원은 이어 "사회보험 영역에서 이명박 정부의 능동적 복지는 국민들이 능동적으로 민간보험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공적보험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사회보험의 공적기능을 최소화시키려는 '공적사회보험의 무력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보험요율과 급여율 조정 등 국민건강보험 개편의 주요 이유로 '재정악화'가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건강보험의 재정악화가 실제로 건강보험제도 내의 보험요율과 급여율 조정으로 해결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며 "재정악화는 건강보험의 지출구조에서 기인되기 보다는 오히려 보건의료체계의 상업적 성격에서 기인된 측면이 크다"고 '재정악화'의 요인을 보건의료체계의 상업적 성격에서 찾았다.

제갈현숙 연구원은 "의료기관, 제약사 등 한국의 의료공급 주체는 대부분 민간조직이고, 이들은 필요에 따른 의료제공을 하기보다는 이윤을 위한 의료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자본의 이해를 대표한다"며 "이에 따라 불필요한 곳에 과잉의료공급의 가능성이 높고, 이는 의료비 폭증이란 결과를 야기해 결국 건강보험 지출구조를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실손형 보험' 도입 등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정책과 관련해 "재정안정화를 내세워 건강보험 재정을 줄이기 위해 급여항목과 수준을 낮춤으로써 본인부담 비용을 개인의 여건에 따라 민간보험으로 대체한다는 발상"이라며 "시장의 논리와 바꿀 수 없는 공적영역인 의료부문을 민간보험 자본에게 넘겨,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내맡겼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제갈현숙 연구원은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64.3%로 선진국 평균인 80%에 밑돌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은 공공재원인 건강보험료와 조세를 통한 건강보험 보장율 수준을 국제적 비교에서 여전히 증가시켜야 하는 위치에 있다"며 "재정안정화 중심의 논의는 결국 현재 요구되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문제를 회피하게 하고, 공적 의료보험의 기능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공적보험의 보장성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성은미 "사회서비스 추진전략, '질 제고' 등 정책목표 달성하기 어려워"

  성은미 민죽복지연대 교육연구센터 연구원
참여정부 시절 일자리 창출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 간병, 보육, 장애인활동보조인 서비스 등 이른바 사회서비스 사업도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보다 본격화되고 있다. 성은미 민중복지연대 교육연구센터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의 사회서비스 추진전략과 관련해 "핵심은 서비스 수요자의 '선택권 강화'라는 이름 하에 바우처(이용권)를 도입하고, 다수의 서비스 공급자를 사회서비스 시장으로 유도하여 경쟁을 강화해 이를 통한 서비스 질의 제고"라고 지적했다.

바우처 제도란 장애인 등 사회서비스 이용자에게 이용권을 주고, 이를 사용했을 경우 서비스 공급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정부는 지난 해 4월부터 노인돌보미, 산모신생아 도우미, 중증장애인활동보조 등의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성은미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가 사회서비스 추진전략의 목표로 제시한 '선택권 강화'와 관련해 "아무리 선택권을 보장한다고 해도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으면, 선택권은 의미가 없다"며 "바우처를 통해 보장되는 비용은 낮고, 서비스 단가가 높을 경우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은 낮아진다"고 밝혔다.

그는 보육바우처 사업을 예로 들며 "보육바우처로 보장되는 비용은 한정되어 있는 반면, 민간보육시설의 보육료상한제가 없어지면 추가적인 보육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집 근처에 원하는 보육시설이 있다 해도 비용이 높다면 이용할 수 없다"고 정부가 주장하는 '선택권 강화'라는 목표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또 그는 "서비스 수요자들이 밀집되어 있어야 영리를 추구하는 서비스 공급자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기 때문에 대도시의 경우 상대적으로 지리적 접근성은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농어촌의 경우 서비스 수요자 규모가 작고, 밀집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영리를 추구하는 서비스 공급자가 농어촌에 진입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대도시와 농어촌 간 서비스 격차 발생을 우려했다.

정부가 주장하는 '서비스 질 제고' 목표와 관련해서도 "서비스의 질을 결정하는 대인서비스 기술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비스 공급자들의 안정적인 고용보장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 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서비스 노동자의 고용보장에 대해 아무 언급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 방식대로 운영될 경우 서비스 노동자들은 저임금.고용불안 집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성은미 연구원은 끝으로 "이명박 정부가 그럴싸한 사회서비스 추진전략을 제기하곤 있지만, 실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양극화와 서비스 수요자간 분리 등의 부정적 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사회서비스 수요자에게 사회서비스를 선택하도록 하게 되면, 중간계층의 경우 저소득층이나 장애인이 밀집되어 있는 시설을 이용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미국에서 교육바우처의 경우 중간층 이상은 공부 잘하고 고소득층의 아이들이 밀집되어 있는 학교를 선호해 저소득층이나 학업 성적이 나쁜 아이들이 밀집되어 있는 학교에 진입하지 않는데, 한국에서도 보육영역에서 이와 유사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의 시장화' 넘어서기 위한 과제는?

이명박 정부 사회복지정책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이뤄진 이날 토론회에서는 '복지의 시장화'을 넘어서기 위한 대응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 다만 김종건 교수는 '능동적 복지' 담론에 맞서 이른바 동반성장론을 견인하면서도, 복지지출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또 복지 지지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항담론의 구축을 강조했다.

제갈현숙 연구원은 "사회보험의 재정안정화 문제를 보험 가입자 개인의 책임이 아닌, 자본에게 전유된 잉여가치분을 국가로 하여금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보험 지형에서의 '피지배계급의 정치투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성은미 연구원은 "한국과 같이 민간비영리, 민간영역에서 사회서비스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서비스 비용과 질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국가주도의 사회서비스 공급이 필요하다"며 "국가가 일정부분 사회서비스를 직접 제공함으로써 그 외 사회서비스 공급자들의 서비스 비용과 서비스 질을 자연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