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경상대학교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남아프리카공화국 크와줄루 나탈 대학의 몰피 은돌부 연구원은 요하네스버그의 사례를 볼 때, 물 사유화가 빈민들의 삶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 '요하네스버그 물'은 빈민들이 물 요금을 내지 않을 것을 우려해, 선불제를 도입했다. 사진은 물 계량기. |
남아공에서 물 산업에 뛰어든 이 초국적 기업은 이윤을 내기 위한 방안에 고심했다.
그리고 물 사용요금을 제대로 낼 여력이 없는 빈민가 지역에서 이익을 회수할 방법으로 ‘요하네스버그 물(JW)’이 선택한 방법은 선불제. '물 선불제' 시스템은 물을 사용하기 전 소비자가 카드를 구매하고, 그 구매액에 해당하는 양을 계량기에 기록해서 공급하는 방식이다.
빈민들 울리는 선불제 시스템
은돌부 연구원은 "수도 사무소 같은 곳에가서 돈을 내고, 카드를 산다. 그리고 그 양이 각 집에 있는 계량기에 등록된다"고 설명했다.
▲ 경상대학교 주최 국제학술대회에서 요하네스버그의 물 사유화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 몰피 은돌부 |
은돌부 연구원은 물이 사유화되자 시 당국에서 "물을 낭비하지 않고, 부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었다고 홍보했다"며, 이것은 "공과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물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물이 사유화되면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는 돈에 따라 결정되는 것" 이라는 게 은돌부 연구원의 결론이다. 물이 사유화 된 직후인 2002년 첫 4개월 동안의 통계를 보면, 이 지역 내 90,000번의 단전, 단수 조치가 이루어졌다.
여기에 대해 물 사유화를 반대해 온 '물 사유화 반대연합'은 선불제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법정 싸움을 해, 지난 4월 30일 고등법원으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물 선불제'는 이미 짐바브웨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물 사유화, 제노포비아 폭력사태의 한 원인
은돌부 연구원은 물 사유화 등 남아공 정부의 사유화 정책이 최근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폭력사태에 한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부터 흑인 거주 지역에서 짐바브웨, 모잠비크 등 다른 아프리카 출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집단 폭행이 확산 되면서 20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한 바 있다.
그는 현재 폭력사태가 "사유화와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자가 되고, 실업자로 남게 되고, 시장관계에서 배제된 빈민들이 배제되는 한편, 물과 같은 공공서비스가 상품화되고, 시장화되는 상황"에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돌부 연구원은 물 사유화 이후, 제한된 물 사용량 때문에 "각자 알아서 정해진 양의 물을 마셔야 하는 상황에서 남아공 사람들은 서로 살벌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며 물 사유화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