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 - 촛불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농식품부 공무원 "美쇠고기 협상, 사죄하고 싶었다" 양심고백

이 진 민주공무원노조 농식품부 지부장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美쇠고기 협상"

김이태 연구원 등 이명박 정부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의 이른바 '양심고백'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美쇠고기 협상 주무부처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농림수산식품부(농식품부) 공무원이 공개적으로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졸속협상"이라고 비판하며 '재협상'을 촉구해 주목된다.

"사죄하고 싶은 마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이자 전국민주공무원노조 농식품부 지부장인 이 진 씨는 26일 전국민주공무원노조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관련 협상은 한마디로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협상이며, 국민의 건강권을 지나치게 훼손한 협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진 지부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여학생과 아주머니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절절한 우려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들으면서, 농식품부 공무원으로서 앞에 나가 사죄하고 싶은 마음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양심 고백'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진 지부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입장발표를 자제해 달라는 기관 측의 지속적인 부탁과 나아가 노조 지부장으로서 우리 지부에 닥칠 탄압과 어려움 등을 고민해야하는 저로서는 무한한 갈등을 겪어왔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 진 지부장은 이번 협상 결과와 관련해 "협상에 참여한 공무원들이 '국민 건강권의 최대한 보장'을 우리 측 입장으로 가지고 협상에 임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밝힌 뒤 "그러나 며칠간의 협상과정 중 양국간 입장 조율이 잘 안되던 상황에서 장관과 대표가 단 하룻밤 만에 미국 측 요구를 전격 수용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과 우리측 협상대표인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을 직겨냥했다.

"'과학적 기준', '안전성' 말, 이제는 신물난다"

그는 30개월령 쇠고기 연령 제한 해제 등의 협상 결과를 언급한 뒤 "농식품부 장관이 그토록 되풀이 했던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규정과 과학적 기준, 안전성이라는 말에 이제는 신물이 난다"며 "미국 자국법에 의한 쇠고기 정의를 따라야 하는 협상 등 더 이상 어떻게 말씀드리기도 구차한 내용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 진 지부장은 또 협상 결과, 미국도축장 승인 권한을 90일까지만 한국 정부가 갖도록 한 점을 예로 들며 "이는 OIE규정은 물론 과학적 근거도 없다"며 "이는 그간의 협정내용과 전혀 다른 것으로서 95년 WTO 가입이후에도 승인 권한은 한국이 보유하고 있었고(미국의 작업장 지정 통보에 따라 현장점검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승인), 이러한 조항은 우리정부가 작업장 지정을 취소할 권한도 포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제소당한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분의 말씀처럼 지난 몇 개월간 바뀐 것은 과학적 기준이 아니고 정권뿐이라는 것에 저절로 동의가 된다"며 "정부는 고시를 무기한 연기하고 재협상에 임할 것을 밝히고 미국과 즉각 재협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이 진 지부장은 "농식품부 공무원으로서 이렇게 자괴감이 많이 든 시기는 처음이다. 아마도 많은 우리부 동료들도 그러하다고 생각한다"며 "지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일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분들에 대한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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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 농식품부 , 전국민주공무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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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여우

    이진님, 당신은 김이태 연구원과 더불어,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희망의 등불'이 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지지

    용기에 박수를 드립니다. 이런 일로 공무원노조나 농식품부 소속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이 없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