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재보선, 한나라 참패..'쇠고기 민심' 호된 심판

재협상 요구 귀막다 벼랑끝 몰린 MB정부

'쇠고기 민심'이 이명박정부와 여당에 혹독한 심판을 내렸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3일) 다음날 치러져 'MB 100일 평가전'으로 불린 6.4 재보선 결과는 한나라당의 참패로 돌아갔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전멸하며 '반(反)이명박' 쓰나미를 겪었다.

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로 급락한 것과 맞물려 기초단체장 9명과 광역.기초의원 43명만을 선출한 '미니 선거'가 가져올 정치적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선거 막판 미국 육류수출업체의 자율규제를 해법으로 제시한 정부의 '꼼수'가 국민에게 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야권과 국민의 재협상 요구 목소리가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면 재협상, 내각 총사퇴' 요구 수용 불가피

한나라당은 기초단체장 선거가 치러진 9곳 가운데 6곳에 후보를 냈으나 승리한 지역은 경북 청도 한 곳에 불과하다. 최대 관심지역인 수도권(서울 강동구, 인천 서구, 경기 포천)과 텃밭인 영남권(남해, 거창)에서 모두 패했다. 29명을 뽑는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7곳에서만 당선자를 내고 14명을 뽑는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한 곳만을 건지는 등 쓰나미를 겪었다.


반면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무소속 후보들은 '반(反)이명박' 효과로 인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통합민주당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서울 강동구를 비롯한 3곳에서 승리하고, 광역의원 선거 14곳, 기초의원 선거 6곳에서 당선자를 내는 등 선전을 거두며 대선, 총선 연패의 기억을 말끔히 털어냈다.

자유선진당은 충북 지역에서 광역의원 2명, 기초의원 2명을 배출하며 총선에 이어 이번 재보선에서도 지역주의 정당의 저력을 드러냈다. 기초단체장 선거가 치러진 9곳 중 5곳을 휩쓴 '무소속 돌풍'도 눈에 띈다. 이 가운데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의원이 재선한 경남 창원에서 광역의원 한 명을 당선시켜 '진보 텃밭'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한나라당의 패배는 쇠고기 파동에다 주력 지역인 서울 강동구에서 김충환 의원의 쇠고기 반대 시민 폭행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일찌감치 예상된 결과였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들고 지역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선거를 '지역 선거'로 축소 해석하려 애썼지만, 향후 전개될 정국 흐름은 한나라당의 기대와는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쇠고기 민심'이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청와대는 정운천 등 장관 경질을 넘어선 대대적인 인적 쇄신책 마련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의 '내각 총사퇴'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만은 없게 됐다.

여당으로부터 정국 주도권을 넘겨받게 된 야당은 '18대 개원 무기한 거부' 카드와 함께 쇠고기 재협상을 더욱 압박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선거 결과에 대해 "재보선의 민심은 쇠고기 재협상을 반드시 관철하라는 것"이라며 "통합민주당은 쇠고기 협상 무효화와 전면적인 재협상을 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받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번 재보선의 최종 투표율은 23.2%로,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2000년 6.8 재보선(21.0%)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했다. 통합민주당이 촛불집회에서 냉대받고 있는 것에서 보이듯, '쇠고기 민심'이 이명박정부와 여당에 대한 규탄뿐 아니라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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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 쇠고기 , 재협상 , 쇠고기 협상 , 이명박 , 6.4 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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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충환만쉐이

    김충환 의원 장하다.
    이결과가 어찌 명바기 혼자만의 공이겠니, 다 니가 킹왕짱 찌질 퍼포먼스로 한몫 단단단히 해준덕이여.
    고마워 김충환. 수고 많이 햇어!!!
    앞으로도 결정적인 순간에 온국민이 분노할수 있게 찌질한짓 마니마니 부탁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