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 . 공공부문 노동자는 송구

[인터뷰] 김동성 공공운수연맹 수석부위원장

유영주 기자 www.yyjoo.net / 2008년06월06일 18시25분

촛불집회에 나온 대중들은 “고시 철회, 재협상” “명박 퇴진”을 외친다. 이명박 정부 정책 어느 하나 문제되지 않는 게 없다. 대운하, 자율교육, 민영화, 의료 시장화 하나하나가 시비 대상이다. 수돗물 괴담 진위 논란이 한 바퀴 몰아치면서 물 뿐 아니라 공공부문 민영화도 광우병 소고기 수준으로 경멸하는 분위기다.

근데 정작 촛불시위 현장에 공공부문 노동자 당사자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민의 압도적인 숫자에 묻혀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노동자로서의 자존심이 실린 조직적인 목소리라도 내야 하지 않을까. 대중들은 민영화 학습을 사실상 끝냈는데..

공공 노동자는 현 시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림동 공공운수연맹 사무실을 찾았다. 임성규 위원장은 업무차 해외 출장중이라 김동성 수석부위원장을 대신 만났다.

“저도 놀랐다. 대중의 사고와 행동을 따라잡기 힘들다. 저렇게 자발적으로 인터넷상에서 소통하고 거리에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며 노동조합은 정말 관성에 많이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 수동적이고 길 들여졌다는 게 확인된다. 투쟁의 생기를 많이 잃어버린 게 아닐까 자조감이 든다.”

자조감이라고 말했다. 공공운수연맹을 대표하는 책임있는 간부로서 언급하기 쉬운 단어는 아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사유화 문제까지 확대되는데 이 상황에서 당사자인 공공부문 노동자가 제 역할을 못하는 형편이다. 이 상황을 받아 안거나 나서지 못하면 노동조합운동은 앞으로 정말 미래가 없다는 생각까지 든다.”

예기치 못한 대중행동은 조직 노동자의 어깨를 움츠리게 한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노동 조건과 운동 여건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쇠고기 수입 등 사회적 의제와 공공부문 사유화 추진에 이렇다 할 대응을 못하는 상황인지라, 당사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여간 작지 않은 듯하다. 더군다나 이번 촛불시위 초반부에 노동자가 참가할 때는 조합 조끼를 벗어야 하네 마네 논란도 있던 터였다.

3조직 임원단, 6.10 공공노동자 총회 투쟁 하기로

사태가 만만치 않자 지난 3일 밤, 3조직(공공운수연맹, 공공노조, 운수노조) 임원단 회의를 가졌다. 임원단 회의는 공공운수연맹 의결 단위는 아니지만, 선출 간부 12명이 한 자리에 모인 것으로, 이렇게라도 모여 현안에 대응해야 한다는 긴박한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날 회의 결과, 최근의 비상한 국면에 조응해 4대 요구(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공공부문 사유화 중단! 한반도 대운하 중단! 유가대책 촉구!)를 정리했다. 이견이 없었다. 그리고 연맹 차원에서 6월 10일(화) 총회 투쟁을 전개하는 것으로 의지를 모았다고 했다. 연맹 총회 역시 조직표에는 없는 형식이다. 6월 10일 당일 4시까지 단위 노조가 총회를 가진 후 한 자리에 모인다는 개념이다.

“3조직 임원회의를 하게 된 것은 광우병 쇠고기 뿐만 아니라 사유화 문제도 있는만큼 우리 문제라는 건데, 이 정세를 놓치고 갈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어서다. 무엇보다 임원의 결단이 필요한 일이고, 정치적 결단 차원에서 긴급하게 선출직 임원들이 모인 거다. 지금 총파업은 못한다. 선언해도 할 데가 없다. 그렇다면 뭘 할 수 있겠는가 논의하다 총회를 하자고 한 거다. 단위 사업장이 총회를 할 수 있으니 하고, 4시까지 모이자, 모여서 연맹 차원에서 촛불집회에 결합하자고 결정한 거다. 이 결정조차 난감해 하는 사업장이 훨씬 많았다. 안 할 수 없고 하자니 부치고..”

정세가 고양되고 대중이 직접 행동에 나서자 노동자 총파업은 이럴 때 하는 거 아니냐는 불만 섞인 여론이 없지 않다. 김동성 부위원장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공공운수연맹은 총파업을 할 처지가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이명박 정권 인수위 시절 민영화 정책 거론되면서 상반기에 파업 준비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여의치 않았다. 다시 6말7초로 맞춰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6말7초 투쟁이 연맹 차원의 투쟁이 되려면 조직 능력과 의지가 있는 단위노조의 결심이 있어야 하는데 아다시피 대부분이 필수공익 사업장들이다. 14만 명 중 7만 명이 필수공익 사업장인데 철도, 발전, 가스, 서울지하철, 부산지하철 등이 그렇다. 한 번 칼을 뽑으면 집어넣기 힘든 상황인지라, 6말7초로 맞춰봤지만 역시 잘 안됐다.”

철도, 부산지하철, 발전 등은 집행부가 바뀐 지도 얼마 안 되었고, 6말7초 총파업 투쟁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연맹 차원의 총파업을 10-11월 경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공동투쟁본부를 따로 꾸리고, 파업 준비와 재정 부담을 먼저 준비하고 통합 산별에 복무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성 부위원장은 4일 열린 민주노총 투본회의 결과를 놓고 약간의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투본회의가 어제(4일) 있었다. 공공운수연맹은 총회 투쟁을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갔다. 그런데 원래 6월 10일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투본회의에서 결정하자는 거였는데, 제시된 내용이 찬반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6월 10일 이후 고시를 강행할 시 찬반투표와 총파업을 한다는 건데, 이게 어떤 맥락에서 제출되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분위기였다. 공공운수연맹은 이야기가 안 되어 있는 상태여서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6월 10일 실천 대응에 집중하기보다 이후 찬반투표와 총파업 논의 제안에 대해 공공운수연맹으로서는 어떤 책임있는 이야기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이야기다.


공공부문 사유와 문제가 아니면 안 움직인다

화물노동자들이 미국산 쇠고기 운송 거부 투쟁을 이야기했을 때 시민들이 크게 환영한 바 있지 않느냐고 말을 건냈다. 김동성 부위원장은 그 중요성을 확인하면서도 운수노조의 운송 거부 투쟁이 민주노총 차원의 대응으로 가면서 운송 저지 투쟁으로 바뀐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화물연대 30만 노동자 가운데 조직된 조합원은 1만 명 수준이다. 거부 투쟁은 소극적이지만 저지 투쟁은 조합원이 아닌 노동자의 차량까지 막는 상당히 어려운 투쟁이다. 그렇다면 저지 투쟁과 같은 지침을 내리면 책임 이야기도 동반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다행히 고시 관보 게재가 연기되긴 했는데, 저지 투쟁이든 총파업이든 선언은 할 수 있지만 뒷받침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없으면 책임질 수 없게 된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지금 정세를 어떻게 보는지를 물었다. 김동성 부위원장은 공공부문 사유화 이야기가 나와야 움직이는 현실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응대했다.

“공공부문 사유화 이야기가 나오면 움직이지만 안 그러면 사실 안 움직인다. 집단 이기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화와 사회적 운동으로 발전하는 운동으로 가기 위한 스케줄을 만들어야 한다. 단위 사업장 차원에서는 안 되고, 여러 노조가 모여 함께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노조운동의 혁신 과제는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 조직 노동자들이 대중행동을 방관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민주노총 결의대회 등 크고작은 동원이 이루어지고, 개인으로, 또는 조합이나 산별 차원에서 광우병 쇠고기 반대 시위에 함께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띤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대중행동과 비교할 때 노동조합운동의 역동성은 비교 자체가 무색할 만큼 초라해보인다.

“(민주노총 결의대회는) 참가한 조합원들 입장에서 뭘 하자니 딱이 손에 잡히는 것도 없고, 뻘쭘이 자리를 같이 하는 것 이상 무얼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지침이 없으면 안 움직이는 오랜 관성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고민은 많이 하고 무엇을 해야 할 지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 자극하고 정치적 결단도 함께 하고, 뭔가 움직일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공공부문 노동자가 지금 무엇을 할 건지를 물었다. 김동성 부위원장은 희망은 결국 거리에서 찾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거리에 얼마나 나오느냐도 중요하지만 나와서 무얼 하느냐가 더 중요한 국면이다.

“우리는 집회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오랜 관성, 나쁜 습관이 퇴적되어 있다. 이 층을 깨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임단협은 모두 빠꼼이가 되었다. 연맹과 총연맹은 서로 눈치 보고 아무 말 안 해도 서로 뭘 원하는지를 아는 상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건 민주노조운동의 후퇴를 의미한다. 지금은 촛불집회에 조합원들이 참석해서 현장을 목격하고 체험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집회에 참가하는 간부나 조합원은 신선함을 많이 느낀다고 말한다.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조합원도 많다. 대중행동과 함께 호흡하며 지도부와 조합원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가는 방법 외에는 없는 거 아니냐. 총파업 준비도 그게 바탕이 되어야 힘이 실릴 테고. 희망이 거리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금은 거리로 나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유일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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