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그나마 촛불이 희망입니다"

[기고] 한국이 터키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터키란 나라에서는 벌써 4년 가까이 살고 있지만, 살면 살수록 “사회정의”라는 개념은 아예 없는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파시즘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출판된 적이 없고, 독일에서는 출판이 아예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히틀러의 자서전을 터키에서는 “파시즘을 조장할 목적”으로 교육부에서 청소년에게 권장도서로 읽도록 권장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터키에서 지금은 최고자리에서는 내려왔지만, 한때 가장 부자였고 지금도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마약으로 돈을 번 마피아 출신이란 사실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를 비난하는 사람을 지금까지 단 한명도 본적이 없습니다. 단지 그의 부를 부러워할 뿐...

정치적으로도 선거로 정부를 구성하기에 민주적으로 보이지만, 군부가 여전히 행정부보다 더 큰 권한을 갖고 있는 군사독재 국가입니다. 터키 역사에서 군부가 행정부 수반을 바꾼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행정부가 군 수뇌부를 바꿔본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습니다.

매년 30% 물가상승...돈 없는 서민만 죽어가는 터키

또한 터키의 빈부 격차는 한국에서 상상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5년 전엔가 ‘포춘’에서 세계 700대 부호인가의 명단을 발표한 적이 있었습니다. 일인당 국민 소득도 국가 전체 경제 규모도 터키보다 훨씬 큰 한국의 부호가 단 4명만이 이 명단에 포함되었지만, 터키에서는 20명이 넘는 부호가 이 명단에 포함되었더군요.

그리고 지금 그 격차는 그때보다 더 크게 벌여졌습니다. 터키의 인플레 때문입니다. 터키의 물가 상승률은 살인적입니다. 매년 30% 가까이 물가가 상승합니다. 3년 전과 비교해서 모든 물가가 정확하게 두 배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임금 인상률은 단지 10% 내외일 뿐입니다. 즉 회사나 하다못해 구멍가게라도 자기 사업체를 갖고 있는 사람은 때가되면 그저 아무런 인상요인이 없더라도 습관적으로 물가를 30% 가량 올려 받습니다. 돈 없는 서민들만 꼼짝없이 죽어가야 하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관광수입이 가장 큰 외화 수입원인 터키가 유럽연합 가입을 위해서 막대한 외채를 끌어들여와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30%를 넘나드는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터키 리라화의 가치는 달러대비 오히려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관광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외형적으로 경제는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달러화 표시 국민 소득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구매력은 떨어지고 있고,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조만간 한국의 IMF와 비슷한 환란을 겪게 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입니다.

서민 외면에, 심지어 거짓말까지

하지만 터키 정부가 서민의 생활을 살피는 정책을 펴는 모습을 보기는 힘듭니다. 과거 100%에 달하던 살인적 인플레가 30% 선으로 떨어졌으니 경제가 안정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는 인플레를 10% 선에서 잡았노라는 거짓말까지 해대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생존하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사람들은 무슨 짓이든 하여야만 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앞에서 말한 마피아라도 돈만 벌면 존중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릅니다.

업자들이 담합을 하는 것은 예사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를 규제할 어떤 제도나 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돈 있는 자들은 돈 없는 사람들을 극도로 무시하고, 심지어 인간 취급조차 하지 않습니다.

자본의 극단적인 자유가 허용된, 자본이라는 측면에서만 봤을 때는 미국보다 더 자본이 자유로운 나라입니다.

한마디로 미국식 자본주의의 온갖 못된 것만을 배워왔을 뿐, 심지어는 미국에도 존재하는 경제정의라는 개념 자체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한국보다 더 잘 살던 터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물론 터키가 원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한때는 한국보다 훨씬 더 잘살던 나라였고, 일찌감치 OECD에 가입했던 나라입니다. 하지만 군부가 몇 차례의 쿠데타를 일으키고 국부라고 일컬어지는 무스타파 케말의 세속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권위주의 통치체계를 확립한 후 사람들의 의식을 정치에서 멀어지도록 여러 조처들을 취하면서 벌어진 일들입니다.

한국이란 나라가 계속 이대로 간다면 아마도 터키처럼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미 그런 조짐은 여러 곳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빈부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고, 물가가 점점 상승하고 있고, 정부는 서민들의 삶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이미 한물간 미국식 신주유주의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전반적인 의식 수준이나 생활수준, 민주화수준 등의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의 80년대 중반을 넘지 못하고 있는 현재 터키의 상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답답한 마음에 몇 자 적어봅니다.

그나마 촛불이 희망입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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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 촛불 ,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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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히시이

    자본의 노예가 된 시대.

  • 자두

    나 역시 인터넷실명제를 반대합니다
    지난 대선 때인가? 인터넷신문 민중의소리에서도 선거기간 인터넷실명제를 위반하여 과태료를 물린 적이 있습니다
    악법도 법이라고 했습니다
    괜한 고집(고집이라고 하기에 좀 거북스럽지만 달리 표현할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막강 권력의 정부와 국회를 정한 법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입니다
    화도 나지만 어찌합니까? 법은 법이니 따르고 법개정을 위해서 국회의원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