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여 시민, "우리들은 '촛불파'다"

[14일 촛불집회] 고 이병렬 열사 추모와 KBS 문제가 화두

'미친소 반대'로 시작된 촛불집회는 '미친교육 반대', '대운하 반대'에 이어 '공공기관 민영화 반대', '공영방송 지키기' 등 대 사회적 이슈로 점차 확장돼 가는 모습이다. 오늘은 "적을 것이 너무 많아 피켓이 모자란다"고 적힌 피켓까지 나왔다.


14일 오후 7시 서울 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다양한 시민 3만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은 특히 낮 3시부터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비정규직노동자대회를 열고 참석한 인파가 결합했으며, 끝내 운명한 고 이병렬 열사의 장례식이 치러지기도 한 날이라 고인에 대한 묵념으로 대회가 시작됐다.

자신들을 '촛불소녀들'이라 밝힌 여중생 십여 명은 연단에 올라 '돌아가신 이병렬 님께 드리는 편지'를 낭송했다. 대표로 편지를 낭송한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은 "누가 옳고 그른지도 모르는 이들이 나라를 장악하고 있는 말도 안되는 현실에서, 이병렬 님이 답답한 모습만 보고 가셔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 "이병렬 님이 태안에서 목숨을 끊은 어부들처럼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길 바라지 않는다"며 "사람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정부와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끝까지 촛불을 들어, 이병렬 님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촛불문화제의 사회자가 이날 집회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광우병 위험 쇠고기 운송을 반대하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참석을 알리자 시민들이 박수로 화답하기도 했다.

마산에서 올라왔다는 64세의 한 남성은 "아침부터 KTX를 타고 서울에 올라오면서 옛날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에 오는 기분이 이런 것이었을까 생각했다"며 버시바우 대사의 "한국인은 광우병에 대해 과학적으로 더 공부해야 한다"는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 분의 말씀대로 공부를 해 보니 한국 소는 '한우'이고 미국 소는 버시바'우'라는 답을 찾았다"는 이 시민의 발언에 참가자들은 "장원급제!"라고 화답했다. 이 시민은 자신이 베트남전 참전 유공자라며 전날 집회를 연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 손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고엽제 전우회는 그래선 안된다, 전우 여러분 정신 차리라"는 일갈과 함께 "'친북 주사파'니 하는 말 말라, 우리는 '애국 촛불파'다"라는 발언이 시민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이날 촛불집회에선 최근 여의도 KBS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와 관련한 발언도 많이 나왔다. 특히 전날 고엽제 전우회가 방송국 담을 타 넘는 등 폭력적 행동을 한 데 대한 충격이 커, "공영방송 장악 안돼", "KBS표적감사, 뉴라이트 너네나 해"라는 피켓과 더불어 "함께해요 KBS지키기"라고 적힌 노란 풍선이 등장했다.



아이디 '권태로운창'이라 밝힌 아고라 회원은 "KBS 앞에서 '아고리언'들이 연좌시위를 하는 이유는 정연주 KBS 사장이 잘했고 못했고를 떠나 우리 국민의 공영방송인 KBS를 이명박 정권이 장악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이명박 당신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KBS의 주인이다, KBS에 대한 표적감사를 당장 중단하고 정연주 사장의 임기를 보장해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라"고 촉구했다.

최근 대두된 전의경 제도 폐지와 관련해서는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활동가가 발언했다. 오창익 씨는 최근 경찰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청소년을 연행한 후, 석방의 댓가로 반성문을 요구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기껏해야 집시법, 도로교통법 위반 때문에 이명박 정권이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차벽 뒤편에 동원된 스무 살 남짓의 전의경들은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자지도 못하며 노예처럼 살고 있다"면서 "'전투경찰대 설치법'에 따르면 우리 시민이 경찰의 '적'이나 '간첩'이 되어야 하는 것이냐, 세계의 유례가 없는 전의경 제도는 즉시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광주에서 왔다고 밝힌 고등학교 3학년의 여고생은 "우리의 모습은 87년 민주화 운동과 다를 지 몰라도, 물대포를 쏘고 군홧발로 짓밟는 경찰의 모습은 전두환 정권과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컨테이너로 우리를 막을 것이 아니라 소통을 생각하라"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이 학생은 또 "학교에서 대입 논술을 준비하며 조중동 논설을 읽는 우리가 뭘 배우겠냐"며 "청소년의 꿈이 광우병 때문에 꺼지지 않도록 계속 촛불을 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배우 박철민 씨, 촛불집회 깜짝 등장

이날 촛불집회의 마지막 자유발언으로는 영화 '화려한 휴가'와 드라마 '뉴하트'로 인기를 모은 배우 박철민 씨가 나왔다. 박철민 씨는 "우리 배우들 중에도 여러분의 아름다운 생각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철민 씨는 "착한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 것은 최악의 나쁜 행동"이라며 "만일 백두산 호랑이에게 토끼풀을 먹이면 호랑이가 돌아버릴 것"이라고 말해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착한 소를 광우병 걸리게 한 사람들 뒤질랜드!", "자기들은 안 먹으면서 광우병 소 수출하려는 사람들 뒤질랜드!", "광우병 소 수입하자는 사람들도 뒤질랜드!", "어쨌든 자연을 역행하는 인간들 뒤질랜드!"라고 자신의 유행어를 빌어 발언해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이날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집회를 마치고 참석한 이랜드일반노조의 비정규직 노동자도 연단에 올랐다. 윤송단 이랜드노조 조합원은 "이명박과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서민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힘들게 하는 점에서 닮았다"며 "홈에버, 뉴코아는 이전부터 유통기한 부정표시나 원산지 표기 위반으로 적발된 적이 많았던만큼, 미국 쇠고기가 들어와 호주산으로 둔갑할 지도 모를 일인데, 우리 노동자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두 시간여의 촛불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시청 광장에서 광화문 일대 행진을 벌인 후 세종로 사거리에 도착, 현재까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세종로 사거리 이순신 동상 앞에 전경버스를 동원해 차벽을 세운 한편, 전경버스로부터 5미터 앞에 폴리스라인을 쳐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전경버스 접근을 막았다.

주최측은 세종로 사거리에 마련된 트럭 자유발언대 위에서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0교시 자율화', '등록금 인상', '민영화', '대운하'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이 적힌 대형 풍선을 던지고, 이 '폭탄'을 맞은 참가자들이 기절한 모양새를 취하도록 하는 대규모 플래시몹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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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 촛불집회 , 촛불문화제 , 광우병 ,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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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박충국

    미친소 반대.대운하반대

  • 이런

    명박이 뒤질랜드~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