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아일랜드에서 퇴짜 맞은 EU 미니헌법

편법으로 되살아났지만, 곳곳에서 저항

국민투표를 피하기 위해 '개정조약'으로 되살아났던 EU헌법이 또 한 번 좌초되었다. 13일 아일랜드 국민투표에서 EU의 '미니헌법' 또는 '리스본조약'으로 불린 '개정조약'은 반대 53.4%, 찬성 46.6%로 부결되었다. 투표율은 당초 예상보다 높아 53.1%를 기록했다.

결국 4억 9천만 EU전체 인구의 1%도 되지 않는 아일랜드인들의 결정으로 '리스본 조약'은 다시 폐기될 것인가의 기로에 선 셈이다.

'리스본조약'은 2005년 프랑스와 네덜단드에서 EU헌법이 연이어 부결되자, 국민투표를 피하면서도, EU헌법의 내용을 관철하기 위한 방안으로 '조약'으로 그 명칭이 변경되었다. 지금까지 14개국이 비준을 마쳤으며, 유일하게 아일랜드만이 국민투표를 거쳤다.

EU(유럽연합) 순회의장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아일랜드 국민투표 부결로 EU의 정치적 통합이 위기를 맞았다며, 체코공화국,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아직 리스본 조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 총리들을 만날 예정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다른 EU회원국들에게 부결에 개의치 말고 계속 비준 절차를 밟아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개정조약 사문화 압박받는 영국...체코, 네덜란드도 부정적

호세 마뉴엘 바로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도 "리스본 조약은 여전히 살아있으며, 다른 국가들은 지금까지 18개국이 했던 것처럼 비준을 계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아일랜드 국민투표 부결사태를 '리스본조약'의 장점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점과, 국내 상황이 불안정한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리스본조약'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은 유럽 전역에 팽패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체코, 네덜란드 등에서는 오히려 '리스본조약'을 사문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정부 및 의회 내외에서 받고 있다.

부결 위험을 피해 국민투표 대신 의회 비준을 결정한 영국에서 '리스본조약'은 이미 하원을 통과했으며 18일 상원에서 3차(최종) 독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의회 밖에서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체코에서도 개정조약과 자국 헌법이 상충되는 문제가 헌법재판소에 상정되어 있으며, 네덜란드에서는 한 신문 여론조사에서는 95%가 '리스본조약'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4대 강국 의사결정 독식 등 위험...전망 불투명

'오픈 유럽(Open Europe)'의 닐 오브라이언 소장은 아일랜드의 국민투표 부결에 대해 "유럽 전체 서민들을 대신해서 거만한 정치엘리트들에 대한 의미심장한 승리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영국에서 계속해서 비준을 추진한다면 "선거 자살행위(electoral suicide)"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스본조약'은 이중다수결제를 통해 EU(유럽연합)의 4강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태리가 의사결정과정을 독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중다수결제는 그 시행시기가 늦춰지긴 했지만, EU 27개 회원국 중 15개국(55%)이상, 또는 EU전체 회원국 중 인구 65% 이상이 찬성할 경우 주요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의사결정방식이다.

또, 볼케슈타인 지침(Bolkestein Directive)이라 불리는 역내 공공 서비스 자율화 조치도 약간의 수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이번 EU개정조약 내에서도 기본방향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들은 아일랜드 부결사태로 위기에 처한 '리스본조약'을 되살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유럽연합정상은 오는 19~20일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대책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조약 부분 수정 후 아일랜드 재투표 요청 △회원국 비준 절차 중단과 조약 재조정 △26개국 비준으로 우선 발표 △폐기 등이 대안으로 예상되지만, 아일랜드 정부가 재투표 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고, 이 조약 자체가 27개국 전체 비준을 전제하고 있어 이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태그

EU , 개정조약 , 볼케슈타인 지침 , EU 헌법 , 리스본 조약 , EU 미니헌법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변정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