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국’에서 버젓이 판치는 ‘불법 정치 총파업’ 괴담

[기고] 노동자 정치 총파업과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촛불집회를 '포르노영화'로 매도하면서 '광화문지역을 청소년 야간통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국군을 동원할 것을 주장했다. 작가 이문열은 촛불시위를 ‘집단난동’으로 매도하고, ‘의병봉기론’을 주장했다. 이 자들이 그동안 수구보수진영의 친위대를 자처하고서 틈만 나면 나팔수 역할을 해왔지만, 촛불시위에 대한 시각과 처방은 다시 한번 놀라울 따름이다. 이쯤 되면 저들의 비민주적이고 몰상식적인 세계관을 넘어서서 정신질환 여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병적’ 선동은 이데올로기 공세에 머무르지 않는다. 저들은 북파공작원들의 촛불집회장 점거나, 일부 종교단체의 촛불집회 규탄집회를 ‘의병봉기’로 규정하고, 그것을 고무찬양하고 있는 것이다. 조갑제·이문열식 악선동은 본격적인 탄압의 전주곡인 듯싶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가 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문 사유화·시장화, 민생파탄 등 총체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 촛불집회가 화물연대, 건설기계를 필두로 한 노동자 투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투쟁의 의제와 주체가 확대되는 만큼 ‘반동’도 전면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반동’은 노동자투쟁에 대한 탄압에서부터 시작되려는 것이다.

광우병 쇠고기협상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점점 커지자, 조중동과 이명박 정권은 네티즌들의 비판을 ‘괴담’이라고 일축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그 ‘괴담’이 ‘진실’로 드러났다. 괴담이 진실로 드러나는 만큼 촛불은 점점 늘어났다. 이제 조중동과 이명박 정권은 또 다른 괴담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이번에는 저들 스스로가 괴담을 유포하고 그것을 진실로 만들어 촛불을 꺼보려 하고 있다. 바로 ‘불법 정치 총파업’ 괴담이다.

나팔수들의 괴담

“정부는 불법파업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나라 경제를 볼모로 한 민노총의 정치파업에 국민도 힘을 모아 대응할 필요가 있다 (6.15 동아).” “민노총의 총파업은 정말 문제가 많다. 화물연대의 경우처럼 생계형 파업도 아닌데다가 근로조건과는 관련없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한반도 대운하 반대 같은 정치적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불법파업(한경 6.16)이다.”
언론의 선동에 바로 화답하여 6월 17일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민주노총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총파업을 결정한 것에 대해 “근로조건 개선과 관계없는 정치적 목적의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며 “정부로서는 이런 불법행위가 지속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할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불법 정치 총파업’ 괴담의 실체 1 : 민주노총 총파업은 근로조건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들이 민주노총 총파업을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하나하나 따져 보자. 우선 민주노총 총파업이 ‘근로조건 개선과 관계없는 정치적 목적’이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노동조합법 2조의 “노동쟁의라 함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상태를 말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노총 총파업 요구가 ‘근로조건개선’과 무관한 것인가? 민주노총은 광우병 쇠고기협상 전면무효화 및 재협상, 물·전기·가스·철도·의료·언론의 시장화·사유화 정책 폐기, 한반도 대운하 반대, 기름 값·물가 폭등저지 등 4가지 요구를 내걸고 총파업투쟁을 하기로 했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보자. 이와 관련하여 6월 15일, 조선일보는 “현대차 노조 간부가 ‘광우병 소를 먹고 건강이 나빠지면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막으려는 파업은 정당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현대차 노조가 민주노총 지침에 따라 지난 13일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파업 찬반투표를 한 데 대해 회사 측이 "정치 파업을 자제하라"고 호소하자 맞받은 말이다”라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조 간부의 말이 비아냥을 들을 말인가? 광우병 쇠고기 문제는 노동력 재생산의 가장 기초가 되는 노동자 건강권 및 생명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바로 근로조건의 개선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물·전기·가스·철도·의료·언론의 시장화·사유화 정책 폐기요구는 어떤가? 공공부문의 사유화 시장화는 물값, 전기요금, 수도요금, 교육비, 의료비 등 노동자들의 생계비 압박을 가중하여 실질임금을 저하시킬 것이다. 이 역시 근로조건과 직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대운하가 환경을 파괴하여 초래할 재앙 역시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무관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치이다. 기름 값 문제는 조중동 스스로도 화물연대 파업을 두고 ‘생계형 파업’이라고 하니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불법 정치 총파업’ 괴담의 실체 2 : 노동자 파업은 정부를 상대로 할 수 없다?

저들도 민주노총 총파업 요구가 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기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또 다른 논리를 갖다 붙이고 있다. ‘노조는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에 대해서만 파업을 할 수 있고, 정부를 상대로 하는 것은 정치파업이므로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그들이 근거로 삼고 있는 노조법 2조 5호는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정치파업이 불법이라는 것은 그들의 일방적 주장일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 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노조법 제1조는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헌법과 노조법은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정책이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기 때문에 파업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국제적 기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것은 분명하다. 지금도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는 노동조합이 사회보장제도 등 정부정책에 대한 요구를 내걸고 정부를 상대로 합법적인 총파업투쟁을 하고 있다.

‘불법 정치 총파업’ 괴담의 실체 3 : 이익단체의 집단이기주의?

6월 15일, 중앙일보는 “촛불집회에 슬그머니 편승하는 이익단체들이 늘고 있다. '공기업을 민영화하면 수돗물 값만 하루에 14만 원'이란 전단지를 뿌리며 ‘공기업 민영화를 포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주장하며, 불법 정치파업 운운하고 있다. ‘불법 총파업’ 괴담은 법리적 주장뿐만 아니라 감성을 자극하기까지 한다.

지난 10년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에 직면한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할 때마다 써왔던 케케묶은 수법이다. ‘국익’에 배치되는 이기주의적 파업이므로 도덕적으로 불법이라는 것이다. ‘국익’이란 무엇인가? 어느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넘어서는 국가 전체의 공동이익이다. 국가 전체의 공동이익이란 무엇인가? 대다수 국민의 이익이다. 광우병 쇠고기수입, 대운하, 유가폭등을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공공부문 사유화·시장화의 피해가 노동자 자신들을 포함한 대다수 국민에게 돌아오므로 민주노총의 4대 요구는 바로 ‘국익’ 보호 아닌가?

그런데도 저들이 노동자들의 투쟁을 이익단체들의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는 것은 저들만의 ‘국익’이 따로 있다는 자백에 불과하다. 소수 가진 자들만이 국익의 향유자인 것이다. 때문에 저들 소수 가진 자들의 국가를 기준으로 보면 민주노총 정치 총파업은 도덕적으로 불법이다. 그러나 나머지 절대다수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도덕적으로 합법이고 정의인 것이다.

이문열이 촛불집회를 ‘내란’으로 규정하고, 내란을 진압하기 위해 ‘의병봉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쯤 되면 이문열의 선동은 병적인 것이 아니라 지배자들의 본심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소수 가진 자들이 선전포고한 ‘내란’을 치를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는 ‘불법 정치총파업’이지만 절대 다수 민중에게는 정의로운 투쟁이다.

노동자 정치 총파업과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촛불집회 현장에서 애창되어 국민가요가 되고 있는 ‘헌법 제1조’를 상기하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명박 정권 초기에 법질서 운운하며 ‘떼 법’을 응징하겠다고 했다. 그 내용 중에 폴리스라인을 벗어나는 불법집회 엄단이 자리잡고 있었다. 실제로 불법집회 운운하며 촛불집회 주최자 소환 등 탄압을 시도했으나, 한발 물러섰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투쟁의 힘으로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4.19, 5.18, 6.10 등 모든 국면에서 소수 지배자들은 불법을 들이대며 탄압했다. 그러나 역사는 그 투쟁들을 모두 합법으로 기록했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 사회공공성문제, 대운하 문제에 대한 노동자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고 탄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민주화되었다고 하는 대한민국에 이중적 잣대가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투쟁에 비민주적 인식이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투쟁은 분명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열망이 담긴 투쟁이기도 하다.

실질적 민주화의 진전 여부는 노동자들의 정치 총파업이 자유롭게 인정되느냐로 가름될 것이다. 조중동과 이명박 정권의 인정 여부는 상관없다. 촛불집회로 모이는 국민들이 노동자 정치총파업을 정의로운 투쟁으로 인정하느냐에 달려있다. 설문조사를 해 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대다수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민주노총이 나서라 하고 있다. 조중동과 이명박 정권의 ‘불법 정치 총파업’ 괴담이 진실이 아니라 괴담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렇다면 승패는 가름난 것이다. 문제는 민주노총과 조합원들이다. 대다수가 원하는 정치 총파업을 힘차게 전개하자.
덧붙이는 말

김태연님은 노동전선 정책선전위원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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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 민주공화국 , 정치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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