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건강 해치는 미디어 사유화
광우병 쇠고기 수입 협상을 기점으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사유화 정책이 해당 부문별 구성원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국민이 반대하면’이라는 조건을 단 대운하 외에 지금까지 추진해온 부문별 사유화, 시장화 정책을 중단한다는 어떠한 명시적인 언급도 하지 않았다. 물, 전기, 의료 등을 민영화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더군다나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26일) 대통령국제자문단의 다케나카 헤이조 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국민들에게 환영을 받기 위해 혹은 당장 어렵다고 개혁을 미루면 국가 경쟁력이 없어지고 미래가 없다”며 민영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기까지 했다.
이명박 정부가 무엇보다 집요하게 밀어부치는 사유화, 시장화 정책으로 미디어 부문이 꼽힌다. 광우병 쇠고기 협상 문제는 참여정부에서 이월된 4대 선결과제였고, 한반도 운하 추진은 개발주의에 근간을 두고 지지,지배 기반을 공고히 해온 이명박 정부 특유의 발상에 기인한다. 이와 비교할 때 미디어 부문 사유화, 시장화는 미디어에 대한 정치적 지배력의 확보와 친미디어재벌 위주의 미디어 시장 재편 구상으로 볼 수 있다.
잘못한 쇠고기 협상이 건강권 위협으로, 한반도 운하가 환경권 위협으로 문제가 된다면, 미디어 사유화는 자유로운 사유(思惟)와 표현의 권리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정도가 심각하다, 한마디로 사회구성원의 정신 건강을 전방위로 해치는 가장 위험한 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사유화 정책이다.
미디어운동 진영 활동가들이 제일 바쁘다
미디어운동 단체들은 하루 건너 한 번 꼴로 기자회견을 해왔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구도와 미디어 사유화 추진에서 발생하는 이슈와 쟁점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오늘(26일) 오후 2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의미와 중요성에 있어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은 25일 열린 집행위원회 회의 자리에서 28일로 예정된 방송통신위원회의 IPTV방송사업법 시행령 의결 소식에 대해 올 게 왔다는 문제로 판단, 미디어 사유화 추진이 강행되는 현실을 개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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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자회견 제목은 ‘대기업에 지상파, 보도, 종합편성을 허용하는 IPTV방송법 시행령 제정을 반대한다’였다.
IPTV방송법 시행령의 내용이 얼마나 알려지고 있는지, 얼마나 비판되고 있는 지를 개량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장악 시도에 맞서 공영방송을 자키기 위해 나선 시민의 저항의 규모로 미루어, IPTV법 시행령 의결이 초래할 미디어 지형 변화와 이것이 사회구성원의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한 판단과 대응의 긴장 정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인다.
말하자면 방통기구 개편, 최시중 씨의 낙점, KBS 이사회 개입, YTN 등 낙하산 인사 등이 미디어에 대한 정치적 장악을 직접적인 목표로 한다면, 예고되는 IPTV법 시행령은 재벌의 미디어 장악의 보장을 직접적인 목표로 한다. 전자는 정치적이고 즉각적인 이슈로 피부에 와닿지만, 후자는 사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현실로 인지될 수밖에 없는 성격을 띤다.
그러나 미디어 당사자들은 전자보다 후자를 훨씬 위험한 일로 간주한다. 전자는 힘 겨루기에 따라 얼마든지 싸울 수 있는 근거를 갖지만, 후자는 일단 현실이 되고 나면 싸울래도 싸울 수 없는, 그런 상황과 조우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기자회견에는 여느 기자회견과는 비교되지 않는 미디어 당사자들의 당혹감과 위기감 등이 묻어나왔다.
내일 IPTV법 시행령 의결, 3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시행령은 자본(재벌)이 미디어를 돈으로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부(방송통신위원회)가 재벌에게 미디어를 팔아넘기는 방안을 합법화 한다는 이야기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은 자산 규모 3조원 이상 자본(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보도 및 종합편성 채널 사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자본이 미디어를 소유하고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제한함으로써 공영성, 공공성을 유지할 최소한의 조건을 의미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IPTV법 시행령에 이 기준을 자산규모 10조 원 이상 자본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방통위는 그동안 자본 기준을 10조 원 이상이 아닌 심지어 20조 원 혹은 30조 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자산총액 3조 원 이상 10조 원 미만인 자본(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는 LS, 동부, 대림, 현대, 대우조선해양, KCC, GM대우, 현대건설, 동국제강, 효성, 동양, 한진중공업, 대한전선, 현대백화점, 영풍, 이랜드, 코오롱, 웅진, 하이트맥주, 부영, 세아, 동양화학, 태광, 삼성테스코, 미래에셋 등이 포함된다. 자산 규모 10조 원을 넘는 미디어계 재벌 CJ도 일부 부채를 청산하면 자격을 갖추게 된다.
미디어행동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대기업 기준완화는 친 정부여당 방송국 개국을 위한 방통위의 술책”이라고 규정하고, “시행령의 제7조2항의 대기업 규정은 현행 방송법을 준용하여 자산 규모 3조 원 이상으로 유지하라”고 요구했다.
미디어행동은 이명박 정부가 지상파 방송의 통제가 불가하다는 것을 알고, 비협조적인 방송을 대체해 입맛에 맞는 여론 형성과 선전 선동을 힘있게 해줄 방송의 필요에 따라, 정부 여당과 친화적일 수밖에 없는 자본에게 이들 방송을 안기기 위해 IPTB법 시행령을 추진한다고 지적했다.
재벌이 미디어를 소유하면 반드시 문제가 될까. 답은 '그렇다' 이다. 기존 방송법이 재벌의 지상파, 보도, 종합편성 채널 소유를 제한하거나 겸영할 수 없게 한 것은 재벌이 방송을 소유할 시 여론의 다양성을 위한 기능과 시청자의 권리를 우선 고려하기 보다 특정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여 여론과 시장을 왜곡할 개연성이 높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여론이 형성되고 유통되는 공적 공간이다. 누군가 의도를 갖고 여론 형성과 유통에 개입을 하는 순간, 그것도 법제도가 보장하는 가운데 자본의 욕심이 관철되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순간 여론의 다양성과 사회구성원의 표현의 자유의 제약은 불가피하게 된다. 공기처럼 공기(公器)가 되도록 미디어를 돈으로 저울질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디어행동, 자산 규모 변경 시도 경위와 근거자료 제시 등 3개항 요구
미디어행동은 방통위가 IPTV의 성공을 위해 재벌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한 주장에 대해서도 맹점을 지적했다. 방통위는 IPTV의 보도와 종합편성 PP(프로그램공급자)에 자본이 투입되어야 컨텐츠가 활성화된다고 강조하는데, 이는 케이블사업자의 우월적 지위가 IPTV에 제공할 컨텐츠 사업자를 축소시키고, 낮은 시청료 수익 배분은 군소 PP를 고사 직전으로 내모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미디어행동은 방통위에 △자산 규모 3조 원을 10조 원 이상으로 변경 시도한 경위와 근거자료 제시 △이를 논의한 해당 실무부서의 의견과 각 방송위원의 견해 공개 △현쟁 방송법을 준용하여 3조 원 이상을 유지 등 3개 사항을 요구했다.
거듭되는 촛불집회, 다수 국민의 쇠고기 협상 반대, 민영화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친자본 사유화 정책 의지는 굽힘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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