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교육'은 공정택 후보의 신념인듯 하다

[교육감후보정책분석] -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후보

  공정택 후보는 경쟁력 강화에 있어 초등학교에 시험제도를 부활한 점을 자랑스런 업적으로 삼았다.[사진: 김용욱 기자]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공약 컨셉은 '공감 서울교육'. 구체적으로는 4대 비전, 8대 공약, 16대 실행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8대 공약은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 △공교육 강화로 사교육비 절감 △학력 신장을 통한 경쟁력 강화 △글로벌 시대에 맞는 인성.인재교육 △교육시설 현대화 △교원의 능력 향상과 우수교원 지원 △특수교육 환경 개선 △요람에서 노년까지 '평생교육의 장' 제공 등이다.

8대 공약 중 공정택 후보가 직접 꼽는 가장 중요한 정책은 세 번째 '학력 신장을 통한 경쟁력 강화'이다.

공정택 후보는 지난 4년간 교육감으로서 역점을 둬온 것에 대해서도 "학력 신장이 주목적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공부 잘 하는 사람은 수월성 교육에 치중하고, 뒤떨어지는 아이들은 학력미달자가 없는 제로화 운동을 과감하게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택 후보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확한 학력진단.평가.조치 교육격차 해소 학교 자율권 확대 및 학생 선택권 완성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초등 성취도 평가는 일제고사 부활 아니다?

공정택 후보는 경쟁력 강화에 있어 초등학교에 시험제도를 부활한 점을 자랑스런 업적으로 삼았다. 공정택 후보는 18일 중랑구 사가정 역 앞 연설에서 "초등학교에 시험을 보지 않던 제도를 시험을 보는 방향으로 수행 성취도 평가를 실시해서 일일이 성적 통지표를 개선해서 가정에다 돌렸던 적이 있다. 그래서 지금 초등학교가 정상적으로 성적이 평가되고 통지도 제대로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택 후보는 2005년 1월 31일 서울시 초등학교장을 대상으로 한 '실력과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한 초등학교 교장 연수'에서 구체적인 학력신장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공정택 후보의 말대로 서울시 교육청은 학력신장방안 발표 2년 만에 초등학교에서의 일제고사를 100% 부활시켰다.

'일제고사'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공정택 후보는 '초등 성취도 평가'로 '일제고사'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초등 1학년도 시험 대상이 되었고 2006년 2007년 시험을 본 학교는 277곳, 294곳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기당 두 차례 일제고사를 치렀고, 학교에 따라서는 한 학기에 네 차례를 치른 학교도 있었다.

교육 전문가들은 초등 일제고사(성취도 평가)가 초등학교 교육 과정까지 입시 경쟁교육에 종속시키고 이에 따라 아동의 삶의 질을 크게 악화시킨다고 우려한다. 더군다나 이와 같은 학교 교육의 변화로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눈을 돌려 사교육비 증가를 유발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공정택 후보는 "초등에서 시험을 보지 않고 그대로 나가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일제고사를 부활했다고 그러는데 그러한 지적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시험을 보아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서 보완을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는 초등 때부터 교육도 경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저는 역설하고 있다"라며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을 강조하고 부추겼다.

진단평가, 수준별 이동 수업.. 학생들 열패감, 사교육 증가로

공정택 후보는 중학교육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진단평가 실시와 함께 수준별 이동 수업의 내실화를 들었다.

공정택 후보는 "(진단평가 실시에) 반대자가 많아 무척 힘들었습니다만 이제는 정상궤도에 오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초등, 고등 보다 중학교 성적이 빨리 향상되지 않은 것을 무척 걱정하고 있다"고 말하고 "앞으로 1년 10개월 동안 중학교 성적 향상에 최대한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강조했다.

중학교 진단평가는 일 년에 한두 번, 중학교에 올라온 학생들의 학습 도달도와 성적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기 위해 치르고, 이 결과를 토대로 과목별로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계획을 세운다는 취지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문제해결력 향상을 위해 학생 평가에서 서술형-논술형 50%를 수준별 이동수업으로 강제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이같은 수준별 이동수업을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연차적으로 확대했다. 실시 학교 수에 있어서 2005년에 40%, 2006년에 50%, 2007년에 60%까지 늘려왔다. 수준도 세분화 해 200년에는 2개 수준 이상으로, 2006년에는 3개 수준 이상으로 구분했다.

수준별 이동수업에 대해 정민구 공보실장은 "수준별 이동식 교육으로 잘 하는 아이는 잘 하는 아이들끼리 시너지를 높이고, 못 하는 아이들은 기초부터 책임지도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준별 이동수업은 이질 집단의 협력 학습에 비해 교육학적으로 학생의 학업성취도 향상에 부정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상위의 학생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열등, 열패 의식으로 인해 학업에 대한 관심과 의욕이 저하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더군다나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열반에 배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학원의 선행학습에 의지하는 등 사교육비 증가와 직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공정택 후보의 유세가 끝나자 자신은 재향군인회 소속이라며 공정택 후보를 반기는 한 시민[사진: 김용욱 기자]

고교 평준화 해제, 서열화로 경쟁력 확보

공정택 후보가 고등학교 정책에서 강조한 것은 '고교등급화와 학교선택제'. 공정택 후보는 선택형 학교 정책을 2010년부터 전면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은 2006년에 공청회를 거쳐 2007년 2월 '고교등급화 학교 선택제 추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학교선택제는 국제고, 특목고, 자사고 등 고교평준화 체제를 해제하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공정택 후보는 학교 선택제가 고교평준화를 "해제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보완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입장에 놓여 있는 나라가 저희들이다. 비선호 학교가 될 소지가 있는 학교는 1-2년 사이 재정지원, 환경지원을 과감히 할 생각"이며, "모든 학교가 선호 학교가 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선호-비선호에 근거한 학교선택제는 국제고, 화학고, 자사고 설립 등 특목고 확대를 통한 고교평준화 해제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선호-비선호 학교에 대해 공정택 후보는 "모든 학교가 선호 학교가 되도록 지원한다"는 입장이지만, 평준화 정책을 해제하고 경쟁 체제로 돌입하면 명문고등학교와 3류고등학교가 뚜렷이 구분될 수밖에 없어 공문구나 다름없는 말이 된다.

학교선택제가 확대되면 대학은 지금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고교등급제를 요구하게 될 것이고, 수능 비율을 확대하는 방식의 입학전형이 확정되는 최근의 추세로 미루어 학교간 경쟁과 차이는 심화될 것이 명약홰 보인다.

학생과 학부모는 선호 학교 지원에 집중할 것이고, 선호 학교에서 타락한 중상류층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무작위 추천방식에서 능력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는 고교선발시험을 요구할 것이며, 선호 학교는 선호 학교대로 우수학생 유치를 위한 학생선발권을 명분으로 고교입시 부활을 요구할 수도 있게 된다.

사교육 문제 해결, 논리도 안 맞고 현실도 안 맞고

이처럼 공정택 후보가 말하는 '학력 신장' 관련 정책들은 공교육의 울타리 안에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공정택 후보는 사교육비 문제 해결을 위해 실용 생활영어 학습 강화(영어몰입교육)와 온-오프라인을 통한 방과후학교 운영을 꼽는다. 영어 교육을 학교에서 책임지기 위해 영어교사의 능력을 제고하고 모든 학교에 영어 원어민 보조교사를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학부모와 학생이 만들어가는 방과후학교 운영으로 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보충교육 강화, 거점별 '방과후학교 지원센터' 운영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강민구 공보실장은 " 방과후학교는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고 공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학교가 경쟁력 있는 교육을 흡수하는 방식이 될 것이며, 강사를 엄선해서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고사, 진단평가, 특목고 확대 정책 등이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공정택 후보는 "그것은 일장일단이 있다, 자사고라든지 국제고라든지 특목고를 육성을 해야지 이걸 줄여가면 아니되는 거다. 육성할 거는 하고 아이들이 공부잘하는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사태가 이러하다 보니 서울시 교육청이 추진해온 사교육 정책을 보면 사설 학원과 유착하는 등 친사교육정책을 펼쳐온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 교육청은 2007년 학원교습시간을 현행 22시로부터 23시로 연장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학원조례안을 제출, 교육위원회에서 통과된 바 있다.

공정택 후보는 당시 '공교육과 사교육의 상호보완체제 구축'을 목표로 제시하고 '단속 위주의 사교육 정책에서 건전 육성'으로 전환을 표방했다. 또한 중기검토과제로 학원실태조사권을 학원총연합회에 위탁하는 법제화 추진과 학원관련법규의 규제완화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서울시 교육청의 학원교습시간 연장에 대해 교육시민단체들이 공교육의 파행, 학습노동 가중에 따른 학생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의 저해 및 아동인권 침해, 학생 안전귀가 문제, 사교육비 증대 등의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교육청은 23시 심야교습 연장을 강행했다. 이런 와중에 이명박 정부는 24시간 학원 허용을 검토해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공정택 후보는 공교육의 울타리 안에서 경쟁력 있는 교육을 펼치겠다고 호언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택 후보가 교육감으로 재직해온 지난 4년간 서울시의 입시 보습학원 숫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났다. 2004년 5,132개였던 입시 보습학원은 2005년 5,949개, 2006년 6,470개, 2007년 6,689개로 2003년 4,636개에 비해 2,053개나 증가(44.3%)했다.

공정택 후보와 서울시 교육청의 친사교육정책은 수준별 이동수업, 초등 일제고사 부활, 특목고 확대 등에 기인하며, 학원 교습시간 연장 역시 사교육 의존도 심화와 학력 신장 우선주의를 통한 학생의 무한 경쟁체제 강화와 연관된다는 지적이다.

촛불민심은 이같은 '경쟁교육'에 대해 '미친교육'이라고까지 질타한다. 하지만 선거 유세에서 확인되듯이 공정택 후보의 '경쟁교육' 열망은 식을 줄 모른다. 공정택 후보는 내심 '경쟁력을 위해서는 미쳐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공정택 후보가 당선된다면 남은 1년 10개월은 지난 4년간 추진해온 '경쟁교육'의 완성기가 될 것이고, 학생, 학부모, 교원 등 교육주체 모두는 서울시 교육청이 그어놓은 줄 앞에 일렬로 줄서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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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복 , 서울시교육감 , 공정택 ,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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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general1201

    기자들 무섭다..............................
    후보 한명 죽이고 살리기 참 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