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달리는 공정택 후보와 주경복 후보를 두고 보더라도 그렇다. 두 후보를 보수, 진보로 서둘러 단정할 수 있을까. 이러한 단정은 유떤 효과를 유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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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택 후보와 주경복 후보 |
우선 팩트부터 안 맞다. 공정택 후보 측은 한겨레가 '리틀 이명박'이라 호명했을 때 '리틀 노무현'이라 불러달라며 펄쩍 뛰었다. 공정택 후보는 노무현 정부 집권 시기 교육감에 당선됐고,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펼쳐온 교육감이라고 말한다.
공정택 후보 측은 민중언론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내용에 대한 확실한 이해없이 네거티브를 하는 식인데, 공정택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감을 했고, 학교선택제는 국정브리핑도 훌륭한 정책이라고 자평했던 것"이라며, "공정택 후보에 대해 이름을 붙일 거면 리틀이명박이 아니라 차라리 리틀노무현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공정택 후보의 정책(8대 공약)을 봐도 그렇다. 공정택 후보의 정책 어느 구석에도 '보수' 색채를 띠는 것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보수세력이 지지하는 시장주의 경쟁 위주 교육정책 후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택 후보는 보수로 치환된다. 왜 그런가.
주경복 후보 측을 봐도 그렇다. 주경복 후보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촛불 민심을 잇는 교육감 후보로 자리매김한다. 주경복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은 지역 학부모단체, 시민사회단체, 민주노총, 교육 관련 단체 등으로 하나의 단일한 진보로 단정하기 어려울 만큼 스펙트럼이 폭넓다. 주경복 후보를 지지한 1,300여 명의 지지자의 면면을 봐도 마찬가지다.
주경복 후보는 공약 중 특히 강조하는 것으로 '깨끗한 서울교육'과 '차별 없는 교육'을 들었다. 경쟁 요소가 강조되는 정책은 지양하고, 차별을 줄이는 방향으로 교육행정과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내용이다. 공약 어느 구석을 뒤져봐도 딱 부러지게 '진보'로 단정할 내용은 없다.
'평등이념'을 강조한다 하여 물었다. 주경복 후보는 전통적인 '진보이념'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 주경복 후보는 "사실이다. 교육 기회의 평등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기회의 평등을 학생들의 몰개성화 또는 획일적 평준화로 오해하는데 그것은 아니다. 평등교육에 대해 앞뒤를 섞어서 오해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연설에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미친 교육'을 심판하자는 것이 곧 진보는 아니다. 이인규 후보도 ‘이명박 아웃’을 주장한다. 그러나 박사모 회원으로 알려진 이인규 후보를 진보라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경복 후보의 정책과 발언 어떤 부분을 들어 진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그럼에도 공정택=보수, 주경복=진보로 치환된 이미지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실, 이 일종의 환각의 정체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교육감선거도 조중동에 당하는 중
촛불이 뜨거웠던 6월까지만 하더라도, 직선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7월 말에 있다는 사실을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예비후보 8-9명이 등록을 하고 예비후보의 면면이 알려지면서, 그리고 촛불집회에서 교육 이슈가 계속되면서,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증폭되었다.
주요 언론이 부산, 충남 교육감 직선의 낮은 투표율 소개와 함께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직선으로 치러진다는 사실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건 6월 말. 언론의 대부분은 서울시 교육감의 막강한(?) 권한을 소개하며, 교육대통령을 뽑는 선거라고 입을 모았다.
중앙일보가 6월 26일 '직선으로 뽑는 교육감 관심 가져야'라는 사설을 실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대한 내심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어쩌면 당시까지만 해도 큰 위기감을 느끼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사설에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필요하다는 공익적인 내용만 간명하게 담겼을 뿐이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7월 10일 '교육감 선거는 중요하다'는 사설을 실으면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조선은 이 사설에서 "서울처럼 후보 8명 가운데 반전교조 후보가 7명이나 돼 그들이 표를 갈라 가지면 전교조 지원을 받는 후보가 적은 표로도 당선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전교조-반전교조의 대결로 몰아세운 것.
다음날 한겨레는 '서울교육감 선거는 리틀이명박 심판이다'라는 사설을 게재했다. 이번 선거가 "공정택 교육감이 실천해온 이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일 뿐이다.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는 아이들의 요구,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사교육비 절감에 대한 학부모의 요구, 창의력 신장과 전인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요구에 대한 평가도 포함된다"며 전교조-반전교조 프레임을 들이대는 언론에 일침을 가했다.
우려한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조중동이 전교조-반전교조 대결을 조장하는 시점에 발맞춰 보수적인 단체들이 교총의 내부 여론조사 결과를 기초로 '반전교조 후보 단일화'를 하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자유시민연대.피랍탈북인권연대.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등 50여 개 보수단체는 7일 "좌파진영이 되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은 당장 암초에 부딪힐 것"이라며 "공정택 예비후보를 서울시 교육감 단일 지지후보로 추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다음 날 뉴라이트교사연합, 뉴라이트학부모연합, 교육선진화운동본부 등 13개 보수적인 교육시민단체들도 "지난 10년간 학교교육의 질과 위상을 추락시키고 수많은 학생을 사교육의 장으로 내몰며 서민가계의 숨통을 조여왔던 교육정책을 고수해온 장본인인 전교조에 대항해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공정택 후보 측은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정민구 공정택 선본 공보실장은 당시 "후보 단일화를 위해 우리 선본이 나서서 노력하는 것은 없지만 교총의 여론 조사 결과에 따라 후보들 간 단일화를 위한 절차를 밟되, 다만 예비후보들을 서로 비교해 사퇴를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조중동은 주경복 후보가 오차 범위 안에서 앞선다는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주경복 후보에 대한 공격형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6.25는 통일전쟁' '학점' '평둔화'와 같은 쟁점을 만들며 주경복 후보의 정책이 사이비 평등정책으로 대한민국의 교육을 망칠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조중동이 교육감 선거에 개입하면서 마음에 품은 후보를 위해 프레임을 고정하고 네거티브 공작을 펴고 있지만, 촛불집회 당시 조중동에 분노를 표현하며 불매운동을 펼쳐왔던 맥락에서 볼 때 시민들의 대응은 다소 한가해 보인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데, 조선동아 사옥 앞에 쓰레기를 버리는 퍼포먼스는 하면서도, 조중동이 쟁점 하나하나에 세부적인 공작을 펼치는 데는 미처 손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조중동과 보수세력이 특정 후보를 암시 또는 명시해 선거 프레임과 후보 단일화를 제기하고, 한나라당이 맞장구를 치게 되자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일순 ‘보수’ 대 ‘나머지’의 대결 구도로 압도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 = 공정택(또는 단일후보) 지지라는 주문은 보수의 위기감과 함께 세 결집 주문으로 이어졌고,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대립 구도와 성격을 일순간 ‘보수’ 대 ‘나머지’로 결정지어 놓았다.
단적으로 말해 주경복 후보 측이 '보수 대 나머지'를 '보수 대 진보'로 이해하고 ‘그래, 이번에는 진보가 해보자’고 각을 세우는 순간, 이건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 된다. 촛불시위 진화의 맥락은커녕 촛불민심의 교육감 선거로의 산술적 전환조차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시쳇말로 말리는 거다.
'보수' 대 '나머지'에 휘둘리나
진보를 표방하는 사람들은 아주 고약한 관성이 있다. 진보는 언젠가 승리할 거라는 맹신이 있고, 보수와 진보의 대결에서 진보는 항상 참이고 정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이런 생각이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대부분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그렇지, 계급투쟁의 역사에서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승패로 따지더라도 패 쪽이 더 많다.
보수와 진보에 대해 사전적 정의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면, 우리 사회에 실존하는 주체들과 그 주체들의 텍스트와 컨텍스트를 확인함으로 개념을 규정할 일이다.
우리 사회 보수는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을 장악한 만큼 힘을 갖고 있고, 그만한 최소한의 조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진보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확인되었다. (물론 쇠고기 협상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 결과도 참고하면서 볼 필요는 있다.) 촛불집회의 스펙터클은 보수보다 우위의 시민의 직접행동의 위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권력 구조와 일상 권력의 작동 차원에서 살피면 그렇지가 않다.
우리 사회 진보는 시민으로부터 단 한 번도 환대를 받아본 적이 없다. 2004년 민주노동당의 10석 배출이 맥시멈이었고, 2008년 총선에서는 그보다 훨씬 후퇴했다. 촛불집회에 등장한 시민들은 보수에 격노하지만 그렇다고 진보를 환호한 것은 아니다. 진보는 그만큼 지지할만한 실체를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주경복 후보' = '진보후보', '진보후보' = '정의와 승리' 라는 공식을 갖고 교육감 선거를 바라보는 것은 완전 실패다. 촛불의 진화 내지 촛불의 교육감 선거로의 전화와도 연결되지 않는다.
선거 중반, 공정택 선본의 행보는 이런 점을 대체로 포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택 선본은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각급 단체가 정책토론을 요청하는 자리에 단 한 차례도 나타나지 않았다. 공정택 후보는 보수세력과 조중동이 만들어놓은 프레임을 유지하는 가운데 주경복 후보에 대한 공격은 조중동에 맡기고, 후보 단일화 및 조직 선거에 주력해 당선으로 간다는 구도를 펼쳐보인다.
오늘(25)도 약속이나 한듯 조선은 '서울시교육감 선거 교원단체 개입 논란' 기사를, 동아는 '서울시교육감 선거, 노동계도 둘로 갈려'라는 기사를 실었다. 조선은 교사단체가 전교조와 교총으로 나뉘어 주경복 후보와 공정택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동아는 노동계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나뉘어 주경복 후보와 공정택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구획지어 보도했다. 지금까지 조중동이 교육감 선거를 보도하면서 각 후보가 제시한 정책을 자세히 소개하고 의미와 영향을 평가한 기사는 없었다.
실제 공정택 후보의 동선도 그러하다. 14일 장애인교육권연대 토론회, 22일 사교육없는모임 토론회, 22일 불교정책토론회, 23일 오마이뉴스-참여연대 토론회, 24일 케이블TV 토론회 등에 단 한 차례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21일 대한노인회에는 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잠깐 들렀을 뿐 토론을 한 건 아니었다. 100분 토론도 공정택 후보의 불참 의사로 무산되었으며 25일 밤에 잡힌 EBS토론회도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죽하면 23일 박장옥.이인규.주경복 후보가 공정택 후보의 연이은 토론회 불참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서까지 발표했겠는가.
'경쟁교육' 대 '차별없는 교육', 교육감선거의 의미 범시민 토론 이루어져야
중언부언이지만 ‘경쟁교육’=‘보수’, ‘차별없는 교육’=‘진보’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승산 없는 보수 대 진보의 대결로 휘둘릴 뿐 아니라, 그런 식의 대결로 주경복 후보가 다득표를 한다 해도 우리 사회 교육 문제에 대한 공론화와 시민적인 대안 논의의 토대를 갖추는 것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다.
알려진 것처럼 주경복 선본에는 민주, 개혁, 진보를 표방하는 여러 세력이 참여하고 있고, 1,300여 명의 유명인사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민주, 개혁, 진보의 정치세력이 보수 정치세력을 이기는 개념에 치중해 교육감선거를 치르고 나면, 주경복 후보가 당선된 후에도 민주, 개혁, 진보의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쓸릴 소지가 다분해진다. 정치적 요소를 배제할 수 없고 배제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교육 문제가 정치적 성격 일색으로 휘둘리는 것도 권장할 일은 아니다.
공정택 후보는 '경쟁교육'을 소신으로 생각한다. 초중고 학생들의 학력신장이 교육감으로서 할 지상의 목표이고, 학력신장의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초등 일제고사' '중등진단평가' '고등학교선택제'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힌다. 학력신장을 위해 초등학교에 시험을 도입한 것을 업적으로 이야기하고, 성적표 체계를 바꾸어 학력평가의 토대를 갖추었다고 평가해달라고 주문한다. 특목고 장려는 말할 것도 없고.
이것은 보수정책이 아니라 교육시장화를 용인하는 경쟁식 교육정책이며, 큰 틀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인데, 다만 보수세력이 나서서 지지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지 보수세력만 지지할까. 학부모이자 유권자이자 시민들은 이를 얼마나 부정할까, 그리고 부정하는 표심이 얼마나 선거에 반영될까.
주경복 후보는 진보적인 후보가 아니진 않지만 '깨끗한 서울행정'과 '차별없는 교육' 정책 의지를 밝히는 시민후보로 이해된다. 주경복 후보는 교육시장화를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경쟁 대신 협동을 강조하는 교육을 제기하고, 핀란드형 교육모델을 벤치마킹한 정책을 제시한 후보이다.
1년 10개월 안에 그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임기 동안 실적주의에 빠져 무엇을 완성하기보다는 토대를 깔아놓고 임기를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번 2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주 개혁 진보세력이 서울시 교육행정을 맡게 될 경우 다음 임기도 계속 이어져 나갈 것이라고 본다”는 정도의 생각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경복 후보가 이야기하는 '차별없는 교육' 그것에 마음이 움직이는 표심은 얼마나 될까. 얼마나 알려지고 있으며 얼마나 공감되고 있을까.
촛불의 진화가 교육감 선거로 이어지길 바라는 사람들의 입장이라면, 디테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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