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모든 목숨붙이를 내 몸처럼 아끼고 섬기는 마음

[칼럼] ‘똥꽃’을 읽고

난 요즘 사는 게 힘들다. 내 더러운 욕망을 좇아 살다 보니 마음이 어지럽다. 어떻게 살아야 내 마음 밭에 평화 씨앗을 심으며 살 수 있나.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늘 행복하다고 말하고, 이 행복을 나눠야 한다고 말하면서 사는 데 지쳐서 얼굴이 자꾸 굳어지고 마음이 거칠어진다. 돈에 눈먼 사람들을 싫어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을 하면서 내가 늘 돈에 쪼들리며 산다.

이런 마음에서 ‘똥꽃’을 읽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똥꽃’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함께 한 해 가까이 살던 농사꾼이 쓴 얘기다. 내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면 나도 어머니와 함께 살겠다고 했을까.

이 책을 쓴 전희식은 늙으신 어머니가 살아오면서 자식들에게 쏟은 사랑을 생각하면 자신이 하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한다. 글쓴이는 도시에 사시던 어머니를 모시고 시골로 내려와 헌 집을 어머니가 사시기에 알맞게 고치고 땅을 일구며 살았다.

현대의학에 따르면 ‘치매’라는 병은 더 나빠지지 않게 할 수는 있지만, 좋아지게 할 수는 없다고 하는데 글쓴이는 어떻게 해서 당신 어머니가 스스로 똥, 오줌을 가리도록 했을까. 그것은 어머니를 존경과 사랑으로 돌봤기 때문이다. 그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아픈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살아오면서 맺힌 한이 그렇게 아픈 몸과 마음으로 나타났다고 하면서 어머니가 하시는 일을 모두 받아들였다. 자식들을 키우면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렇게 몸 마음이 다쳤을까 싶어 어머니 마음을 늘 편하게 해드렸다.

난 누군가가 내 꿈이 뭐냐고 물으면 언제부턴가 자신 있게 말한다. 내 얼굴이 맑고 밝아지고, 온 세상 아이들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는 날을 맞는 거라고. 난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가. 난 16년 넘게 작은 책방을 꾸리고 있다. 그 일도 참 소중하다. 하지만 갈수록 돈에 눈멀고 세상을 더럽히는 책들이 많이 팔려 마음이 아프다. 내가 농사꾼이 되는 날, 내가 가진 꿈을 제대로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쓴 사람은 내가 꾸는 그 꿈을 이루며 살고 있다. 그렇다고 땅을 일구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마음 밭에 평화 씨앗을 뿌리고, 세상을 맑고 밝게 하지는 않는다. 땅을 더럽히지 않으며 농사를 짓는 농사꾼이어야 한다. 온갖 독약을 땅에 뿌리고 화학 비료를 주는 농사꾼이 아니라 땅을 살리는 농사꾼이 되는 날, 내 꿈은 이루어진다.

이 책을 쓴 사람은 당신 어머니가 눈 똥을 보고 ‘똥꽃’이라고 했다. 참 농사꾼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농사꾼에게 똥이 얼마나 소중한가. 똥을 거름으로 써서 먹을거리를 만드니 똥이 얼마나 귀한가. 그에겐 어머니가 옷에 퍼질러 놓은 똥이 아름다운 꽃이다.

모든 사람들이 글쓴이처럼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스스로 나서서 돌보지는 않는다. 나이가 들어 똥, 오줌을 제대로 못 가누고 했던 말을 또 하고 지난날에 있었던 일들을 자꾸 들추어내는 늙은이를 누가 좋아하고 함께 살려고 하겠는가. 돈만 있으면 사람들을 불러다가 돌보게 할 뿐이지.

그렇다면 어떤 마음이 있어야 글쓴이처럼 몸이 불편한 어르신과 기쁜 마음으로 함께 살려고 할까. 어머니를 사랑하듯이 땅과 모든 목숨붙이들을 내 몸처럼 아끼고 섬기는 마음이 자라야 한다.

이 책을 읽은 내 마음에도 이런 평화 씨앗이 조금 자랐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자라야 내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을 때 내가 스스로 나서서 함께 살겠다고 하지 않겠는가.

2008년 7월 26일 비가 가늘게 내리고 내 마음이 슬픈 해거름에 풀무질 일꾼 은종복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