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초부터 '삐걱'

정부 "제도 시행 초기 혼란".. 공공노조 "제도 자체 손 봐야"

A씨 "40만 원의 식대를 지불하면 한 달에 70만 원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이런 돈을 어렵지 않게 지불할 가정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B씨 "식비를 포함해 요양비를 62만5천 원을 내고 있습니다. 보험료는 보험료대로 올려 내야하고, 내야 할 돈은 거의 그대로인데 어찌 이것이 국민을 위한 법인지요"

공공노조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자체 부실 설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 초부터 높은 본인부담, 민간 요양시설의 난립, 협소한 서비스 대상 등 부실한 제도 설계로 인한 문제점들로 삐걱거리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정부가 '노후의 건강 증진과 생활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치매 등 노인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 요양서비스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로 지난 달 1일 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시행 한 달 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는 제도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민원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제도 시행 초기의 혼란' 정도로 치부하고 있지만, 이미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노동.사회단체들은 현재와 같은 상황을 경고하며, 공공인프라 확충 등을 요구해왔다.

전국공공노조는 31일 서울 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 영리화 반대 및 공공성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문제는 제도 설계의 기초에서부터 발생하고 있다"며 "요양기관에 영리기업 진출 허용, 공공기관의 절대적인 부족, 협소한 서비스 대상 및 급여 범위, 노동자의 임금 및 노동조건과 관련한 가이드라인 부재 등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제도 자체가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전면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영리업체 난립으로 인력부족과 서비스 질 저하"

공공노조는 우선 공공기관의 확충 없이 민간요양시설 등 영리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요양서비스의 질 저하, 이용자의 비용부담 상승, 노동자의 임금삭감 및 해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시장화만을 인프라 구축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을 전면 수정하고 국공립시설을 50%이상 유지할 수 있도록 공공 인프라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노조는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요양시설과 요양보호사 교육기관들이 난립하면서, 인력부족과 서비스 질 저하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재는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거동이 불가능하거나 힘든 노인 10명을 돌봐야 하는 구조로, 기본적인 케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인력부족과 서비스 질 저하의 문제는 요양시설에 대한 불신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전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인건비 감축 등을 통해 더 많은 이윤을 남기려는 민간영리업체 중심으로 요양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자연스레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법정 본인부담률 10% 이하로 낮춰야"

또 공공노조는 20%에 달하는 본인부담을 낮추고, 비급여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의 사례와 같이 이용자들의 본인부담 중 상당 부분은 식대와 같은 비급여 항목이 차지한다. 공공노조는 "당초 정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실시될 경우 30-40만 원 정도만 본인부담하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며 "그러나 현재 요양시설 이용 시 식재료비, 간식비 등 비급여 명목의 부담금을 포함하면 55만원-80만원 까지 비용부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국민부담을 증가시키는 본인부담을 인하하고, 국고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자신의 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필요한 경우에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차상위 계층의 본인부담금을 없애고, 법정 본인부담율을 10%이하로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노조는 또 노인 전체 인구 중 3%도 채 되지 않는 서비스 대상을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행 이후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한 사람은 26만7천여 명에 달하지만, 이중 대상자는 14만여 명이고, 7월 현재 서비스 이용자는 7만여 명에 불과하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500만 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요양보험' 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공공노조는 끝으로 "안정적인 요양서비스 시행을 위해 종사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보장해야 한다"며 "요양보호사 등 장기요양종사 노동자를 월급제 정규직으로 규정하고 임금가이드라인을 설정하여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자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