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영진, 방통위 'PD수첩' 사과 통보 수용

오늘 밤 11시 사과방송 예정, 노조 반발

MBC 경영진이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해 '시청자 사과' 명령을 내린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했다.

엄기영 MBC 사장은 오늘 오후 5시부터 약 20분간 부장급 이상이 참석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방송통신위원회가 11일 통지한 '시청자에 대한 사과' 통보에 승복, 오늘 밤 사과방송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엄기영 사장은 "'PD수첩'의 기획의도와 사실관계의 정확성 그리고 MBC의 미래를 총체적으로 판단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대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며 "그동안 시청자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엄기영 사장은 다만 광우병 보도를 한 'PD수첩'의 평가에 있어서는 "'PD수첩'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PD수첩'의 문제 제기는 결과적으로 국민건강과 공공의 이익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엄기영 사장은 "오늘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수용함과 아울러 언론 본연의 사명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면서 "언론은 자유롭고 책임 있는 정보 전달자가 돼야 하며, 국민을 대신해 비판과 감시의 기능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고 "저는 언론의 자율성과 MBC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엄기영 사장은 "이번 'PD수첩' 문제를 계기로 보도, 시사 프로그램의 정확성 공정성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강화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며 "데스크 기능을 강화하고 법률 전문가의 사전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공정하고 균형 잡힌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MBC는 경영진의 이날 방통위 '시청자 사과' 명령 수용 결정에 따라 밤 11시 사과문 고지와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

방통위의 통보 내용에 따르면 사과방송은 "해당 방송프로그램 본방송 직전 1회 고지"로 "조치 내용을 4개의 전면화면(#1,#2,#3,#4)으로 나누어 음성과 자막(푸른 바탕, 흰 글씨)으로 방송하라"고 되어있다. 방통위가 통보한 사과 방송 문구는 다음과 같다.

"㈜문화방송은 MBC-TV PD수첩<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1, 2 방송 중, 미국 시민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동물학대 동영상과 광우병 의심환자 사망 소식을 다루면서 여섯 가지 오역과 진행자가 주저앉은 소에 대해 '광우병 걸린 소'로 단정하는 표현을 방송하고, 한국인이 서양 사람보다 인간 광우병에 더욱 취약하다며 '한국인이…인간 광우병 발병 확률이 94%'라는 내용을 방송하고,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을 다루면서, 미국의 도축시스템·도축장 실태·캐나다 소 수입·사료통제 정책 등에 대해 일방의 견해만 방송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어서 MBC는 세 번째 화면 전면에 "이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제2항 및 제3항, 제14조(객관성), 제17조(오보정정)를 위반한 것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조치 결정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받았습니다"고 밝히게 돼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제재조치 내용을 알려드리며,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희 ㈜문화방송은 이를 계기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등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보다 좋은 프로그램을 방송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문화방송입니다"라고 끝맺도록 되어 있다.

한편 MBC 경영진은 내일 정식 발령을 통해 조능희 'PD수첩' CP(책임 프로듀서)를 보직해임하고, 진행자 송일준 PD의 MC 자리도 물러나게 할 계획이다.

이같은 사태를 감지한 MBC노조는 오후부터 MBC 방송센터 1층 로비에서 경영진의 결정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시작, 오늘 밤 방송될 예정인 사과 방송 자체를 저지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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