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도 우리는 농성장을 지킵니다

충청지역에 끝나지 않은 노동자들의 싸움

둥근 보름달 뜨는 추석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는 추석이 되면 좋으련만 추석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다려주지 않고 어느새 성큼 와버렸습니다. 여기 아직도 꿋꿋이 투쟁을 벌이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충북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조 “추석은 하이텍 사장 집에서...”

“서울에 갈 거야. 박천서 사장네 근처서 선전전 하려고. 그게 우리 명절이지, 뭐.”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조 노동자들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벌써 7년이다. 7년 동안 거리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충북 청원군 오창읍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위치한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직장폐쇄, 용역직원 동원, 부당한 강제 배치전환을 통한 조합원 왕따 라인을 구성으로 유명해졌고, 지속적인 감시로 조합원 전원에게 우울증을 수반한 만성적응장애를 안겨 준 회사. 연매출액이 5백억 원이 넘고 당기순이익만 50억 원이 넘는 하이텍 대신에 자본금 5천만 원짜리 회사로 조합원들을 내 몰려는 회사. 이 회사 안에 하이텍 노동자들이 천막을 치고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며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사측이 너무 조용해서 더 이상해. 꿍꿍이가 있어”라며 명절에 집에 가는 건 생각도 안해 봤단다. “어쩌겠어. 이렇게 계속 싸우는 거지. 지역 투쟁 사업장들과 같이 싸울 수 있는 걸 만들어 봐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 그래도 해야지. 명절이고 뭐고 우린 우리 할 일 할 거야.”

중원실버빌리지, 입장차이만 확인한 4자 면담, “그래도 첫 단추를 꽸으니 두 번째 단추쯤이야”

충주 소재 노인전문요양시설인 중원실버빌리지는 국․도비 18억3천 만원을 지원 받아 지난 2005년 12월 19일 문을 열었으나 8월 11일 종사자들에 대한 집단정리해고에 이어 10월 15일 정식폐쇄를 앞두고 있다.


이 곳 시설의 노동자들은 “어르신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협박하는 중원을 용서할 수 없다. 또한 국민 혈세로 지어진 중원은 공공의 재산이며 이를 한 개인이 마음대로 가질 수 없다”며 시설 폐쇄를 막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이에 충북도는 시설 노동자들의 요구에 지난 10일, 중원실버빌리지 정상화를 위한 회의를 충주시/보은복지재단/노동조합에 정식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9월 10일 충주 신니면사무소에서 열린 4자회의는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중원실버빌리지의 정상화 방안에 있어서 노동조합은 보은복지재단의 운영재개를 촉구하였으며 재단이 시설운영을 재개하지 않는다면 충주시가 시설을 직영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에 대해 보은복지재단은 시설운영을 재개하지 않을 것을 되풀이해서 밝혔으며, 충주시는 시설의 직영에 대해 법인소유재산을 함부로 할 수 없다면서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공항공사노조 청주지부, “추석 땐 공항에서 선전물을 나눠 드리죠”

한국공항공사 노조 청주지부는 올 추석을 공항 이용자들에게 민영화 반대 선전물을 나눠주며 보낼 예정이다.


최근 청주공항 민영화와 관련해 충북도와 청주시 각계 각측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공항노조 노동자들의 얼굴도 환해졌다. “공항 매각과 관련해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 투쟁이 정당하다는 것을 다시 믿게 된다.”

청주공항 노동자들은 공항 민영화를 막기 위해 조끼를 입고 공항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차근차근 친절히 정부가 진행하려는 민영화 사업을 설명해 줄 것이란다. 이들은 “공항은 우리 모두의 재산이기에 우리 모두가 지켜낼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현재 이들은 노조 조끼 착용, 정시 출․퇴근, 민영화 저지 리본 달기, 지역 의원과 관공서 면담, 다음 아고라 청원란에서 청주공항 민영화 반대 서명운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충남

신라정밀, 노동부에서 회사의 과도한 직장폐쇄 인정

충남 수신의 신라정밀 노동자들은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도 모두 집으로 향하지 못하고 돌아가면서 임시 노조 사무실인 천막을 지킨다. 회사의 노조 탄압이 상식 이하의 수준이라 맘 놓고 추석을 즐길 수 없는 것.

그러나 노동부(대전지방노동청 천안지청)에서 들려온 기쁜 소식은 노동자들의 한결 마음을 가볍게 한다. 노동부는 투쟁이 길어지는 사업장을 상대로 노조, 회사를 만나며 자체 조사를 실시했고, 회사가 주장한 노조의 “태업, 잔업․특근 거부, 쟁의행위, 영업방해, 통상근부 거부”에 대해서 모두 “노조가 혐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회사의 과도한 직장폐쇄를 노동부조차 인정한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조사 과정에서 회사의 임00 이사가 노동자들에게 “잔업․특근 등 일을 안 시켰다”는 발언을 하기도 해 노동자들은 계속 근로의사를 밝혔는데 회사가 일을 안 시킨 것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주)신라정밀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맞서 지난 3월 노조를 설립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처 92%의 높은 찬성으로 6월5일부터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천막은 노동조합조차 인정하지 않는 회사에 맞서 노동자들이 선택한 노조사무실이었다.

그 뒤 신라정밀은 1인시위, 대표이사집 앞 집회, 대표이사 집 앞까지 2박3일간에 걸친 도보투쟁을 전개했지만 여전히 대표이사는 교섭에 참석하지 않고 있으며, 회사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신라정밀 최기환 지회장은 “추석이라 심난하긴 하지만 우리는 투쟁해서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정당한 투쟁이며 우리 모두는 잘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림산업, 추석맞이 합동 차례 지내

충남 홍성의 세림산업 노동자들이 추석을 맞아 12일 오전10시30분 세림산업 앞에서 한가위 합동 차례를 지낸다. 투쟁하는 사업장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은 항상 고단하지만 세림산업 노동자들에게는 뜻 깊은 추석이 될 것 같다.

노조는 세림산업지부 설립 이후 회사의 탄압에 맞서 투쟁하면서 여성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인 노무관리가 드러났으며, 현장 작업환경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가운데 47개 조항을 위반하여 노동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 받고 있다고 전했다.


4월 25일 노조 설립이후 100% 찬성률로 노동자들은 쟁위행위에 돌입했으나 회사는 노조를 인정하고 성실하게 교섭하는 것이 아니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에 불성실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임금체불과 정리해고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8월22일 새벽6시 노조 파업 천막에 화재가 발생해 회사 정문에 설치한 천막 일부가 불에 타는 일도 발생했다.

노조는 “명절 전 타결을 목표로 교섭에 임하고 있으나 교섭 결정권이 없는 회사 간부들이 교섭위원으로 나와 계속 말을 바꿔가며 교섭에 임하고 있어 추석 전 타결이 어렵다고 보고 추석 이후 투쟁수위를 더 높여갈 예정이다”고 전했다.

태안운수, 파업 79일 넘어가 “이제는 끝내야 한다”

주40시간, 월209시간 노동이 법적으로 정해진 2008년에 하루 15시간 이상씩 4일 노동, 1일 무급휴무로 1달에 360여 시간을 넘게 살인적인 노동을 해도 월 70만원이 겨우 되는 임금.

이런 태안운수 택시노동자들의 가슴 미어지는 투쟁을 들은 한 노동자가 9월2일 태안운수투쟁 승리를 위한 집회에서 분노를 태우며 외쳤다.

“7년을, 노동조합을 만들고 7년을 어떻게 그렇게 일하셨습니까. 어떻게 이렇게 살아오셨습니까. 반드시 승리합시다. 반드시 승리하셔야 됩니다!”

충남 태안의 태안운수 노동자들은 2008년 4월24일 첫 교섭을 시작으로 6월5일까지 대화로 타협을 모색하였으나, 회사가 교섭 자리에서 “안 된다. 들어줄 수 없다”고 일관해 6월 11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다. 회사는 마지막 대화 자리인 조정회의에도 참석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6월24일 조정중지이후 노조는 회사에 6월28일, 7월1일 교섭을 요청하였으나 정당한 사유 없이 교섭을 연기했고, 회사가 현재보다 50여만 원 이상 노동자의 임금이 저하되는 주장을 펴 교섭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노동자들이 7월6일 전면 파업과 7월8일부터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하자 회사는 7월11일 조합원에 대해서만 부분적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조는 7월14일 남문교차로에 천막을 설치하고 천막농성을 시작했으며 군 의회를 방문, 군수면담, 부군수 면담들을 하며 택시사업장의 문제점 해결을 촉구했고, 23일부터 25일까지 노사 대표자가 만나 대화를 진행하였으나 회사는 모든 것은 종전대로하고 사납금만 1만원 인상해달라는 주장을 되풀이하여 3일간의 교섭은 성과 없이 끝났다.


그 뒤 노조는 태안 군청 앞 1인시위, 천막농성 및 집회 등 투쟁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노동자들의 태안군이 택시 사업장에 대한 관리 감독의 책임을 다 해야 하며, 유류 카드의 지급, 회사의 세금축소와 누락에 대한 조사, 부가세 환급금의 지급을 철저하게 관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정재은 천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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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텍 , 중원실버빌리지 , 한국공항공사노조 , 신라정밀 , 세림산업 , 태안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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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웅

    추석에도 수고하십니다... 어서 투쟁이 승리로 끝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