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신임 사장 '낙하산 인사' 논란

공공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낙하산 사장 저지해 민영화 막겠다"

한국가스공사가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새 사장을 선임했으나, 노동조합이 '무효'라며 이에 반발하고 나서는 등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주주총회 전날 저녁부터 철야농성을 진행한 공공서비스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는, 주주총회가 열린 어제 오전 7시 30분경부터 주주총회 장소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가스공사 1층 국제회의장 입구를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공사 측이 용역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노조원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한국가스공사 사장 선임 주주총회가 있던 29일, 한국가스공사지부 조합원들이 주주총회 장소 입구에서 용역업체 직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출처: 공공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무늬만 공모제', 1차 서류심사 탈락자가 신임 사장으로

결국 한국가스공사는 인근 농협 지점으로 주주총회 장소를 옮겨 주강수 전 현대종합상사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지난 5월 이수호 전 사장의 사퇴 이후 넉 달을 끌어온 결과다. 지식경제부는 당초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해 5명의 사장 후보를 추천받았으나, 이를 거부하고 새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이같은 결과를 내놨다. 더구나 사장으로 선임된 주강수 전 현대종합상사 부사장은 1차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던 인물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1998년 현대종합상사 부사장으로 퇴직한 주강수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에 재직할 당시부터 인연을 쌓은 바 있어, 이명박 정부 들어 개인 연고가 있는 인물들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는 배경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준 한국가스공사지부 기획국장은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주강수 전 현대종합상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선임된 데 대해 "이명박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도 작용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공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는 이같은 과정이 '무늬만 공모제'라며, '공기업 민영화'를 수월히 하기 위해 정부 입김이 작용한 '낙하산 인사'로 보고 있다. 노조가 줄곧 주장해 온 공사 사장으로서의 요건인 "민주적이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한 장기적 수급문제 해결 및 필수재인 가스의 공공성을 바로 세워 서민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자질" 또한 갖추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2차 사장 공모에서 유력한 후보로 주강수 전 현대종합상사 부사장, 이승웅 전 삼성물산 상사대표, 김재우 아주그룹 부회장 등 3인이 압축됐을 무렵부터 "민간기업 CEO 출신 사장의 경영행태를 몸소 경험한 바 있다"며 "공기업 종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공기업 조직문화에 대한 불신과 편견으로 공사 구성원들이 아픔과 분노를 겪었다", "민간 출신이라는 단 하나의 사실만으로는 공사의 발전과 성장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지적해 온 바 있다. 이수호 전 사장도 LG상사 부회장 출신이었다.

'현대맨' 신임 사장, 공기업 지킬 수 있을까

정준 기획국장은 "정부가 먼저 나서서 '에너지공기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최고의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겠다'고 하지만, 새로 선임된 사장의 경험과 면면을 비춰봤을 때, 대형 공기업을 이끌 수 있겠는가 하는 점에서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임 사장을 반대하는 이유는 일련의 과정과 절차상의 문제, 자질의 문제도 있지만, 'MB인연'을 통해 사장이 된 사람이라면 정부에서 추진할 선진화 방안을 강하게 거부하지 못하고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신임 사장 반대투쟁 자체가 가스산업 선진화와 구조조정 반대투쟁에 맥이 닿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스공사지부는 공모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와 더불어 "공사 사장에 구멍 뚫린 낙하산을 내려 보내는 것은 결국 가스산업 구조개편과 가스공사 구조 조정을 차질 없이 수행함으로써 향후 민영화의 토대를 구축하려는 것"이라면서 "가스산업 공공성과 조합원 생존권을 위해 낙하산 사장 선임 저지투쟁을 계속 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신임 사장이 출근하는 다음주 경부터는 본격적인 출근저지 투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서비스노조도 성명서를 통해 "공기업은 청와대의 자회사가 아니"라며 "한국가스공사 주주총회와 사장 선임은 원천 무효"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공공노조는 가스공사 사장추천위원회가 지식경제부에 의해 거부되고 재구성된 점을 들어 "이명박 정권이 공기업의 미래와 국민의 미래보다는 개인적인 친분을 중시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런 과정으로 선임된 인물이 가스산업 구조개편과 민영화, 일방적 구조조정을 완결지으려 할 것임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