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성모병원 파견직 해고사태, 이미 예고된 악몽

2년 주기 해고를 부르는 파견법, “간접고용 형태 철폐돼야”

파견법 때문에 해고된 강남성모병원 파견직 노동자들

강남성모병원에서 오늘(30일) 28명의 파견직 노동자가 해고가 되었다. 해고 사유는 “계약기간 만료”다.

파견직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의 법률’(파견법)이 있지만 강남성모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오히려 이 법 때문에 해고가 되었다. 이에 이번 사태로 파견직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파견법은 폐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늘(30일) 오전, 강남성모병원 앞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윤애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철폐연대) 정책위원은 “파견법이 있는 한 파견직 노동자는 불법파견을 인정받아도 사용자가 벌금만 내면 더 이상 보호받을 수 없고, 합법 파견일 경우 2년 마다 주기적으로 해고 되는 등 어떤 방식으로도 보호받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2006년 말 개정된 파견법에서는 불법파견으로 인정받아도 고용의제(직접고용 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가 아니라 고용의무로 규정하고 있어 사용자가 과태로 3천만 원만 내면 고용의 책임은 없는 상황이다. 한편 합법파견의 경우 파견법에서 고용기간이 2년이 넘을 경우 직접 고용하도록 하고 있어 이에 대해 정부는 “파견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라 선전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용자들은 직접고용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고용기간이 2년을 넘기기 직전, 고용된 파견 노동자를 ‘계약기간 만료’로 해고하고 다른 파견직 노동자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파견법이 개정된 직후 경총이 낸 자료에서 파견법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기도 하다.

이는 파견법이 처음 제정된 1998년부터 예고되었고,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계속 증가하는 파견직 노동자들

이런 파견직으로 대표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강남성모병원과 같은 보건업만 살펴보더라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6년 8월 현재 전체 보건업 노동자 48만 명 중 비정규직 노동자는 13만 8천 명으로 28.5%에 달하며, 간접고용노동자는 2만 5천 명에 달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총 규모는 16만 3찬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32.1%에 달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2003년 조사에서는 1997년 5.2%였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2003년에는 22.3%로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파견법이 개정되기 전인 2006년 3월에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05년 12월 말 기준 전체 파견노동자 수는 5만 7천 여 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5.7%가 증가했으며, 파견업체는 8.7%, 사용업체는 12.1%나 증가한 바 있다. 당시 상시파견대상업무 파견노동자 증가율은 10.7%였으며, 일시적·간헐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파견노동자 증가률은 66.2%나 달했다. 개정 이후 파견을 고용할 수 있는 업무가 더욱 확대된 것을 감안하면 파견노동자들은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직접고용 비정규직->파견직->해고 또다시 파견, 아니면 도급·특수고용 등 더 나쁘게

특히 파견직 노동자들의 경우 순차적으로 고용악화를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 해고된 강남성모병원 파견직 노동자도 다르지 않다. 철폐연대에 따르면 “강남성모병원은 정규직이 담당하던 간호보조 업무에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했다가 2006년 10월 이들을 파견노동자로 전환했고, 파견직으로 전환된 후 만 2년이 되는 2008년 9월 30일자로 계약 만료되는 28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철폐연대는 “‘정규직 업무에 비정규직 고용->직접고용 비정규직 파견업체로 넘기기->계약만료 이유로 2년이 넘기 전에 계약해지’라는 고용악화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비정규직을 보호하기는커녕 2년마다 주기적으로 비정규직을 잘라내는 법으로 둔갑한 비정규법의 대표적 악용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법상 규제를 보다 덜 받고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기 용이한 간접고용이 더욱 확산되어 ‘간접고용(기간제)->파견->노무도급->특수고용...’ 식으로 더욱 열악한 고용형태로 옮아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목적에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고”라고 써 놓은 파견법이 파견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더욱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애림 정책위원은 “이런 상황에도 정부와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며, 오히려 2년에 주기적으로 해고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입장을 내고 있다”라며 “간접고용을 인정하는 즉시 불법파견이든 합법파견이든 파견직 노동자들은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파견법은 물론 파견직으로 대표되는 간접고용 형태는 철폐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