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모닝! 밤새 안녕하십니까?

또 하나의 공장, 기아 '모닝'을 만드는 비정규 공장은 안녕 못하다

최저임금 3,770원 보다 110원 많은 3년차 시급 노동자 S

근속 3년차 노동자인 S씨는 자신의 직장 소개 때 난감하다. 하는 일은 기아차 ‘모닝’을 만드는데 기아차에 다니지 않는다. 그가 일하는 곳은 충남 서산에 있는 ‘동희오토’라는 곳이다. 그렇다고 S씨가 동희오토 직원도 아니다.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4대 보험 상 그가 몸담고 있는 직장은 ‘대왕기업’이라는 곳이다. 대왕기업은 동희오토의 사내하청이다. 동희오토는 기아차 ‘모닝’을 생산하는 업체로 현대차로부터 땅과 건물을 빌려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는 추석연휴 전날인 9월 12일 해고통보를 받았다. ‘대학 중퇴’ 학력 누락을 이유로 한 징계해고였다. S씨는 대왕기업의 징계에 반발하고 있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고 없는 자격증을 있다고 하거나 없는 학력을 허위기재해 이에 따른 이득을 취하지 않았기에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S씨는 8월초 UPH(시간당 생산대수) 상승에 따른 인원충원 문제를 제기한 것을 해고 강행의 이유로 꼽는다.

S는 해고된 후 전치 5주의 발가락 골절상을 입었다. 재심절차도 남아있고 해고를 인정할 수 없어 출근하려는 과정에서 입은 부상이다.

[출처: 동희오토 사내하청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동희오토 어떤 회사인가

동희오토(주)

▶ 2001년 12월 자동차 조립, 생산 및 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
▶ 2004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자본금 300억, 상시 노동자 160명 규모

-충남 서산시 성연면 갈현리 소재 현대자동차(주)로부터 공장 토지와 건물을 임차하여 사용 중.
-기아자동차(주)로부터 소형차부문에 대한 제조를 위탁받아 ‘모닝’ 생산
-2004년 794억 3천 3백만원, 2005년 852억 9천만원, 2006년 855억 6천 2백만원, 2007년 886억 8천 7백만원 매출 달성, 2007년 당기 순익 증가율은 171.35%

▶ 지분 : 전체 600만주 중 (주)동희산업 270만주(45%), 기아자동차(주) 210만 6천주(35.1%), 평화크랏치공업(주) 119만 4천주(19.9%)

▶ 2007년 147,892대 생산, 2008년 8월 현재 97,508대 생산(수출 39,939대, 내수 57,569대)

배기량 1,000cc의 경차 모닝을 만드는 동희오토(주) 현황을 보면 자본금 300억 원에 직원 160명이다. 공장 토지와 건물은 현대자동차로부터 빌려 쓰고 있다. 그런데 연간 15만여 대의 자동차를 생산한다고 한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동희오토에는 85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기에 가능하다. 다단계 하청, 도급이란 이름으로 중간착취가 용인되기에 가능하다.

고용보장과 노동조합을 눈엣 가시처럼 여겨 온 자본은 끝없이 마음대로 해고하고 노동조합 없는 공장을 꿈꿔왔다. 흔히 말하는 노동의 유연화 전략이다. 노동의 유연화 전략은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단위 사업장에서의 해고와 외주처리,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와 파견법 도입과 같은 법체계를 이용한 제도화, 노동자 단결과 쟁의권 축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동희오토와 같은 100% 비정규공장은 ‘유연화 전략’의 끝을 보여준다. 차별이 굳어지는 거다. 비정규직만으로 가동되는 비정규 공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걸 넘어 공간 분리를 통한 차별구조 정착을 의미한다. 과거 사무직 노동자와 생산직 노동자를 ‘노동의 질’이라는 거짓 이름으로 차별하던 것에서 이제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과 분할을 공간 분리로 완성하고 있다.

수습 기간 시급 3,760원, 수습 후 최저임금보다 10원 많은 3,780원, 근속 3년차 노동자가 3,880원이라는 게 100% 비정규 공장의 현실이다. 90일 넘게 단식을 한 기륭전자도 비정규직으로만 이뤄졌고 최저임금보다 10원 많았다.

160명 사무관리직이 12개 업체 850명을 감독해 연간 15만여 대를 만드는 공장 동희오토는 사실 기아차의 경차 생산 라인이다. 기아차는 ‘모닝’을 판매하며 “기아차에서 개발하고 판매하지만 생산은 동희오토라는 곳에서 만듭니다.”고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는다. 최저임금보다 10원 더 주고 만든다고 알리지 않는다. 직접생산라인의 파견노동자는 불법이기에 도급이라고 말한다고 하지 않는다. ‘입 바른 소리 하는 노동자’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하거나 업체를 바꿔 노조 결성을 막는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고유가에, 경차 인기를 타고 기아자동차 ‘모닝’이 잘나가고 있다. 6개월은 기다려야 차를 살 수 있다고 한다. 모닝은 8월까지 내수만 57,569대를 생산되었다. 07년 28,404대를 생산한 것과 비교하면 열풍이라 할만하다.

모닝 열풍이 기아차 경영진에겐 날마다 ‘Good morning!’ 일지 몰라도 모닝을 만드느라 밤 세우는 비정규 노동자에겐 고단한 아침일 뿐이다. 비정규직으로 늘 계약해지와 업체변경에 시달리는 한, 저임금에 시달리며 최소한의 노동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모닝’을 만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모닝은 절망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임두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