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과 9월 9일, 두 차례 무산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가 방통위의 수수방관 속에 다시 열렸다.
많은 우려와 비판, 제언이 쏟아졌지만 오는 10일로 예정된 방통위 전체회의 의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오늘(7일) 오후 1시 30분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는 언론사유화저지미디어공공성쟁취공동행동(미디어행동)과 방송학회가 주최한 것으로, 방송통신위원회는 주제발표 참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미 9월 4일 대통령 업무보고가 이루어진 데다, 지난 공청회 무산 이후 공청회 없이 의결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기도 하다.
사회를 맡은 한진만 방송학회 회장은 “방송학회가 미디어행동과 같이 주최한 것은 정치적 입장이 같아서라기보다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공청회 절차를 거치지 않고 통과되는 데 대한 우려의 표명이자, 법안 자체가 갖는 문제점은 없는지, 절차상 문제가 있더라도 의견 수렴 과정은 필요해서”라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9월 9일 언론사회단체가 ‘대통령 업무보고 뒤 공청회 무효’를 주장하며 공청회를 무산시킨 이후 열리게 된 ‘법외 공청회’의 사회를 맡게 된 소감이다.
방통위는 시행령 개정안의 추진배경에 대해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의 등장에 따른 경쟁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DMB 등 뉴미디어 방송 활성화 및 각종 규제를 시장 상황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로부터 방통위가 제시한 시행령 일부개정안은 크게 일곱 가지. 오늘 공청회에서도 역시 지상파방송, 보도.종합편성 채널사용사업자(PP) 소유 금지 기업 기준인 자산 총액 3조 원 이상에서 10조 원 이상인 기업 집단으로 완화하는(제4조제1항) 문제가 가장 논란이 됐다.
황근, “신규채널이 뉴스 보도국 가지려면 3조 원으로 어렵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케이블과 지역 민방이 지상파라는 숙주에 ‘빌어먹은 매체’라고 자극적인 표현을 쓰는 등 방송 환경 변화의 필요를 역설했다.
황근 교수는 “1990년대 이후 우리 나라에 들어온 매체 중 돈도 벌고 살판 났다는 매체가 케이블과 지역민방”이라고 말하고 “두 매체는 시장 경쟁에서 성공한 매체가 아니라 빌어먹는 매체”라고 언급했다.
두 매체는 왜 성공했는가를 자문한 황근 교수는 “기존 매체에 얹혀 있으면 되는데, 그 숙주가 지상파”라고 말하고, 지역민방이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신규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반대 표명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황근 교수는 “신규매체가 들어와서 (지상파에) 얹혀사는 것 말고 할 것은 컨텐츠와 제도인데, 신규 사업자가 누구든 간에 시장에서 자신의 채널이 정착될 때까지는 버틸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3조 원이 수학적 근거는 없지만 (사업자로서는) 광고를 끌어들이기 유리하므로 보도를 할 것인데, 보도국을 갖는 채널은 이 정도 돈 갖고 못 한다”며 10조 원으로 늘려야 할 당위성을 설파했다.
이로부터 황근 교수는 “기존 매체와 경쟁하며 3-5년을 버텨내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승구 한국PP협회 이사는 토론 과정에서 “지금 방송 시장을 보면 지상파가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다면화되는 국면인데, 같은 시장을 놓고 이해당사자끼리 컨텐츠 질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탈규제의 시대 흐름과도 맞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승구 이사는 “PP협회는 소규모 사업자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룰을 좁게 만들어간다는 측면에서 반대 입장이지만, 3조 원이냐 10조 원이냐 라는 자산 총액 기준은 경제적 논리로 보면 10조 원이 맞다”고 동조했다. 종편PP가 보도, 오락 등 모든 장르를 만드는 사업자이므로 지상파가 갖는 컨텐츠 제작 능력과 경쟁하려면 그만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여론 다양성에 대한 위험한 발언도 나왔다. 황근 교수는 “여론다양성에서 볼 때도 왜곡 편파 뉴스라도 많으면 다양해지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고 “설사 공정하지 않더라도 많은 뉴스가 경쟁하는 것이 경쟁 논리”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조준상, “결국 보도 기능을 줘야 투자한다는 이야기 아닌가”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방송산업 경쟁력이 보도 기능 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조준상 정책위원은 “소유 완화의 핵심이 종편.보도채널 PP에 있는데, 방송위가 방송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지만 종편.보도채널이 보도 기능을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하고 “이걸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대기업이든지 들어올 수 있지만 지금까지 안 들어왔다”고 짚었다.
조준상 정책위원은 이로부터 “미디어 보도 기능을 줘야 투자를 한다는 건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며 방통위가 말하는 방송산업 경쟁력이 보도 기능 경쟁력이 아닌 지를 물었다.
조준상 정책위원은 또한 자산 규모만 중요한 게 아니라며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집단의 계열사가 얼마나 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많은 학자들이 통신산업에서의 외부성 이야기는 하나 방송산업에 대한 외부성은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기업의 미디어 소유에 대한 외부성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자가 “종편.보도채널 문제와 10조 원 문제를 분리해서 논의해보자”는 제안에 대해 조준상 정책위원은 “3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높여도 투자하는 기업이 적을 것”으로 내다보고 “아마 99% 실패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럴 무렵 20-30조 원으로 높이자는 이야기가 또 나올 것이므로, 연결되어 있고 분리해서 다룰 수 없는 문제”라고 답했다.
김종규, “구호성의 모호한 워딩으로 국가 정책 밀어붙이면 곤란”
김종규 한국방송협회 방통융합특위 위원장도 개정안을 밀어붙이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종규 위원장은 “방송법을 먼저 개정하고 이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합리적으로 연구하고, 매체간 균형과 형평성 있게 제도를 도입 한 후 종편 논쟁을 해야지,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대기업의 참여 길을 열어주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를 진행 중이던 한진만 회장이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관계가 같이 사는 문제도 있겠지만 하나가 잠식하는 상황도 있다”며 “기존 시장을 놓고 새 매체가 기존 매체를 고려해서 새로운 시장 진입을 머뭇할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묻자, 김종규 위원장은 “국가는 그런 점을 분석하고 법과 제도로서 정책을 수행하는 건데, 종편 관련해서는 법 체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 응대했다.
김종규 위원장은 “대기업에 의한 여론 독과점이 매우 낮다고 하는데 어떤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데이터가 있으면 내놓으라”고 따지고 “방송다양성 저하와 방송독점화에 대해 입증된 연구가 있다면 내놓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국가 정책 부서에서 구호성의 이런 모호한 워딩을 가지고 밀어붙이려는 건 잘못”이라며 개정안 옹호 논리를 비판했다.
김윤섭, “지상파 DMB 도입 과정 돌아봐야”
김윤섭 한국DMB 사무국장도 DMB 도입 과정을 들어, 개정안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김윤섭 사무국장은 “지상파 DMB 도입 당시 먹고사는 문제를 하나도 검토하지 않고 도입했다”고 말했다.
김윤섭 사무국장은 “지상파DMB만의 광고시장이 존재하는지, 형태와 규모, 위성DMB와의 관계, 지상파 광고시장과의 상관관계 등을 검토 분석한 후 매체 도입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돌아보고 “3조 원에서 10조 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한민국 방송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대한민국 컨텐츠에 득이 될 것인가, 그런 검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윤섭 사무국장은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면 할수록 컨텐츠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고, 그러면 소비자의 피해로 전가돼 결국 대한민국 방송산업과 컨텐츠 산업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재원, “이번 개정에서는 지상파 제외한 규제 완화가 바람직”
한편 강재원 동국대 교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의 취지인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 경쟁력 활성화 측면에서 공감하는 편”이라며 “이를 통해 대기업 투자가 촉진되고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강재원 교수는 “아쉬운 것은 개정안이 공공성과 공정 경쟁 부분의 정책적 배려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강재원 교수는 자산 총액 10조 원의 기업의 방송 소유와 관련해서 “민영화와 신문방송 겸영 허용 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면 대기업과 신문자본이 방송 분야로 침입하게 된다”고 말하고 “탈규제와 융합시대라면 보다 강조되어야 할 것이 공공성인데 이는 정치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 다른 목소리 낼 수 있는 매체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재원 교수는 “공공성 확보를 위해 방송법이든 통합법이든 정책을 확보한 이후 규제 완화를 논의해야 한다”며 이번 시행령 개정에서는 “지상파 방송을 제외한 유료방송 보도.종편 PP에 대해서만 소유 제한을 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10조 원 기업 기준 완화에 대체로 우려와 비판
이처럼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에서는 일부 패널을 제외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대체로 개정안의 추진배경에 찬성하는 기조로 토론을 펼친 황근 교수는 10조 원 기업집단으로의 완화에 대해 “지상파 방송 소유지분으로 된 게 처음에 의아해 했는데, IPTV법 시행령 제정에서 종편을 허용하니 이른바 규제 형평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며 “방통위 입장에서는 시장에다 경쟁사업자를 많이 집어넣는 산업적 고려만을 한 건 틀림없다”는 해설을 내놓았다.
이에 김종규 위원장은 “대기업은 지상파를 안 할 거라고 이야기하는데 법과 제도는 엄격해야 한다”고 거듭 확인하고 “종편에 대한 자본의 확장을 인정하더라도 모법 자체에 지상파가 포함돼 있으므로 방송법부터 개정한 다음 시행령에서 3조 원이냐 10조 원이냐를 논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진만 회장은 “10조 원 완화도 그렇고 왜 하려는 지 납득할 만한 것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나라 방송법을 보면 하루아침에 떨어지는 게 많다”고 말하고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일관성이 있다. 한다면 한다. 틀림없이 한다”며 역대 방송법 개정 방식의 문제점을 짚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오늘 공청회에서 왜 10조 원 이상 기업집단인가에 대해 속 시원하게 이유를 밝힌 패널은 없었다. 개정안을 기정사실화 한 방통위 만이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방통위가 참석하지 않은 채 열린 이른바 ‘법외 공청회’,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방송법 개정과 관련한 당사자들의 크고작은 우려와 비판, 제언에 귀 기울일 리 만무해 보인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