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텍·하이텍 노동자, 송전탑 고공농성 돌입

“문제 해결될 때까지 내려오지 않을 것”



두 명의 노동자가 15일 또 다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곡기까지 끊겠다고 한다. 그들이 올라간 송전탑에는 ‘154.000볼트 위험 올라가지 맙시다’라는 푯말이 부착돼 있었다. 고공농성에 들어간 노동자들은 김혜진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지회장과 이인근 콜텍 지회장이다.

복직판결 후 곧 바로 이어진 정리해고

하이텍알씨디지회의 투쟁은 2002년 시작돼 7년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올해 4월 산재승인을 받았다. ‘노조 탄압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질환이 발병했다’며 근로복직공단에 요양승인신청을 낸지 3년만이었다. 그 동안 산재승인을 위해 안 해본 투쟁이 없었다.

지난 1월에는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 복직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신설법인으로 전직을 명령했고, 이를 거부하자 지난 8월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하이텍알씨디지회 조합원들은 “전직을 강요하는 법인은 5천만 원짜리 회사로 노조를 없애기 위해 폐업을 할 것”이라며 전직을 거부했고 곧이어 정리해고 통보가 왔다. 이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신종 노동탄압 수법이라고 하고 있다.

사장은 알부자, 노동자는 골병에 저임금

콜텍지회는 07년 4월 공장폐업으로 인해 투쟁이 시작됐다. 콜텍지회 노동자들은 “07년 66억의 순이익이 발생했음에도 폐업을 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노동조합을 깨기 위한 위장폐업이라는 것.

콜텍은 세계 3위 기타제조 업체로 1973년 자본금 200만원으로 시작한 회사다. 콜텍 박영호 사장은 한국 재산소유순위 120위의 알짜 부자가 됐다.

하지만 콜텍 조합원들이 받은 월급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거나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겼고, 이들이 받은 건강상태 조사 자료에 의하면 생산직 노동자 40%는 근골격계 질환, 59%는 유기용제 노출로 인한 직업병 의심, 36%는 기관지 천식, 40%는 만성기관지염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투쟁은 노조혐오증이 원인"

다른 사업장이면서도 두 지회장이 같이 고공농성을 하게 된 이유를 이들은 이렇게 밝히고 있다.

“자본은 다른데 어쩌면 노동조합 혐오증 환자들의 탄압은 같을 수 있나. 사업분할, 법인분리, 경영합리화를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핑계로 조합원들에게 자행되는 ‘정리해고’라는 사형선고는 조합원들을 병들게 하고, 나아가 몸에 신나를 붓고 불을 붙일 수밖에 없는 사지로 내몰고 있다”

이날 고공농성 장소 앞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장석천 콜텍지회 사무장은 “지회장이 가족에게 며칠 서울에 다녀온다며 나왔는데, 이 사실을 가족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라며 말끝을 흐렸고, 정은주 하이텍 부지회장은 “돈과 힘이 남아돌아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힘까지 짜내 투쟁하고 있다”고 절규했다.

고공농성을 택한 두 지회장은 새벽 네 시에 양화대교 옆 망원 한강공원의 송전탑에 올랐다고 한다. 두 지회장은 새벽 찬 바람을 맞으며 올라가는 모습을 조합원에게 보이기 싫어 새벽을 택했다고 한다.

두 지회장은 “두 사업장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절대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