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이다

[칼럼]미국인들은 오바마에게 제국의 꿈을 본 것은 아닐까?

이변은 없었다. 미국 민주당 오바마 후보가 마침내 미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에 당선됐다. 매케인은 일찌감치 패배를 깔끔하게 시인했으며, 개표결과 역시 압승을 거두었다. 44년만의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인종·연령·학력·소득·성별 등 모든 부문에서 고른 지지를 얻었다. 예외가 없었던 브래들리 효과(Wilder effect)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버지니아, 네바다, 콜로라도, 뉴멕시코, 아이오와 등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에서의 승리는 의미가 크다. 이와 함께 연방 상·하원 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과반의석을 넘어서 의회를 장악함으로써 강력한 통치기반을 구축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전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것은 무엇보다 국가와 자본으로부터의 차별과 억압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흑인과 여성에 의해 최초의 흑인 대통령 또는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미국의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패권주의에 대한 반발과 백인 우월주의가 내재된 서구중심의 글로벌 정치·경제 역학구도에 대한 거부감이 표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 대해 지구촌 전체가 다양한 흥분과 열광을 보여줬다.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는 각각 오바마에게 축전을 보내는 매우 이례적이고 신속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국과 적대적 관계인 이란과 쿠바에서도 잇달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처럼 오바마의 열풍이 지구촌 곳곳에 불면서 당선을 염원하는 여론이 고조된 것은 오바마의 세계관이나 정책이 부시와 다르기도 하지만 흑인이라는 점과 비주류이면서 소수자라는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비서구에서는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 앵글로 색슨, 백인, 신교도)가 근간을 이루는 미국의 지배체제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오바마의 당선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특별한 것은 인순이의 ‘거위의 꿈’이나 아바(ABBA)의 ‘I have a dream’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진한 감흥과 인간적·운동적 위치를 담보하고 있는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의 희망이 45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비로소 하나의 계기가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바마의 당선은 오랜 전부터 준비된 매우 의미있고 역사적인 ‘흑색혁명’인 것이다.

역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오바마의 당선으로 인한 미국의 정권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된 단순한 게임에 불과하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은 이라크전의 패배가 명백해 지고 2006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의원 모두를 석권하면서 부터였다.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역사가 된 것이다. 즉 이라크 전쟁과 9.11 이후 네오콘들의 안하무인적 일방주의 그리고 금융위기 등 부시 행정부의 8년 실정(失政)에 대한 심판론이 유권자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미 국민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 증후군으로 인해 극도로 성질이 뻗친 상태였다. 전쟁으로 인해 천문학적 전비가 지출되는 사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가 닥쳤으며, 금융위기는 실물경제 위기로까지 확산되면서 ‘고난의 행군’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은 경제문제였다. 아칸소 촌놈 클린턴이 아버지 부시를 무너뜨린 무기도 역시 경제였다. 민주당이 1992년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뉴딜 노선에 대한 자본의 거부 반응, 그리고 총론에서는 신자유주의를 지지하지만 각론에서는 공화당의 정책에 불만을 가진 일부 자본분파들의 ‘신민주당 노선’에 대한 지지에 크게 힘입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아버지 부시가 걸프전에서 이기고도 재선에 실패한 것은 그 만큼 경제적 부담을 헤어나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클린턴이 1996년 대선에서 승리, 루즈벨트(Franklin Roosevelt) 이후 최초로 재선에 성공한 민주당 대통령이 된 이유도 바로 경제,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등 뉴딜 프로그램을 옹호했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들이 오랫동안 지배하면서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이 지속된 미국은 1929년에 시작된 대공황으로 인해 모든 것을 뒤바꿔놓았다. 시장의 붕괴 이후 1933년 시작된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을 통해 미국 사회는 방향을 틀었고, 중산층 중심의 사회로 재편된 것이다. 그러나 중산층 중심의 사회는 70년대 이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인종문제로 ‘뉴딜연합’이 와해되고 백인들의 반발에 기반한 보수주의 운동이 공화당을 장악하고 나아가 대선에서 승리하게 된 게 결정적이었다.

레이건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신자유주의는 경제위기와 함께 뉴딜연합의 붕괴를 가져왔다. 하지만 뉴딜 프로그램을 옹호한 클린턴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것처럼 보였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국제 정세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확대되어 현 부시에게 권력을 넘겨줄 빌미를 제공하였다. 소말리아 개입과 코소보 사태, 그리고 이라크 공습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클린턴이 집권했던 90년대는 생산의 팽창이 아닌 금융팽창에 기반한 ‘신경제’의 환상을 촉발한 시기였다. 미국의 신경제가 금융적 팽창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보니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졌는데, 신경제의 본격적 번영기인 1990년대 말에는 오히려 최고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클린턴이 사회보장비를 대대적으로 삭감하여 일시적으로 재정적자를 재정수지 균형으로 돌려놓았지만 9.11 이후 전쟁준비가 가속화되면서 미국은 다시 재정적자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금융화에 기반한 신자유주의는 심각한 문제들을 양산하게 되어 미국경제의 불안정성을 증폭시켜 결국 미국발 세계경제위기를 가져온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의 일그러진 영웅이 습관적인 자뻑과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체놀이를 즐기는 사이에 전세계 민중들의 고통은 심화되었지만, 공교롭게도 이에 비례해서 제국의 모습은 더욱 흉물스럽게 변해 가면서 서서히 폐물이 되어 가고 있었다. 결국 미국이라는 괴물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이들의 절박함에 대해 민중들은 냉소와 비웃음으로 화답했지만 자본의 총단결과 부르주아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위기를 봉합해야 했다.

미국발 경제위기는 루즈벨트(Franklin Roosevelt)시기에 시작된 미국의 제국적 길의 향방을 결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문제의 발단은 2000년 5월의 닷컴버블 붕괴와 9.11 이후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실시된 미국의 저금리 정책과 주택경기 부양정책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미 2년 전부터 앞으로 발생할 위험에 대해 상당히 심층적으로 거론되었다. 그런데 미 대선을 코앞에 두고 신자유주의의 실패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금융시장을 붕괴시킨 것은 다소 의아스럽다.

중요한 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주도해온 미국에서, 신자유주의를 거부해온 대통령의 등장은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 질서의 재편까지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이전부터 부시 행정부의 시장근본주의가 위기의 뿌리라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매케인은 스스로도 이 주제에 별 관심이 없다고 인정했으며, 나아가 경제 성장을 위해 부유층에게 집중된 감세안을 내놓고는 시장이 최선이며 규제는 필요 없다는 공화당의 고전적인 논지를 펼치면서 패배를 자초했다.

오바마에게서 미국의 희망과 꿈이 실현된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고 나니 생경하기도 하고 많은 호기심과 궁금증을 억누를 수가 없다. 정말 미국에게 새로운 희망이고 꿈이 될 수 있을까? 그가 내세웠던 변화는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올까? 경제위기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등. 미 국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브래들리 효과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피부색깔에 상관치 않고 오바마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 만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 비관적이고 두려움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많은 변화의 요구가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 미국의 패권적 일방주의와 서구중심의 글로벌 정치 경제 질서를 일거에 변모시킬 수도 없다. 그의 정책적 역량과 리더십에 대해서 아직 검증된 바도 없다. 그래도 미국으로서는 “옛날 옛적 미국에서는…”만을 읊조리던 매케인보다 오바마가 효율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인들이 미완성 상태로 남겨둔 뉴딜정책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은 확실하다. 일단 오바마의 주요 공약 중에 국민의료보험제도 도입과 부유층을 위한 감세제도의 폐지는 현실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내친 김에 노조도 되살려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한 것은 미국이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됐다는 것이다. 9·11 이후 일방주의로 치닫던 미국의 대외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의 외교 노선이 전임자와 다르다고 해서, 지구촌의 다른 구성원 모두에게 ‘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는 꿈을 이뤘지만 미국은 꿈을 이룰 수가 있을까? 미국인들이 오바마에게서 보았던 희망과 꿈은 무엇일까? 그것은 과거의 잘 나가던 영광의 시절을, 즉 제국의 길을 재현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 가지만 제안해 본다. 이번 기회에 매년 5천억 달러가 넘는 국방비를 대폭 줄이는 것은 어떨까? 미국 정부는 올해 4천 550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재정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단순 무식하게 계산하면 답은 간단하다. 세계평화와 미 경제를 위해서 정말 바람직한 방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별로 기대하고 싶지는 않다. 역시 오바마는 미국의 대통령이고 자본과 국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을 지켜보면서 지난 2007년 12월 한국의 대선과 비교를 해봤다. 가장 커다란 쟁점은 경제문제였으며, 현 정권 덕분에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유사성이 있다. 한국은 ABR(Anything But Roh), 미국은 ABB(Anything But Bush). 반면 가장 대표적인 차이점을 보면,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맹목적으로 추진하면서 전 세계적 차원의 경제위기 극복 방안에 역행하고 있고, 오바마는 일단 신자유주의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3일자 중앙일보에서 ““대통령 힘 내시라”고 MB맨들이 다시 모인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던 관계없다고 했지만 오바마의 당선으로 한미FTA, 북핵문제, 대북정책 등 미국으로부터 질책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할까 봐 걱정이 많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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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 , 제국 , 제국 , 오바마 , 오바마 , 사회안전망 , 국민의료보험도입 , 감세제도의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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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막혀

    흉물스런 괴물 미제가 오직 공화당 탓, 백인 우월 탓이며 미 민주당에서 엄청난 빛이라도 본다는 뜻? 오바마가 신자유주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 제국 지배가 던진 낚시에 정확히 걸려든 케이스의 글
    흔히 말하는 너그러운 자본주의를 기대한 자본 인정
    이런 자들이 입만 열면 노동자 어쩌고 하는 거지. 차라리 자신 자유주의자입네 정확히 말하는 노빠들이 솔직하다는 사실을 깨닫겠구만.


  • 오바마

    ㅎㅎㅎㅎㅎㅎ 알겠어용~~~~~~~~~~~~~~~~~~~~~~~~~~~~~
    감사 감사

  • 뭘..

    민주당이니 오바마니 하는 것은 일개 개인이나 정당에 그 관점이 치우쳐져 있는 것 같군요
    이것은 올바른 문제해결의 시작점이 아닙니다
    보수 양당체제가 굳어진 미국에서 민주당이 어떤 정책을 폈는지 잘 살펴 봐야 합니다
    전쟁과 신자유주의를 조금 누그러뜨리는 선에서의 개혁은 개혁도 아니죠 그런 개혁이라면 한국의 노무현 빠들이 말한 자유주의도 좌파이고 민중을 위한다 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매캐인에 비한다면 오바마가 낫지만 전체적인 지형은 그대로 갈 것 같습니다 더 힘찬 투쟁으로 맞서야 겠지요

  • 장동만

    Obamerica의 도전과 시련 (상)

    15 세기 (1492년) 콜럼버스의 발이 닿기까지 미 대륙은 인류 역사에 등장하지 않았다. 역사 뒤에 숨겨져 있었다. 남미 대륙엔 마야/잉카/아스텍 문명의 기록이라도 남아 있지만, 북미 대륙엔 아메리칸 인디언 여러 부족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살았다는 사실 외엔 아무러한 역사 기록이 없다.

    이를 두고 고 함석헌 선생은 이런 해석을 하셨다.
    "신의 뜻이었다. 15 세기까지 꽁꽁 감춰 두었다가 세상에 내 보이셨다. 거기엔 하얀 색, 검은 색, 노란 색, 붉은 색, 모든 인종이 함께 모여 한 번 살아 보라, 인류의 理想國을 만들어 보라! 는 뜻이 있었다."

    1776년 (한국 연대로는 이조 英祖 시대), 드디어 세계 각 곳 각종 인종들-초창기엔 주로 유럽계이지만-이 모여들어 미합중국을 만들어 냈다. 인류 역사 이래 최초 유일의 다 인종, 다 민족, 다 문화, 다 원화, 복합 국가였다.

    그로부터 230여 년, 그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최강국이 됐다. 그 짧은 기간 동안에 오늘날의 미국이 이루어진 것은 하나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원동력이 무엇인가?

    그 기적을 이룬 원동력 중의 하나에 미국은 역사적인 원죄를 안고 있다. 흑인 노예 제도다. 1863년 링컨이 노예 해방-한국은 1894년 갑오개혁 때 軍國機務處議案에 의해 노예(slavery)와 다를 바 없는 公/私 노비 제도가 법적으로 폐지되었다-을 선언하기까지 장장 87년 동안 노예 제도를 유지했다. 그 기간엔 '건국 아버지들'의 "모든 人間은 평등" (독립 선언)에서 흑인은 사람이 아니었다. 오직 "말하는 도구"일 뿐이었다. 곧 그 '人間'이 소외된 백인들만의 나라였다.

    2008년, 노예 해방 145년 만에 드디어 흑인-엄밀한 의미에서 '흑백'이라고 해야 옳다. '피 1% 논리'는 백인 우월주의가 아닌가-대통령이 출현했다 (득표율 52%, 사상 최다 득표수). 백인 67%, 흑인 13%의 나라에서 그야말로 또 하나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함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또 다른 '하나님의 뜻'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무엇이 흑인 대통령을 출현케 하였는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가장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화두는 '변화 (CHANGE)'와 '개혁 (REFORMING)' 이었다. 그 기치(旗幟)를 흑인들, 소수 인종들, 투표한 백인 43%가 받아 들였다. 세계 제 1의 부국이자 강국인 나라의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가? 그리고 그들이 그 같이 갈망하는 '변화'와 '개혁'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지금 미국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70%를 넘는다. 또 다른 조사에선 "미국의 전성기는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48%나 된다. 무엇이 어떻게 그렇게 잘못되고, 잘못 되어가고 있는가?

    각종 통계를 인용, 오늘 날 미국의 현주소를 한 번 짚어 본다. (주: 모든 수치는 미 정부 기관 발표 및 신빙성 있는 여론 매체 보도 인용.)

    1) 사회 양극화, 빈부 격차가 너무나 심하다. 2005년 기준, 상위 계층 1%의 소득 규모가 미국민 전체소득의 21.2% (전년 비 19%상승)를 차지한다. 반면 하위 5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12.8% (전년 비 13.4% 감소)이다. 고용 인구 중 연간 소득이 $27,000 (약2,700 원) 이하가 25% 이다. 한편 연방 정부가 정의한 '가난한 (poverty)'-가구 당 연 소득 $23,000 이하-사람이 인구의 12.37%를 차지한다. 빈부 격차가 계속 심화되고 있다. 이를 두고 EPI 재리드 번스타인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한다. "소득이 이같이 상위 계층으로 집중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지속될 수 없다"

    2) 미국은 총기의 나라다. "집안의 살인자(Killer at Home)", NYT가 총기 문제에 붙인 제목이다. 현재 미국인들이 보유한 각종 총기는 2억 5,000만 정으로
    추산한다. 미국 인구 3억명 중 성인 모두를 무장시킬 정도의 양이다. 매년 1만여명이 총에 맞아 사망한다. 2004년엔 총기 살인이 1만 654 건이었다.

    3) 미국은 감옥의 나라다. 성인 138명 중 1명 (220만명)이 주립/연방 교도소 에 수감되어 있거나 국립/시립 구치소에 구금되어 있다(2005 년도). 흑인 남성(25-29세) 13명 중 1명 (8.1%)이 감옥에 갇혀있다. 전체적으론 10만 명 당 815명으로 백인의 6.6배(종신형은 백인의 10배)나된다. 한편 집유/ 가석방 상태에 있는 교화 대상 성인 인구가 700여만 명이 넘는다. 이번 대선 이후 인종 혐오 범죄가 부쩍 늘고 있다. (2007년 10월 현재 LA, NY 등 6개 도시 한국계 수감자 233명).

    4) 선진국 중 의료 혜택이 가장 뒤쳐진 나라다. 건강 보험 없는 사람이 4천 660만 명(2005년 기준) 이다. 국민 부담 의료비가 1인당 연간 $5,700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평균 수명은 日/英/加/佛보다 짧고, 영아 사망률은 쿠바 보다도 높다.

    5) "미국은 탈락 국가이다". 몇 년 전 타임지 커버 스토리 제목이다. 미
    전국 고교 중퇴 비율이 20% (5명중 1명)가 넘는다. 대학 진학률은 30-35% 안팎이다. 그러고도 2년-4년제 대학 중퇴 비율이 43%나 된다. 1992년 문맹률 조사에선 전체 노동자 계층의 4%가 기능적으로 문맹인 것 으로 집계되었다.

    Obamerica의 도전과 시련 (하)

    6) 미국은 세계 최대 대외 채무국이다. 2005년 말 현재, 미국의 해외 부채는 $13조 6,000만 (가구 당 $ 11만 9,000)에 이른다. 2006년 회계 연도 재정 적자가 $ 2,480억, 경상 수지 적자는 $ 8,570억, 합계 $1조 1,000억에 달한 다. 2014 년까지 누적 재정 적자가 $ 2조 3,000억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2008년 9월말 현재,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는 $5,850억, 일본은 $5,732억,
    영국이 $3,384억 이다-11/18/08 미 재무부 발표)

    7) 미국이 이렇게 천문학적인 '쌍둥이 적자'를 안고 있으면서도 경제가 그런 대로 돌아가는 것은 소위 '달러 리사이클링 (dollar recycling-외국이 미 국채를 사면, 미국은 그 국채를 팔아 얻은 '빚'으로 소비를 하고 투자하는 현상)' 때문인데 이것이 언제 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이를 가능 하게 하는 미 달러의 국제 결재 기축 통화 체제 그리고 미국의 달러
    발권권(發券權)이 지금 큰 도전을 받고 있지 않는가.

    미국이 이렇게 빚더미 위에서 '떵떵거리는' 것을 두고 워커(정부 회계검사원) 는 말한다. "지금 미국은 로마 제국의 운명을 답습하고 있다".

    8) 경제의 원동력이 생산/제조업에서 돈장사/금융업으로 바뀌고 있다. 일컬어 '경제의 금융화'다. 1980년 대 초 미국 전체 기업 수익 중 금융 부문 수익 은 10% 안팎이었다. 그렇던 것이 2000년엔 금융 부문 수익이 40%로 증가 했다. 세계를 풍미하던 'Made in USA' 제품이 사라지고 (GM등 자동차가 좋은 예다), 미 달러를 앞세운 돈놀이 (이번 금융 위기를 몰고 온 금융 파 생 상품이 대표적인 예다)가 국내외 시장을 휩쓴다. 제조업이 쇠퇴하고 금융업만이 번성하는 경제 구조,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견해다.

    9) 2004 회계 연도 미 국방비는 $4,915억 (GDP대비 3.9%)이었다. 2008년도엔
    $7,000억이 계상되여 있다. 군비지출 세계2위-15위 국가들의 군사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다. 한편 2008 회계 연도에 미국은 탱크, 전투기, 미사일, 군함 등 $320억 상당의 각종 무기와 군사장비를 외국에 팔았다.

    10) 매년 80만 명의 어린이가 실종되거나 납치되고 있다. 이 중 4%가 시체로 발견된다.

    11) 저축률은 소득의 17%로 세계 순위 100위 안팎이다.

    12) 온실 가스 배출량이 세계 최고이다.

    13) 미 전역에 노숙자 (the homeless)가 60만 명이 넘는다.

    이상의 통계는 무엇을 말하는가?

    가장 잘 사는 나라, 가장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미국인들에게 그야말로 참기 어려운 치부이자 큰 수치(shame)일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뻔지르르한 나라, 속으로는 이렇게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니 "변해야 한다" "뜯어 고쳐야 한다."는 외침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이리해서, 백인 후보보다 '변화'와 '변혁'의 기치를 더욱 높게 치켜든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그런데 "인류 역사에 하나의 신화를 창조했다"는 그의 앞길엔 너무나 많은 장애물이 가로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변화' '변혁'은 어떻게 보면 일대 혁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나 어디서나 힘있는 사람들, 살 만한 사람들, 기득권자들은 결코 '변화' '변혁'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모든 면에 걸친 다양한 주창의 근저에는 하나의 일관된 메시기가 담겨 있다. 평등 사상과 사회 정의다. 이는 곧 미국 '건국 아버지'들의 정신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의 이상과 미국의 현실 사이에는 너무나 큰 괴리가 있다. 그 '현실'은 하루아침에 '지금 같이' 되어진 것이 아니다. 300여 년 동안 백인들 주도로 구축되어 온 시스템이 굳게 다져져 있다. 그 시스템을 깨지 않고선 어떠한 '변화' '변혁'도 불가능한데 그는 외친다. "우리는 미국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고,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다"고. 과연 그의 "Yes, we can do" 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은 모든 것이 사람에 앞서, 확립된 시스템/메커니즘 으로 돌아가는 사회다. 그런데 그 시스템 작동의 주역들인 뷰러크래트 (bureaucrat)들, 그 절대 다수가 모든 분야에서 거의 백인들이다. 그들이 흑인 대통령의 정치 철학에 동조/협력/복종하지 않을 때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을 설득/승복/협조케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벌써 '뉴스위크'지 같은 데선 네오콘들의 '반(反)자본주의 정책' 운운하는 오바마노믹스 (Obamanomics)를 경계, 우려하는 기사가 실린다.

    그리고 미국의 대통령이자 '세계의 대통령'으로서 어려운 점은 또 있다.
    미국의 국익과 범 세계적 인류를 위하는 것과의 상충이다. 당장 한미 간 에는 자동차 문제, 자유 무역 협정 (FTA) 문제가 대두된다.

    그리고 또 그가 부르짖는 인간 평등, 사회 정의는 미국만의 가치가 아니다. 범 세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가치다. "우리의 자유/민주, 최고의 선이고 가치이다" 라고 독단/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온 부시이즘을 벗어나, 이 새로운 가치를 어떻게 범 지구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인가. Obamerica의 큰 도전이자 시련이다. <장동만>

    ://kr.blog.yahoo.com/dongman1936
    저서: '조국이여 하늘이여' & '아, 멋진 새 한국' (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