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로 간 ‘일제고사 강요’

“시험 안 보면 넋 나간 애라 했다” 전교조 서울지부 교사, 학생, 학부모 인권탄압 진정

“어제 3반 선생님께서 나오지 않은 아이들에게 무단결석이라고 하면서 교장선생님 허락이 없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잡혀온 애들에게 잘못이 없다면서 부모님들이 잘못 선택했다고 했다.”(서울 한 초교 6학년 2반 학생)

“애들을 만나게 되면 내일 시험보라고 하랬고, 시험보러 온 애들은 정신이 있고 시험 안 본 애들은 넋 나간 애들이라고 했다. 시험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보기 싫었고 힘들고 선생님을 보면 너무 무서웠다.”(같은 반 또 다른 학생)


  전교조 서울지부 소속 9명의 교사는 일제고사 강요로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에 제소했다. 최대현 기자

전교조 서울지부 소속 9명의 교사가 지난 1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내용 가운데 하나다.

지난 10월14일과 15일에 있었던 일제고사에서 당시 시험감독 교사였던 한 부장교사에게 들은 얘기를 학생들이 적은 것이다.

이 학급 담임교사로 진정을 낸 설은주 교사는 “시험을 보고 있는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떠난 학생들에 대한 인격 모독의 발언”이라며 “이를 들은 아이들의 충격을 생각해 봤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상호 존중의 태도와 타인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을 가르치는 교육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설은주 교사가 전하는 일제고사 당일 앞뒤 상황은 이뿐 만이 아니었다.

10월15일 체험학습을 떠나기 위해 한신대 운동장에 모여 있던 학생들 가운데 6학년2반 2명 학생에게 부장교사는 “오늘은 도서실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데려가 강제로 일제고사를 치렀다.

당사자인 한 학생은 “그리고는 교무실로 데려간 후 기다리라고 했다. 또 다른 선생님이 들어와서는 하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말씀하시던 중에 교장 선생님이 들어와서는 필기도구를 챙겨주시고는 반으로 들어가서 시험을 보았다”고 진술했다.

체험학급 가는 학생 데려와 시험 보게 하고 진술서 작성까지

또 체험학습을 선택한 학부모에게는 시험보기 전날부터 체험학습이 진행된 시간까지 전화를 걸어 시험을 보도록 강요했으며 교감은 교사의 징계 책임을 학부모에게 떠넘기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심한 경우 학부모가 설득이 안 되자 할머니에게까지 전화를 걸기도 했다.

지난 10월17일에는 설은주 교사가 음악수업을 하고 있는데 체험학습 간 학생들을 다른 교실로 데려가 경위서 형식을 글을 쓰도록 했다.

설은주 교사는 “기본적인 예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분명한 수업권 침해고 인권 침해”라고 말했다.

설은주 교사에게는 행정징계가 진행되고 있다. 교육청은 학교장의 승인 없이 가정통신을 발송했고 교육청이 시행하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설은주 교사는 “학교장의 결제가 필요한 가정통신을 임의로 발송한 바 없다. 단지 담임교사로서 일제고사에 대한 학부모의 의견을 묻는 편지글을 발송했다”며 “담임교사의 개인적인 편지글에 대해 사전 결재, 승인 등을 요구하는 것을 민주주의의 기본을 부정하는 것이며 최소한의 인권마저 부정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한 중학교도 비슷한 상황이다. 10월14일과 15일 이 학교 교장과 교감, 부장교사 등이 돌아가며 ‘체험학습’에 참여 중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화해 “시험 안보면 무단결석으로 한다”, “빨리 와서 보면 무단결석으로 하지 않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

16일에는 수업 시간에 들어와 체험학습 한 학생들에게 2차례에 걸쳐 ‘진술서’를 쓰도록 했다.

이 학교 윤여강 교사는 “교감의 지위를 이용해 ‘진술서’ 작성에 관한 아무런 설명과 동의 없이 글을 쓰도록 강요해 존중해야 할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세계인권선언과 유엔아동권리협약 위반

이들은 교육청과 학교측의 행위가 “부모는 자녀에게 제공되는 교육의 종류를 선택할 우선권을 가진다”는 세계인권선언 제26조 3항을 침해했다고 규정했다.

동시에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2조 1항에 있는 “당사국은 자신의 의견을 형성할 능력을 갖춘 아동에게는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권리를 보장하고 아동의 나이와 성숙도에 따라 그 의견에 적절한 비중을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에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이날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제고사는 교육적 목적으로 타당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일제고사 진행 과정과 이후에도 많은 인권침해, 교권침해 사례가 발행하고 있다”며 “이렇게 강행하는 일제고사는 내용적 타당성과 절차적 타당성 모두를 잃어버린 행위”라며 △반인권적 일제고사 중단 △일제고사 불참학생에 대한 무단결석 철회, 출석 인정 △학부모에 대한 부당한 압력 사과 △일제고사 관련 교사에 대한 감사와 비방, 징계 중단을 요구했다.

앞서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서울시민모임(공동대표 김태균)도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를 하루 앞둔 지난 10월13일 ‘전국일제고사에 따른 청소년 인권침해 구제’를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한 바 있다.(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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