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한파, 경영부실로 불안한 쌍용차 노동자들

비정규직 강제휴직에 희망퇴직까지

평택에 위치한 쌍용자동차 완성차 생산 공장. 평일임에도 공장 곳곳은 불이 꺼져 있고, 생산라인은 멈춰있다. 한 라인에서 완성차를 하루에 여덟 대 정도 생산하는 게 고작이다. 소음이 가득한 공장이 아니라 침묵이 흐르는 공장이다.

이 같은 묘사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쉽게 들을 수 있었다. 몇 년째 잔업과 특근이 없어 월급이 반 토막이 났다고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조조정 소문은 끝도 없이 현장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2006년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 포함해 1천여 명이 희망퇴직을 하기도 했다.


지난 5일 비정규직 노동자 330명이 강제휴직에 들어갔다. 그리고 휴업에 들어가기 얼마 전부터 쌍용자동차 하청 업체 관리자들은 강제휴직 대상 명단과 상관없이 희망퇴직 신청서를 들고 현장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사장들은 “복귀시점도 없는 휴직이니, 4개월 치의 임금을 위로금으로 받고 퇴사하는 게 좋은 것 아니냐”고 개별면담을 시작했다고 한다.

“‘먹튀’든 '하청화'든 위기의 시작은 상하이의 인수”

현재까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기는 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도 언제 이 같은 상황이 올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무직의 절반인 1천여 명은 이미 순환 휴직에 들어가기도 했다. 쌍용자동차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가게 된 것일까.

유가와 원자재 상승, 그리고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자동차업계의 위축과 무관하지 않지만, 쌍용자동차의 위기는 "04년 말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상하이자동차는 인수 당시 대규모 투자약속과 함께 2011년에는 33만 대를 생산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내년 연 생산계획은 8만7천 대에 불과하다. 매각 전 쌍용자동차는 매해 20만대 가량을 생산 판매했다. 또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상하이자동차가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평택시 포승읍 공장부지(약 16만m²)의 절반가량을 400억 원에 팔았고, 재개발 지역에 포함된 서울 구로동 부지 일부의 추가 매각도 검토 중”이라는 보도만 보더라도 이런 주장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신차개발도 더디기만 하다. 인수 이후 05년 카이런, 액티언 그리고 올해 체어맨W까지 만 4년 동안 신차가 3대뿐이었다. 그리고 쌍용자동차는 올해 8월 하이브리카 기술 유출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아야 했다.

정규직인 유재선 씨는 “시장망 축소와 소량 생산으로 쌍용자동차를 상하이 자동차의 하청화하려는 것 같다”면서 “내년에 신차투입을 한다지만 생산계획의 절반이 신차여서 판매가 부진할 경우 본격적인 인력감축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 섞인 전망을 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일부는 상하이 자동차가 전형적인 ‘먹튀’자본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똥탄'진 합의, 투쟁으로 돌파할 것”

쌍용자동차의 암울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10월 22일 창립신고 이틀 만에 600여 명의 비정규직 중 150여 명이 가입했다. 06년 희망퇴직이 이뤄질 시기 노조설립이 실패한 후 이뤄진 일이었다.


하지만 복기성 쌍용자동차비정규직지회 사무국장은 “가입원서가 줄을 이을 때 흥분을 감출 수 없었는데, 일주일이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10월 27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쌍용자동차와 전환배치를 합의했고, 이로 인해 비정규직 347명이 휴업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며칠 뒤 재협의를 통해 비정규직 희망퇴직을 추가로 합의했다.

쌍용자동차지부는 현재 차기 집행부 선거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 집행부가 임기 말에 ‘똥탄’지고 합의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쌍용자동차의 위기가 심각해 정규직들도 이 문제를 비정규직의 문제만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이 때문인지 쌍용자동차지부 선거에 나온 5명의 후보 모두 이번 합의의 문제점을 모두 지적하고 있었다. 또한 쌍용자동차비정규직지회의 출근선전전에 비록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정규직 활동가들이 결합하고 있다.

하지만 쌍용차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이 쉬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자동차산업의 위기에 쌍용자동차의 경영악화까지 겹친 상황에서 이번 합의를 쉽게 뒤집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쌍용자동차 하청업체 관리자들이 위원장으로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업체당 조합원 수는 많아야 5명이었다. 조합원 명단이 공개된 후 자신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안 사람도 있었다.

조건이 좋지 않지만 서맹섭 부지회장은 “사표를 내고 할 수 있는 것은 건설 현장에서 노가다 뛰는 것 외에는 없다”며 “우리들은 끝장 투쟁까지 결심하고 있고, 어떻게든 전진할 것”이라며 결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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