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선진화, 에너지 수급 불안 가중, 요금 인상 불러

[가스 선진화 특별기고](3) 천연가스 산업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 ②

수요의 비탄력성과 경직성

가스시장은 공급구조의 경직성만이 아니라 수요의 경직성도 존재한다. 특히 65% 이상을 차지하는 도시가스 수요는 필수공공재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수요는 가격에 비탄력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 또한 소매분야까지 살펴본다면 특정 지역으로 제한되어 있는 도시가스 공급자 입장에서도 소비자를 인위적으로 확대할 수 없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특정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소매 시장 즉 도시가스 산업으로 본다면 기존 도시가스 기업의 통·폐합이 아니고서는 다른 경쟁 요인이 존재할 수 없다. 결국 현재 소매 도시가스 기업의 주요 지배기업인 SK와 GS를 중심으로 한 통·폐합이 소매 경쟁의 의미라 이해할 수 있다.

도매와 소매의 이원화 구조

한국 가스 산업은 100%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한국적 특수성으로 인해 1985년 가스공사가 설립되면서 도입·도매 부문은 한국가스공사가 담당하고 있다. 생산기능이 전혀 없는 유통 사업의 특징을 가지며 도·소매가 이원화된 형태로 출발하였다. 한국가스공사는 도입·도매 사업을 수행하고 주배관망을 통하여 한전 및 민자 발전소와 도시가스사에 가스를 공급한다. 소매 가스사업자인 각 도시가스회사는 공급받은 천연가스를 권역별로 운영하는 자체 배관망을 통하여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가정용과 산업용 수요를 담당하는 소매 도시가스 부문의 경우 대략 가정용 65%, 산업용·공업용 35%로 구성된다. 전국 33개로 나뉘어 있는 지역도시가스회사가 “특정” 지역을 독점하고 있는 양상으로 구분되어 있다. 즉 도매·도입 부문을 가스공사가 공적인 형태로 공급하고, 소매 부문인 33개 지역 도시가스회사가 각각 지역을 분할하여 공급하는 형태로 존재한다. 그러나 도매와 소매, 소매 간 경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소매 부문의 경우 일반적으로 네트워크 산업의 특성 상 지역을 둘러싼 경쟁이 있을 경우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역 독점의 형태로 존재한다. 소매 부문이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망건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로 인해 경쟁 초기에 지배적 기업이 있어 집중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서는 결과적으로 출혈적 경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또한 경쟁을 시작하더라도 특정 기업을 선택할 기준은 오로지 가격밖에 없다. 그러나 가스의 특성 상 품질과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 가스 산업은 수요의 비탄력성과 소비자의 선택권이 존재하지 않는 재화의 특수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매 부문에 경쟁이 도입되었을 시 오로지 도입 가격 여부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된다.

그 동안 한국의 가스 산업은 정부 주도의 천연가스 도입 정책과 민생가스 보급정책으로 인해 도매 부문이 공적 소유 형태인 가스공사로 시작하여 전국 단일한 가격으로 도매 공급을 수행하였다. 소매 부문은 33개 지역도시가스회사로 나뉘어 출발하였지만 대부분은 기존의 석탄 사업자가 도시가스회사로 전환한 형태로 출발하여 망건설과 초기 투자에 정부와 지자체가 일정하게 지원하는 형태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점차 SK와 GS 같은 자본력 있는 에너지 기업이 소매 부문으로 진출하여 현재 SK 계열사가 9개, GS 계열사 및 지분 투자회사가 6개 정도 존재하고 있다. 수도권 7개 기업이 전체 매출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소매 도시가스 회사 분포

SK 계열 : 대한도시가스, 부산도시가스, 충남도시가스, 충청에너지서비스, 영남에너지서비스, 포항도시가스, 전남도시가스, 전북에너지서비스, 강원도시가스

GS 계열 : 예스코, 경남에너지, 해양도시가스, 강남도시가스, 서라벌도시가스

기타 : 서울도시가스, 대구도시가스, 경북도시가스, 한진도시가스, 인천도시가스, 경동도시가스, 중부도시가스, 전북도시가스, 서해도시가스, 참빛원주도시가스공업, 참빛충북도시가스공업, 군산도시가스, 목포도시가스, 대화도시가스 및 LPG를 공급하는 회사(참빛도시가스, 참빛영동도시가스, 제주 E, GSE 등)로 33개

SK와 GS 등 소매 도시가스의 지배적인 회사는 천연가스와 석유 등 탐사와 발굴을 하는 에너지 상류부문을 확대하면서도 소매 도시가스를 담당하는 하류 부문을 지속적으로 인수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으며 이미 천연가스 도매 직도입을 시작하고 있거나 도매 직도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의 선진화 방침의 핵심은 포스코와 SK, GS 등 특정 기업이 도입부문에서 직도입을 확장하는 전제로 소매 경쟁을 허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동안 포스코 55만톤, SK 60만톤 등으로 이미 도매분야에서 직도입이 허용되어 있지만 직도입 확장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도입 물량을 확대하더라도 소위 팔 곳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연중 균등 도입의 특성으로 인해 동고하저 패턴의 한국적 수요 패턴에 조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진화 방안을 통해 발표된 도매·소매 경쟁 방안은 우선 소매의 산업용 부문에 직도입자가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전체 물량의 35%에 달하는 산업용 수요, 발전용 연료 부문에 SK와 포스코 등이 직접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포스코와 SK 직도입으로 포항도시가스의 산업용 수요가 이들 기업에게 넘어가면서 오히려 해당 지역 도시가스 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선진화 방안의 1단계인 산업용 수요가 이들 기업으로 넘어가게 되면 해당 지역 도시가스 요금은 인상될 수밖에 없다. 전체 물량의 70% 가까이가 산업용인 경동도시가스, 60% 정도인 경남에너지, 30% 정도인 삼천리 등이 이에 해당된다.

소매 경쟁 돌입이 산업용 수요에서부터 시작하겠지만 이후 발전용 연료 직도입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나아가 도시가스회사를 계열화하고 있는 도매 직도입 회사 입장에서 도시가스 회사로의 직접 도매 공급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도시 가스 회사를 통·폐합하고자 하는 시도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로서 33개 지역도시 가스 회사의 대폭적인 인수합병 시장이 열리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매 도입 확장으로 국가 전반의 천연가스 수급 정책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소매 간 통폐합 확장은 특정 에너지 기업에 의한 독점적 시장 형성을 초래하게 된다. 이는 에너지 수급 불안 가중, 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의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덧붙이는 말

송유나 님은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이며,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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