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관 난립 현실화.. 노인장기요양보험 어디로?

"영리기관 중심 노인요양제도,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져"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 도모'라는 목적으로 지난 7월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노인요양보험)가 민간기관의 난립 등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도시행 이전부터 보장성 강화 등을 요구하며, "서비스 질 저하 및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노동·사회단체들의 우려가 시행 4개월 만에 현실화되고 있는 것.

14일 전국요양보호사협회와 박은수 민주당 의원은 '요양현장 실태보고 및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개선방안' 토론회를 공동개최하고, 요양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경숙 전국요양보험사협회 부회장과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이 발제를 맡았고, 조남범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회장, 허윤정 민주당 보건복지 전문위원, 이정례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 장재혁 보건복지가족부 요양보험제도과 과장, 김은희 신륵노인복지센터 원장, 송현정 전국공공노조 사회연대본부 사무처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그간 전국공공노조 등 노동·사회단체들은 노인요양보험이 그 도입 취지에 걸맞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공공인프라 확충, 서비스 대상 확대, 요양서비스 노동자 노동권 보장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노인요양보험은 이 같은 논란 속에 국회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지난 해 4월 국회를 통과됐고, 올 7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민간 노인요양기관, 7월 한 달 동안 4천여 개 개소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은 공공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에서 시행된 노인요양보험이 민간기관의 난립과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해 총 2천594개 소였던 요양시설 및 재가담당 기관은 올 10월 초 기준으로 9천541개소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제도가 시행된 7월 한 달 동안 4천여 개 소의 기관들이 신규로 생겨났다.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최경숙 전국요양보호사협회 부회장은 "민간기관의 난립함에 따라 과도한 이용자 유치 경쟁과 요양기관 간 담합, 부당청구로 인한 보험재정 낭비, 인건비 절감 등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 저하를 통한 이윤창출 등으로 요양현장은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민간시설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으나, 민간시장의 자율적 경쟁이 서비스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은 빗나간 셈이다. 시행 초기이지만, 오히려 상황은 정부 예상과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시설기관인 A요양원은 24시간 격일제, 1달 360시간 근무에 임금은 약 144만 원. 시급으로 계산하면 2천180원으로 현행 최저임금 3천770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외에도 최경숙 부회장은 근로계약서 미작성, 유급 휴일휴가 미지급, 노동시간 및 연장근로 위반, 4대 보험가입의무 위반, 임금체불 등 각종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최경숙 부회장은 이어 요양보호사들의 임금 및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최저임금법과 정규직 월급제 등을 보장하고, '임금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요양기관 지정 요건과 행정감독을 강화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요양보호사 인력 부족,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져"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이용자 입장에서 느끼는 서비스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활동할 수 있는 환자인데, 앉혀만 두니 답답해하세요. '돌아다니는 것도 못하게 하고, 바깥도 못 쳐다보게 하고 소, 돼지 마냥 가둬만 둔다. 앉아만 있으라고 하면서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일만 하라고 한다'라고 하시며 센터에 가지 않으려고 하세요"(B 면접조사대상자)

현행 요양시설 인력기준은 입소자 2.5인당 1인의 요양보호사를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총 입소자수 대비 요양보호사 총 정원수로 나눈 것으로, 8시간 3교대 근무와 휴일자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요양보호사 1명이 입소자 10명을 돌봐야 한다.

이에 대해 최경숙 부회장은 "이용자의 특성에 맞는 요양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 못하며, 그로 인해 서비스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현실은 요양보호사 인력양성 및 인력 배치가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도 도입 당시 졸속적인 제도설계에 따른 인력수급의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그러나 정부에서는 시장의 기능에 의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입장을 취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노인 3.6%만 혜택.. 보편적 사회보험제도?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협소한 서비스 대상과 높은 본인부담율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었다.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본인부담률은 요양시설 입소 시 총 비용의 20%, 재가 서비스의 경우 15%다.

2008년 6월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는 496만9천15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1%에 이른다. 임두성 한나라당 의원이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요양서비스 수급권자는 18만2천51명으로, 전체 노인 인구의 3.6%에 불과하다. 요양서비스 신청자 중 37.5%인 7만84명이 이용하지 못하고 있고, 이들 중 본인부담금 과다로 이용하지 못하는 대상자는 10.5%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의 노인요양보험이 보편적 사회보험제도로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갈현숙 연구위원 이어 "규제와 기준의 강화가 없는 상황에서 민간 사업자의 영리추구적 경향을 통제하기 어렵고, 민간부문의 공급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공부문이 거의 희박하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서비스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민간시장 중심의 복지전달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돈벌이로써 요양서비스가 자리 잡히기 전에 정부는 하루빨리 영리추구형 민간요양기관에 대한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경쟁적 요소 도입으로 서비스 질 향상 이룰 것"

한편, 이날 정부 측을 대표해 참석한 장재혁 보건복지가족부 요양보험제도과 과장은 발제자들의 이 같은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민간기관 난립 등 노인요양보험이 시장화 됐다'는 지적에 대해 장재혁 과장은 "소비자 선택권 보장, 정보 제공, 경쟁적 요소의 도입 등으로 서비스의 질 향상노력을 함께 기하자는 것"이라며 "운영상 규제를 통해 서비스의 질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민간중심 운영이 서비스 질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또 장재혁 과장은 '본인부담률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본인부담 수준은 적정수준"이라며 "외국과 비교 시 낮은 보장성 수준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요양보호사 노동권 보장을 위한 '임금가이드라인 설정' 요구에 대해서는 "(요양서비스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